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식 한국태양광협회 상근부회장이 태양광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더 확대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용 기자]
정우식 한국태양광협회 상근부회장이 태양광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더 확대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용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용 기자] “에너지와 같은 기간산업은 정쟁화해서는 안 되고 정치화해서도 안 된다. 정책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정권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책은 엄청난 리스크가 된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3년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2021년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보다 축소되며 태양광 산업 전반이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한 태양광 업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21일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을 만났다.

국내 태양광 업계 근황을 묻는 말에 그는 “좋지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 부회장은 “설치 계약이 완료된 사업도 중단되거나 진행되는 사업도 단가를 맞추기 위해 국내기업 제품을 쓰지 못하고 중국산 모듈을 쓰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인으로 태양광의 보급확대와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정책은 실종되고 태양광에 대한 검찰 수사·감사원 감사·금감원 조사 등 비리수사만 계속 확대 되니 금융을 비롯해 태양광 생태계 전체가 얼어붙었기 때문으로 지목했다.

정 부회장은 “지금 금감원이 신재생 에너지 관련 대출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는데 금융권도 이런 분위기에서 대출을 주기는 힘들다. 대출이 어려워지고 대출이 되더라도 금리에서 불리하다”며 “돈줄이 막히고 금리가 올라 납품 직전에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사업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는 회사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문을 닫는 회사가 속출한다”며 “힘들게 투자하고 직원 써가며 공장 돌려 제품 생산했는데 계약이 파기되면 악영향이 꼬리를 물게 되고 이런 일이 쌓여 결국 산업 생태계 전체가 파괴되고 있다”고 대답했다.

정 부회장이 태양광 산업의 어려움을 정권의 문제로 보는 이유는 우리나라 태양광 산업 분위기가 세계 추세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스피리컬인사이트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2021년 932억달러였던 세계 태양광 시장이 매년 10%씩 성장해 2030년에는 243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해 2738억달러 규모일 것으로 추정되는 리튬 배터리 시장에 버금가는 규모다.

반면 한전이 지난 6월 발표한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1년간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은 2.53GW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고 2년 전과 비교하면 42.8% 감소했다. 급격한 시장 축소로 산업 전반이 고사 위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권과 정부 조직에서 부정적 신호를 주는 것만으로도 국내 태양광이 큰 타격을 받았다는 것이 정 부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지금 정부가 시장에 주는 신호는 명백하다. ‘너희 지금 태양광 하면 별 재미없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 비리를 옹호하는 게 아니라 산업을 보호해 달라는 것

감사원은 지난 13일 문 정부 시절 신재생에너지 사업 감사를 통해 산업부 전직 공무원 등 38명을 수사 의뢰했다. 향후 조사에 따라 수사 대상은 더 늘어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 업계를 겨냥한 감사와 수사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정 부회장은 “부정과 비리가 있다면 바로잡는 게 맞다”며 “그게 오히려 산업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감사원도 있고 금감원도 있고 검찰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생에너지에는 지구를 더 깨끗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사명이 있는건데 부정과 비리가 없게 만드는 게 재생에너지의 철학과 맞는다”고 역설했다.

정 부회장은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것과 산업을 지원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조사를 하는 것과 별도로 재생에너지 산업의 중요성을 알아주고 지원을 해주는 게 정상”이라며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 시장은 축소되고 태양광 산업 생태계도 붕괴 직전인데 정작 이런 문제는 방치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또 “한강 다리에 문제가 있다고 폭파해 버리는 건 말이 안 된다. 고치고 유지관리하면서 계속 쓰는 게 맞는거다. 업계 비리는 처벌하되 국가 전략 산업이 될 수 있는 태양광은 인센티브를 주고 지원해 주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정우식 한국태양광협회 상근부회장. [사진=이용 기자] 
정우식 한국태양광협회 상근부회장. [사진=이용 기자] 

◇ 태양광은 반도체·배터리에 버금가는 전략산업···지원·육성해야

그는 “태양광은 미래 전략 산업으로 지금 전 세계가 태양광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해 달리고 있다. 시장 규모가 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태양광을 한국 차세대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태양광을 포함한 청정에너지 분야에 3690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한다. 발전소 건설에 자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등의 요건을 만족시키면 추가 10~20%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한국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는 게 정 부회장의 생각이다. “우리나라 태양광 업계는 중국이나 미국 같은 나라의 기업들과 달리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 생존했다”면서도 “나쁘게 말하면 세계 시장에서 불리한 싸움을 하는 거고 달리 말하면 경쟁력을 검증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정권에서는 태양광 발전 지원정책에 따라 태양광 시장이 크게 확대됐다. 재생에너지 클라우드플랫폼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 신규 설치는 2018년 215만9577㎾에서 2020년 412만3941㎾로 늘었다.

정 부회장에게 당시와 현재의 차이를 물었다. 그는 “(당시)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태양광 정책에 대해 70점이라고 말했었다. 미국이나 유럽은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면 탄소 저감 명목으로 인센티브를 줘서 시장을 늘리고 거기에 자국산 제품을 쓰면 또 인센티브를 줘서 자국 산업도 육성한다”면서 “전 정권은 시장 확대는 지원했지만 산업 발전에는 상대적으로 배려가 적었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태양광 산업이 여기까지 오면서 편한 길이 없었다”고 말했다.

현 정권의 정책에 대해서 그는 “태양광 분야 집중 육성은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고 사실 보수 정부는 산업 육성 DNA가 있다고 생각해서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며 “그런데 지금은 태양광 시장도 산업도 다 망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부회장은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을 해서 태양광 산업 육성을 해달라는 게 아니다. 중국의 반의반, 유럽과 미국의 절반만큼만 투자하고 지원해도 세계를 선도할 자신이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 산단 태양광·수출 판로 개척 등 자구책 마련 중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협회의 노력으로 정 부회장은 “일단 산업부가 추진하는 산업단지 태양광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생산의 65%와 수출 55%가 산단에서 나온다. 산단 공장 지붕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 시설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산단 태양광 사업은  RE100을 준비하는 산단 기업에게도 도움이 되고 현 정부에서 정책과 기업·금융을 통합한 거의 유일한 대형 태양광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그는 “두 번째는 해외시장 개척이다. 외국에 기회가 많기도 하고 지금 국내 태양광 시장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면 해외에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태양광 시장은 위축됐지만 세계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1분기 보고서에서 2022년 태양광 설치 용량이 전년 대비 40% 증가한 약 260~280GW인 것으로 추정했다. 2023년에는 신규 설치 용량이 320~330GW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 부회장은 “마지막으로 정부 재생에너지 정책에 전환을 호소하고 촉구하고 있다. 물론 반응은 없다”며 “지난 정권에서 태양광과 관련됐던 공무원들이 감사를 받다보니 지금 그 어떤 공무원도 적극 행정을 하지 못한다. 공무원들이 굉장히 위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도 우리는 지치지 않고 두 번, 세 번, 열 번, 백 번이라도 이야기 할 생각”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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