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1991년 대우자동차 ‘티코’가 나왔을 때의 센세이션은 잊을 수 없다. 자그마하고 각이 졌다며, 빨강 컬러는 깍두기, 흰색은 각설탕 등으로 비유됐고, “타이어에 껌이라도 붙으면 안 움직일 것”이라며 국민들에 웃음을 줬다.

290만원대의 가격은 티코의 광고 카피대로 ‘작은차 큰기쁨’이었다. 비록 일본 스즈키 알토 3세대 모델을 그대로 가져와 생산한 정부 ‘국민차 사업’의 일환이긴 했으나 엄연한 ‘한국 최초 경차'다. 1997년 외환위기를 포함한 90년대 ‘서민의 발’이 되어줬고 11년간 내수시장에서만 무려 67만대가 팔려나갔다.

그러나 10년 만인 2001년 티코는 홀연히 사라지고 만다.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아무리 작아도 자동차는 자동차다. 300만원 남짓하는 가격으론 도저히 계산이 안 나왔을 터다.

그렇다고 당시 경차의 인기가 쉬이 식지는 않았다. 대우자동차는 티코에 이어 마티즈로 기세를 이어갔다. 배기량은 그대로 두거나 1000㏄로 올리고, 차체도 키웠다. 1998년 탄생해 2015년 단종될 때까지 불황 속 단비 같은 존재로 자리잡았다.

이 사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한국GM은 마티즈를 들여보내고, 쉐보레 브랜드로 스파크를 출시했다. 스파크는 우리 국민뿐 아니라 브랜드에도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늘 총 판매량 1, 2위를 다투며 호실적을 이끌었다. 국내 대표 경차이자 가성비 좋은 자동차로 30년간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런 스파크마저 우리 곁을 떠난다. 지난 몇 년간 지속되어 오던 ‘스파크 단종설’은 지난해 말 현실이 됐다. 현재는 재고 물량만 소진하는 상황이다.

경차계의 쌍두마차로 불리던 스파크가 단종되면서, 기아 모닝만 홀연히 남게 됐다. 기아 레이도 있지만, RV 모델로 엄연히 말하면 다른 차종이다. 지난 2021년 만들어진 현대차 캐스퍼는 요즘 선호도를 조금 더 반영해 경형 SUV로 만들었기에 비교 대상에서 살짝 벗어난다.

이쯤 되면 경차 자체의 ‘단종 수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몇 년 새 경차보다는 잘 나가고 공간감 큰 대형 차종을 선호하는 현상은 조금씩 더 뚜렷해졌다. 이는 판매량으로 최근 더욱 여실히 드러나 경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2% 감소한 5만562대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기아가 모닝의 두 번째 부분변경 모델 ‘더 뉴 모닝’을 출시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모닝 3세대의 부분변경 모델로, ‘스파크’ 사라진 경차 시장에 훈풍을 일으킬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수익성 계산보단 경차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를 위한 기아의 배려 내지는 결단이다.

‘제2의 티코’까진 바라지 않는다. 소수이지만, 원하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선택지를 넓히는 완성차 브랜드들의 마음을 보고 싶은 것이다. 신형 모닝 출시를 계기로 스파크의 부활을 떠올리는 건 무리려나. 모닝부터 카니발까지, 스파크부터 타호까지 다양한 차종들이 즐겁게 도로를 누비는 날이 다시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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