[사진=H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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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HMM이 매각작업을 본격화한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매각 공고를 내고 걸림돌로 지목되던 영구채도 주식으로 전환해 함께 매각할 방침이다. 다만 HMM의 높은 몸값으로 인해 순항할 지는 의문이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지난 20일 HMM 경영권 공동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매각 작업은 거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진행된다. 다음달 21일까지 예비입찰제안서를 접수받고 본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은과 해진공의 매각 지분은 총 3억9879만주로 각각 보유한 구주 1억119만주, 9759만주와 오는 10월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원어치의 영구전환사채(CB)·영구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으로 전환해 함께 매각하기로 했다.

산은이 보유한 1조원 규모의 영구CB·BW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HMM 총 발행주식 수는 기존 4억8903만주에서 6억8903만주로 늘어난다. 이들의 지분율도 40.65%에서 57.87%로 늘어난다.

이에 대해 매각 측은 약 4억주를 모두 매각할 방침이지만 원매가 요구하면 일부만 사갈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줄 계획이다. 특히 현재 구주는 영구채 전환시 지분 가치가 40.65%에서 29%로 떨어지게 돼 최소 29%에서 최대 58% 사이에서 인수 측이 원하는 만큼 매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은 측은 남은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도 향후 주식으로 전환해 보유하겠다는 원칙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 영구채 해법 내놨지만 몸값 급증 우려 확산

이 같은 결정은 그간 지적된 영구채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배임 논란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인수 후보군에 거론된 기업들은 ”영구채 처리 방향에 따라서 매각가가 크게 변동되기 때문에 이 부분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매수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또 현재 HMM 주식은 2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어 영구채 주식 전환 시 주당 5000원에 취득할 수 있기에 양 기관이 4배 가량의 시세차익을 포기하는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이번 영구채 일부 전환은 강석훈 산은 회장이 강조해온 ‘빠른 매각’을 실현하고 그간의 배임 우려를 의식했다는 풀이가 지배적이다.

다만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기로 한 만큼 HMM 몸값 역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1조원의 영구채가 주식 전환되면 HMM 매각 가격은 구주를 포함해 5조원 안팎으로 예상돼 여전히 인수자에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는 매각 주체가 제시한 조건을 수용할 만한 원매자가 나타날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HMM 인수후보군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포스코그룹, CJ그룹, SM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SM그룹 만이 인수 의사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영구채의 주식전환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SM그룹 측은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입찰에 응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한 인수가로 4조5000억원이 적정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배기연 매리츠증권 연구원 “정부의 전환권 및 신주인수권 행사 결정에도 SM그룹의 인수 의지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인수 주체의 고민은 결국 ‘HMM의 시가총액’과 ‘경영권 획득이 보장된 지분율’로 산출된 적정 인수가격”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부담스럽다는 눈치다. 

한 SM그룹 관계자는 “인수를 고려하고 있는 건 맞다’면서도 “영구채가 반영돼 몸값도 8조원 가량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거론되는 인수후보군들 누구도 쉽게 접근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 SM그룹만이 인수 의사···정부, 대기업 희망

반면 정부는 HMM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대기업이 인수하길 희망하고 있어 여전히 안갯속이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태핑(의사 타진) 결과 HMM 인수에 관심 있는 후보 기업이 적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국적선사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만큼 HMM 인수를 통해 한국 해운산업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있고 자본·경영 능력을 갖춘 업체가 인수기업이 되길 원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한풀 꺾인 해운업황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HMM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주춤한 모양새다. 올 1분기 영업이익 30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3%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HMM 잠정 영업이익이 1조869억원으로 전년대비 89% 급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역시 979.11을 기록해 전년 동기(4074.4)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HMM 매각에 대해 서두르고 있지만 매각을 위한 환경은 더 악화된 셈“이라며 ”영구채가 주식 전환되면 경영권 확보를 위해 인수자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비싸진 몸값을 누가 감당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IB업계 안팎에서는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전략적투자자(SI)들이 변수가 많을 때 경쟁하기 보다는 매각이 유찰되고 팔기 어려운 분위기가 고착화됐을 때 관심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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