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관리 때문에 평소에 제로콜라를 즐겨 마셨는데, 갑작스레 발암 물질로 지정된다는 소식을 듣고 난감합니다. 검색을 통해 큰 위험은 없다는 걸 알게됐지만, 주변 분위기상 다시 제로 음료를 마시는 게 눈치가 보입니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기자의 지인이 한 토로다. 아스파탐이 크게 위험하지 않다는 건 알지만, 업계 전반에 퍼진 발암 인식 때문에 편히 섭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먹으면 암에 걸릴 수도 있다”는 이 무시무시한 괴담 속 주인공은 사실상 식음료업계에서 제로 열풍을 이끈 영웅, 아스파탐이다.

아스파탐은 인공감미료 중 하나로,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소량을 사용해도 비슷한 단맛을 낼 수 있고 칼로리는 거의 없어 제로 탄산음료를 포함해 무설탕 음료, 캔디, 과자, 막걸리 등에 사용됐다.  

문제는 아스파탐이 최근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지목되면서 시작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RAC)가 오는 14일 아스파탐을 발암물질 2B군으로 분류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선 아스파탐의 섭취 안전성에 대해 논란이 일었고, 소비자들도 무엇이 사실인지 헷갈려하며 상황을 파악하기 바빴다.

결론만 말하자면 아스파탐은 김치, 고사리와 발암 위험도가 비슷하다. IRAC는 발암물질을 1군, 2A군, 2B군, 3군, 4군 등 5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1군은 ‘확정적 발암물질’로 암을 일으키는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경우다. 술, 담배, 햄과 같은 가공육 등이 포함된다. 2A군은 2B군보다 위험성이 높은 ‘발암 추정물질’이다. 소고기, 돼지고기와 같은 붉은고기가 해당된다. 또 섭씨 65도 이상의 물, 음료도 이에 속한다.

2B군은 ‘발암 가능물질’로 인체에 대한 연구가 제한적이고 동물실험 자료가 충분치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김치, 피클과 같은 절인 채소, 고사리가 속한다. 어렸을 때부터 김치를 먹어온 우리가 아스파탐을 무서워하기엔 이미 늦은 감이 있는 셈이다. 3군은 발암성 여부를 판단할 증거가 없는 경우이며, 4군은 발암성이 없음을 의미한다.

일일섭취허용량 제한은 어떨까. 식약처에 따르면 한국인의 아스파탐 섭취량은 일일섭취허용량의 0.12%다. 체중이 35kg인 어린이가 이를 초과하려면 다이어트 콜라 1캔(250ml)을 하루에 55캔 이상 마셔야 한다. 사실상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그럼에도 식품업계는 발암물질 지정 예고와 관련해 발 빠르게 움직이며 아스파탐과의 인연을 끊고 대체제를 찾고 있다.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 불안감이 커질 경우 아스파탐을 함유한 제품의 매출에 악영향은 물론, 향후 ‘감미료포비아’로도 번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쉬운 점은 이런 업계의 행보가 소비자 안심을 넘어 아스파탐의 공포로 확대되는 상황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에는 ‘무(無)아스파탐’을 강조하는 막걸리가 출시됐다. 쌀과 물, 발효제 오직 3가지 재료만을 사용했으며, 아스파탐이나 사카린나트륨 등 인공감미료들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따져보면 ‘확정적 발암물질’이 ‘발암 가능물질’을 안 썼다고 홍보하는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도 과도한 공포감 조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례로 홍혜걸 의학박사는 “아스파탐의 발암 가능성은 김치와 같은 등급이다. 술 마시거나 소고기 먹으면서 (암에 대한) 공포심을 갖진 않는다”며 “1이 위험하면 1만큼 조심하고 100이 위험하면 100만큼 조심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선 왜 이게 안되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아스파탐이 무섭다면 어쩔 수 없다. 다만 당부하고 싶은 부분은 제로가 꼭 필요한 사람들도 분명 있다는 것이다.

당 섭취가 극도로 제한되는 당뇨환자와 같은 사람들에게 제로 열풍으로 여러 제품이 시장에 나오는 것은 삶의 희망과 다름없다. 즉, 발암물질로 낙인 찍고 과도한 공포 심리를 조장하는 행위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가 ‘공포’가 아닌 ‘안심’으로 끝맺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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