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붕괴 참사’라는 최악의 부실시공 사태로 작년 사상초유의 아파트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이 결정된 사례가 발생한 지 단 1년 만에 똑같은 유형의 사태가 반복해 일어났다.

시공을 맡은 기업과 발주를 낸 공기업은 모두 책임을 통감한다는 반성과 함께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냈지만,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조사를 통해 설계 단계에서 이미 필요한 철근이 누락된 가운데 시공 단계에서 철근은 추가로 빠진 사실이 확인됐고,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불신은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

사고조사위원회가 기둥 32개 중 붕괴로 인해 확인이 불가능한 기둥을 제외한 8개를 조사한 결과 4개의 기둥에서 설계서에서 넣으라고 한 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확인됐다.

지하주차장 기둥 32개 전부에 철근 보강이 있어야 하는데, 최소 19개(60%) 기둥에 철근이 빠진 것이다.

여기에 사고 부위의 콘크리트 강도까지 부족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고 부위 콘크리트의 강도 시험을 한 결과, 설계 기준 강도(24MPa)보다 30% 낮은 16.9MPa로 측정됐다. 콘크리트 강도는 설계 기준 강도의 85% 이상이어야 한다. 조사 결과 레미콘 품질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조사위는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양생하는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발주와 관리를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실한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LH는 골재시험에 대해 레미콘 공급업체 제출 서류 확인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해당 서류에 대해 건설관리용역사업자가 ‘이상 없음’으로 검토하자 시험 빈도 조정이 필요 없다고 보고 승인했다. 또 연 1회 이상 품질관리 확인이 가능함에도 이를 실시하지 않은 것은 물론, LH는 지난 2021년 5월 3일 품질관리계획 최초 승인 이후 2년 넘게 품질관리 적절성을 확인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설계사가 기둥과 보에 대한 구조계산서 내용과 다른 실시설계도면을 작성하고 이에 대한 검토 미흡 등 각종 부적절한 관리 실태가 확인됐다.

양 측은 책임 통감의 입장을 내고 전면 재시공을 받아들이겠다며, 부실시공으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입주 예정자들의 몫이 됐다.

우선은 국토부와 시공사의 현장 점검이 완료돼야 한다. 하지만 현장 점검 사항이 많아지면서 점검 완료일이 지난 7일에서 이달 말로 연기됐다.

LH 측은 국토부가 검증 결과와 행정 처분까지 발표해야 재시공 비용을 분담하는 협의도 구체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말 그대로 그 때까지는 입주 예정자에 대한 지연 보상을 비롯한 피해 보상 여부를 알 길이 없다.

입주 예정자 구성원 사이에서는 전면 재시공 결정에 환영 의사와 함께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당초 예정일에 맞춰 설계된 대출 상품들의 만기가 다가오면서 그에 따른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없음에도 피해부터 걱정해야하는 것이다.

네 탓이니, 내 탓이니 하며 원인과 책임 소재를 가리기 전에 그들의 걱정과 우려부터 덜어줄 실효 있는 대책을 우선해 마련해야 한다. 진정한 책임은 진정 책임을 지는 자세에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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