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외부에서 편의점 내부 담배 광고가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착됐던 불투명 시트지는 애초에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가 편의점에 부착한 불투명 시트지를 제거하고, 금연 광고로 대체할 것을 보건복지부 등에 권고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편의점산업협회는 편의점 내부에 시트지 대신 금연 포스터를 붙이게 된다.

지난 2월 인천 계양구 한 편의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여파다. 현금을 노린 30대 남성이 편의점주를 흉기로 찌른 뒤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 편의점주는 내부 창고 앞에 쓰러져 있다가 사건 발생 50분이 지나서야 숨진 채 발견됐다.

이를 두고 편의점에 불투명 시트지를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외부에서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기 때문에 편의점주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주장이다. 시트지와 범죄를 억지로 엮은 것이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지만, 비단 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편의점 불투명 시트지의 효용성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1년 7월, 흡연율을 줄이겠다면서 전국 편의점에 불투명 시트지를 붙였다. 하지만 불편함을 초래한 것은 물론, 본래 목적인 흡연율 감소 효과도 못봤다. 

질병관리청이 전국 중고등학생 5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난 2021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결과, 청소년의 일반 궐련 담배 흡연율은 2020년 4.4%에서 2021년 4.5%로 상승했다.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비율도 2020년 1.9%에서 2021년 2.9%로 올라갔다. 시트지가 무용지물이었다는 증거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불투명 시트지를 부착하기 이전인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불투명 시트지가 정책적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강력범죄 유발 우려로 (해당 정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고 지적했다. 

담배업계는 시큰둥하다.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편의점의 불투명 시트지를 떼고 금연 포스터를 붙이는 것에 대해서 별 감흥이 없다. 주류와는 달리 담배에는 유독 정부 규제가 심해 별도의 마케팅을 벌이기는커녕 있던 마케팅 수단도 줄어드는 판국에 시트지 뗀다고 매출이 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편의점 불투명 시트지를 제거하는 것이 흡연율을 높이고 담배업계 매출도 상승할 것이라는 보건당국 우려는 한심한 수준이다. 역으로 시트지를 붙인다고 흡연율이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해 진행한 정책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불투명 시트지 제거 후 대체로 붙이게 될 금연 광고 역시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다. 편의점에서 담배를 가리거나 금연 포스터를 붙이는 것이 편의점에 담배를 구매하러 온 소비자에게 얼마나 영향이 있을 것이냐는 의문이다. 여기에 금연 포스터 역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편의점 내부를 가린다는 지적도 있다. 불필요한 예산 낭비 대신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연구해 본래 취지와 실효성을 만족시키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전국 5만여곳 편의점에 불투명 시트지를 부착하기 위해 최소 25억원이 소요됐다. 지난 2년 동안 불투명 시트지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 청소년 흡연율은 상승했고, 강력 범죄에 대한 편의점 근무자들의 불안감도 높아졌다. 결국 불투명 시트지는 ‘천덕꾸러기’라는 오명만 쓴 채 제거된다. 조금만 생각해도 별 효용성이 없을 것 같았던 불투명 시트지 정책은 애초에 무엇을 위한 결정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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