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찬주 기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좌충우돌 발언으로 더불어민주당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총선 출마를 암시한 뒤, 자신을 임명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저격하는가 하면 최근 미국에서 귀국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이어가면서다.

민주당은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을 안은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를 두고 친명계와 비명계의 대립, 거액 가상자산(코인) 보유 의혹으로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 논란 등으로 이 대표가 혁신위를 띄워 쇄신에 나섰지만, 추 전 장관의 ‘입’이 당을 혼란케 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든 ‘1등 공신’이라는 비판과 동시에 자중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러나 추 전 장관이 얼마 남지 않은 총선의 악재로 작용될 우려도 엿보인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추 전 장관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특혜·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에 이어 당내 일부 의원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상임위 회의 중 코인 거래 의혹 등 잇따른 사법리스크 처한 가운데, 전직 민주당 대표였던 추 전 장관이 민주당 인사들을 향한 작심비판을 가하면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청와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청와대]

앞서 추 전 장관은 지난달 오마이TV에 출연해 “문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사퇴를 종용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지난 3일 오후 KBS 더라이브에 출연해서는 “이낙연 전 대표가 재보궐선거를 위해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추 전 장관은 검찰 수사와 격주 재판을 받는 이 대표를 적극 비호하면서도 비명계를 겨냥한 듯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이 대표는) 오히려 사법 피해자인데, 이 사법 피해자 보고 ‘당신 때문’이라며 집안싸움에 전념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서는 내년 총선 출마를 암시하기도 했다.

민주당을 지지율 하락 위기로 밀어 넣은데 역할을 한 추 전 장관의 총선 출마설에 이어 그가 돌연 ‘친명계 vs 친문·친낙·비명계’의 갈등 구도를 설정한 셈이다.

당 안팎에서 비판과 자제요구가 쇄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어쨌든 당내 화합에 많은 의원들이 공감하는데, 갑자기 추 전 장관이 나와 내부총질을 하니 말 그대로 뜨악했다”면서 “동료 의원들과 식사자리에서는 추 전 장관더러 ‘시한폭탄 같다’는 말도 나왔다. 총선을 앞두고 좀 자중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추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을 만든 ‘1등 공신’이라는 꼬리표도 붙어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은 지난 4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 “자기를 장관에 앉혀준 대통령까지 불쏘시개로 써서 자기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싶다”면서 “(추 전 장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을 만든 1등 공신이다.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책임을 통감하라”고 일갈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지난달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추 전 장관과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설과 관련, “본인은 억울하겠지만 윤석열 대통령을 만든 ‘1등 공신’이라고 많은 국민이 생각하고 있지 않나”면서 “본인은 하고 싶어 하는 모양인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추 전 장관은) 하자가 없으면 경선에 참여할 권리는 있지만, 민주당 속내는 ‘가만히 계셨으면’ 하고 바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2020년 추 전 장관과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 간 이른바 ‘추·윤 갈등’이 불거졌지만, 외려 여론의 비판은 민주당을 향했다. 이후 두 사람은 제20대 대선에서 후보로 재회했다. 추 당시 후보는 당해 10월 합동연설 정견발표에서 “감히 정치검찰 따위”라는 등 다소 격한 단어를 구사하기도 했다. 결과는 윤 후보의 승리였다.

여권에서는 추 전 장관의 총선 출마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추 전 장관이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내년 총선 승리에 ‘반작용’으로 도움 받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른바 ‘추나땡’(추미애가 총선에 나와 주면 땡큐)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전날(6일) BBS라디오에서 “국민의힘에서 농담 삼아 ‘추나땡’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정말 맞는 것 같다”면서 “국민의힘 수도권 판세가 여러 민주당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녹록치 않으니까 또 한 번 도와주시려고 하시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제가 민주당 지지층이면 (추 전 장관이) 정권을 국민의힘 쪽으로 넘겨준 일등 공신인데 지금 또 나와 가지고 이렇게 당내 분란을 야기하고 친문을 때려서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겠다는 극단적인 사익 추구의 정치를 하는 것은 도저히 참기 어려울 것 같다”며 “어쨌든 존재감은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냉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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