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을 목표로 야심차게 계획한 LCC 거점공항은 급작스레 불어닥친 코로나19와 지방 인프라 부족, LCC 자생력 부족으로 존폐 위기를 맞았다. 지방 공항의 현주소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① "공항 가는 데만 하루"···발길 끊긴 양양공항
② 지방공항, 왜 실패했나···맘만 앞선 지역 균형
③ 전문가 “섣부른 지역 균형이 부른 화”

스산한 양양공항 1층 내부의 모습. [사진=정희경 기자] 
스산한 양양공항 1층 내부의 모습. [사진=정희경 기자] 

[이뉴스투데이 정희경 기자] “요즘은 기자들이 취재 하러도 잘 안 옵니다. 처음에야 관심 많이 가졌지만 지금은 찾는 발길이 거의 없습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17일 양양공항을 찾은 기자를 보며 한탄했다. 플라이강원의 재운항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모기지 공항이었던 양양공항도 활력을 잃었다. 플라이강원은 지난 5월 20일부터 운항 중지 상태로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투자자가 유치되면 지난 14일부터 비행기를 다시 띄울 계획이었지만 불발됐다. 이에 18일부터 항공운항증명(AOC)의 효력이 정지됐고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다.

◇폐허 같은 공항···플라이강원 AOC 박탈에 분위기 황량

이날 오후 공항 입구엔 지나는 이 없이 자동차 서너대만이 그 누구의 통제 없이 주차돼 있었다. 캄캄하게 꺼져 있는 국내선·국제선도 사람 구경은 어려웠다. 가운데 크게 자리잡고 있는 중앙 계단 양옆으로 갈라진  에스컬레이터는 통행을 못하도록 막혀있다. 관광안내소, 렌트카 안내소 등도 불은 켜져 있지만 한산했다. 특히 탑승수속 라인도 텅텅 비어 스산함마저 들었다.

1층 탑승수속 라인도 썰렁하게 비어 있다. [사진=정희경 기자] 
1층 탑승수속 라인도 썰렁하게 비어 있다. [사진=정희경 기자] 

반면 2층에 위치한 카페는 음악까지 틀어놓고 영업 중이었다. 항공 이용객은 없지만 공항 임직원들의 휴식처로 쓴다고 했다. 반대쪽 편의점도 최근 며칠째 문을 닫았다가 오랜만에 연 상태라고 했다.

한편 국내·국제선 모두 불 꺼진 채로 텅텅 비어 있었지만 탑승구 등 공항 직원들은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사다리를 들고 다니는 용역업체 직원들도 그 주변에서 조용히 작업 중이었다. 그중 한 직원은 “현재 이 공항에서 운항하는 항공기는 없다. 바깥에 딱지 붙은 항공기가 하나 서 있지만 움직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언제부터였냐는 질문에 “이렇게 된 지는 두 달밖에 안 됐고 앞으로 계속될 거라고 믿진 않는다”며 “한때는 제주까지 하루에 두 번도 비행기가 뜨던 날들이 있었다. 동남아 노선도 조금씩 운항했다. 저비용항공사(LCC) 중에서도 제주항공 같은 규모가 괜찮은 항공사가 운항을 재개해주길 바란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옆에 있던 직원도 “지방 공항이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지역을 대표하는 LCC들이 나서서 서로 조력했으면”이라고 거들었다.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카페 등 편의 시설. [사진=정희경 기자]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카페 등 편의 시설. [사진=정희경 기자]

◇하이에어·에어로케이도 국내선 취항 협의 중···새 주인 생기나

이들의 바람대로 각 지역 항공사의 조력으로 양양공항의 재기가 가능할까. 실제로 양양공항은 새로운 주인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26일부터 하이에어가 김포~양양 노선을 신규 취항해 양양공항에 비행기를 띄울 계획이다. 하이에어는 LCC와는 구분되는 ‘소형 항공운송사업자’로 울산공항을 베이스로 50인 이하의 승객만 태우는 ATR 72-500 기종을 보유하고 있다. 소형항공기에 대한 법적 규제가 완화되면 이후 70~80인승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둔 에어로케이도 협의 중이다. 에어로케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지만 테스트 삼아 청주~양양 노선을 검토 중”이라며 “해당 노선 운항이 성공적이어서 노선 확대가 되면 에어로케이도, 지방 공항도 상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불 꺼진 1층 국내선 도착 게이트. [사진=정희경 기자]
불 꺼진 1층 국내선 도착 게이트. [사진=정희경 기자]

◇직원들만은 정상근무···“항공사 얼른 나타났으면”

한편 멈춘 공항 내부와는 달리 2층 한켠에 자리한 한국공항공사 사무실 직원들은 정상근무 중이다. 관계자는 기자의 방문에 놀란 기색이었다. “처음에야 취재나 현장 보는 차원에서 많이 왔지만 요즘은 기자들이 잘 찾진 않는다”며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고 하면서도 조심스러운 기색이었다.

공사 관계자는 “탑승수속 절차 등 비행과 직결된 업무 외의 공항 내 요식업소나 일반 상주 임직원들은 정상 근무 중”이라며 “하지만 전체 인력이 가동되고 있지 않은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매년 6월에 진행되는 공공기관 평가에서 좋지 않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걱정도 내비쳤다.

그러면서 “강원도가 양양공항을 살리기 위한 고군분투 중이다. 하이에어, 에어로케이가 나선 것도 도의 노력 덕일 수 있다”면서 “애초에 플라이강원만 운항을 했을 때는 중국과의 관계가 어려워 항공사의 생존에 위협을 받았다. 현재 플라이강원 주인도 채권단으로 변경된 상태이기 때문에, 양양공항은 다른 주인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이와 같은 의견을 내고 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 교수도 “플라이강원이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다고 해도 중국 인바운드를 주 타깃으로 삼고, 교통이 불편한 양양공항만을 거점으로 삼는다면 부활의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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