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차에서 전기차로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자율주행은 미래 자동차 기술의 종착지로 꼽힌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 빅테크, 전자 기업들의 첨단 기술이 집약하는 지점이 결국 자율주행을 향한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최근에는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으로의 여정이 막바지에 왔다는 섣부른 전망도 나오고 자율주행의 레벨 상향과 날로 고도화되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V2X 통신 등 정보와 기술은 넘쳐난다. 레벨3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승용차의 시판도 하반기 예상되고 있고 도로 한계가 명확한 상태에서 기술의 진화는 제한된 인프라를 뛰어넘었다. 여기서 국내 자율주행 기술의 간극이 발생한다. 도로와 신호 인프라의 결핍과 부족이 가져올 부조화는 결국 자율주행 최대 화두인 ‘안전’으로 귀결된다. 안전을 확보하지 못한 자율주행은 상용화 측면에서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국내 자율주행 인프라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김진태 국립 한국교통대학교 교통대학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를 연구실에서 만나 그동안의 연구 성과와 활동을 바탕으로 교통시스템 측면에서 진단 결과와 자율주행 기술이 놓치고 있는 맹점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김진태 한국교통대학교 교수가 자율주행환경 교통안전시설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김진태 한국교통대학교 교수가 자율주행환경 교통안전시설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이뉴스투데이 대담 김정규 IT과학부장·정리 이승준 기자] “많은 사람들이 미래 자율주행차량 기술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영향으로 자동차 시장과 우리 미래가 똑똑하게 변화한다 기대하는데, 현실을 비춰볼 때 현재 자율주행기술은 안전한 것인가?”

◇자율주행 환경 교통안전시설의 중요성 강조

김진태 교수는 “자율주행 첨단기술의 우수성을 실험실 내부에서 자랑하던 연구자들이, 다양한 도로교통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경험해 왔다. 이제 자율주행 차량 센서와 더불어 차량 외부 도로 인프라에서 별도의 도움을 제공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의 주행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자율주행차가 도로변에 설치된 ‘교통안전표지’를 바르게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자율주행차에 장착된 센서들은 대부분 표지판을 덩어리 물체로 인식한다. 표지 내 글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이 적용된다. 이러한 기술은 유효한 각도에서 찍힌 이미지만 해석하게 된다. 교통안전표지가 강풍으로 인해 잠시 돌아가는 등의 현장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사람 운전자들은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바르게 판단할 수 있지만, 자율주행차는 사람과 달라 안전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도 보조표지에 작은 글씨로 적힌 내용, 즉 진입이 허용되는 시간·요일·구간·차종·무게 등과 같은 조건부 규제 내용까지 오류 없이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미국 고속도로 노변에 크게 설치된 햄버거 패스트푸드점 광고판도 자율주행차가 교통안전표지로 잘 못 인식한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다”라며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지 프로세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오류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눈에 보이는 이미지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가 주행하는 커브 길 도로 전방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교통안전표지의 예시도 제시했다. “굽은 길에서 갑자기 횡단보도나 교통신호등이 나타나는 상황에도 사람들은 쉽게 대응할 수 있으나 자율주행 기계는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라며 최근 미국에서 보고되는 자율주행차량이 도로를 횡단하는 자전거를 못 보거나 넘어져 있는 하얀색 트레일러를 하늘로 오인하는 등의 사고를 예로 들었다.

또 “자율주행차량 장착 센서만으로 교통안전을 확보하기에 불안전하니 기계가 미리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도로 인프라에서 차량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디지털 기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거가 불량한 사각지대의 정보 및 갑작스럽게 발생한 돌발상황 정보를 미리 자율주행차가 알 수 있게 하는 도로 인프라 디저털 정보 기술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남에게 떠넘기지 않는 현실적이고 책임감 있는 연구 필요

이렇게 도로변에서 자율차에게 실시간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 중 하나로 ‘동적지역지도(LDM)’를 언급하며 “언제 만들어질지 알기 어려우며 이는 주인이 되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율주행 관련 기관은 서로 다른 기관이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하며, 구축하고 관리하는 주체는 모두가 자기는 아니라고 한다고 한다”라며 “LDM은 자율차의 안전주행을 지원하기 위해 있어야 하는 시스템으로 인식을 같이하나 모두가 남이 만들어 줄 것이라 막연한 기대만 하기 때문에 언젠가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환상 속 동물 ‘유니콘’ 같은 존재”라고 비유했다.

LDM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지도를 즉각적으로 최신화하기 어려운 배경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각에서는 ‘특수 차량’이 도로를 상시 스캔하며 주행한다면 될 것이라 기대하기도 하나, 이는 경찰 교교통안전시설심의 가결여부에 따라 지자체 관할도로 내 중앙선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좌회전신호가 금지되기도 하고 금지됐던 좌회전신호가 허용되기도 하는 등 수시로 변하는 현장에 대한 고려가 없는 전기, 전자, 통신 기술자들의 접근방식”이라고 말하며 해당 과정에서 1분 1초라도 현장과 정보제공 내용이 다른 경우 대형 교통사고와 직결될 수 있음을 꼬집었다. 

“LDM 내부에 들어가는 초기 버전 지도는 처음에 중앙정부가 만들 수 있으나, 수시로 갱신되기 어렵다. 연 단위 갱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사이 변화하는 내용은 지방정부가 감당해야 한다. 대부분의 도시부 도로를 관리하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자율주행 시대에 매우 중요하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인지 모르고 다른 사람, 즉 중앙정부가 자신의 일을 계속해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김 교수가 지자체별 재정자립도 차이가 자율주행기술 인프라 구축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김 교수가 지자체별 재정자립도 차이가 자율주행기술 인프라 구축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지자체들 자율주행 도로 인프라 유지관리 실패 시 교통사고 구상권 책임 부담

관할권역 도로 내 잘못된 교통안전시설 정보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책임은 안전시설 관리에 실패한 지방자치단체에게 있다. 자율주행차 사고책임의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 교수는 “자율주행차량 안전주행 인프라 실패로 인해 발생한 경우라면 그 책임도 지자체에게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자율주행에서 구상권 문제가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 도로교통 인프라가 잘못돼 있더라도 사람 운전자들은 눈치껏 주변을 살펴 상황을 인지하고 대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자율주행차는 인프라로부터 수령한 정보에 숨겨져 있는 오차까지 신뢰하고 기계처럼 대응하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라고 했다. 

◇낮은 재정자립도 고려한 적정 수준의 기술개발 없어 아쉬워

김 교수는 “지자체 등의 도로관리청은 고도화된 기술로 관할 권역 내 교통안전시설 정보를 정밀한 수준으로 제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것이 비용의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이에 그는 “초기 시스템 구축비용은 공모사업 등을 통해 국비의 투입을 기대할 수 있겠으나 이러한 시스템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 즉 반복적으로 들어가는 통신비용 및 시설 유지보수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며 현실을 진단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수준은 매우 낮다. 그는 “주요 도시를 제외한 경기, 경북, 충남 등의 군 단위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20%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 지역에서는 매년 반복 지출되는 통신료 등의 높은 유지관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고가의 시스템으로 개발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으나, 현재 연구개발 되는 시스템들은 이러한 지자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중앙정부 주도하에 고가의 시스템으로 마련되고 있어 아쉽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과거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서 구현 가능한 C-ITS 기술 연구가 이뤄졌지만 지자체 내 도시부 도로로 확산에 애로를 겪고 있다”라며 실제 운전자들이 일반 도시부 도로를 더 많이 주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하고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는 고가 장비의 유지관리 비용을 수용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자율주행기술 연구는 과거 사례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임대망 5G 통신비 및 WAVE 통신인프라에 소요되는 유지관리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얼마 전 통신비가 전혀 들지 않는 지자체 IoT 자가망을 활용하는 교통안전시설 정보제공 장치 활용 노력이 있었고 판교 제로시티에서 현장실험을 하는 긍정적인 움직임이 있었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자율주행 구상권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김진태 교수. 김현상 한양대학교 교통물류공학과 동문회 회장(오른쪽)이 인터뷰에 동석했다. [사진=이승준 기자]
자율주행 구상권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김진태 교수. 김현상 한양대학교 교통물류공학과 동문회 회장(오른쪽)이 인터뷰에 동석했다. [사진=이승준 기자]

◇일부 도로 구간만 주행 가능한 값비싼 자율주행차라면 나는 안 사

자율주행이 특정 구간의 운행에 한정된다면 무의미하다며 자율주행 인프라 관련 중앙 컨트롤 타워의 부재를 아쉬워하기도 했다. 지자체별 재정자립도에 따라 자율주행 인프라 설비와 시스템 구축이 차이를 보인다면 결국 운행 중 단절 구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그렇기에 국가 차원에서 전국을 아우르는 자율주행 인프라 컨트롤 타워가 필요할 것”이라 지적하며 “재정자립도가 낮고 전문인력도 부족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로부터 ‘자율주행 인프라 관리’ 사무를 위임 또는 위탁받아 컨트롤 타워가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또 “자율주행차로 국도로 이동하는 경우 지자체 경계를 넘어설 때마다 자율주행 기능을 껐다 켰다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자율주행이 불가능한 지역 도로를 빈번하게 자주 만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나는 비싼 자율주행차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자율주행차와 일반차량의 혼재 상황 연구 수행 중 

김 교수는 “대중들 사이에서는 자율주행에 대해 막연히 ‘많이 발전했다’는 느낌이 자리 잡고 있다. 일반적 소비자들과 운전자들 사이에서 그런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라면서 최근 경찰청과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서 “언젠가 100%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채우는 세상이 오겠지만 지금은 당장 그 세상을 목표로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 자율주행차의 비중은 점진적으로 오를 것이다. 우리의 연구는 자율주행차와 일반차량이 섞여 있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돌발상황으로는 공사, 시위, 집회, 체육행사, 기타 이벤트 등이 있다. 사고 상황도 마찬가지. 싱크홀 등 재난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어떻게든 알아서 수신호를 보고 피해 갈 테지만 자율주행차량이 수신호를 보고 피할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어떤 식으로 데이터를 줘야 하는지 돌발상황을 대비해 데이터 전송방식과 조치 등을 연구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자율주행기술의 최종 목적은 ‘핸들 없는 차량’이라는 이야기도 있으나 핸들 없는 차량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시 자율주행차 탑승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고, 그 책임을 지자체와 차량 제조사 둘만 남게 되는 상황이 되는 미래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김 교수가 기술적인 이유와 다르게 사람들이 살아가는 산업과 시장 논리로 ‘핸들 없는 차량’에 대한 미래를 해석하고 있는 문제의식의 핵심이기도 하다.

김진태 한국교통대학교 교통대학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약력

한양대학교 교통공학과(88학번)를 졸업한 김 교수는 미국 플로리다대학 재학시절 McTrans에서 SOAP2K 상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박사학위 졸업 후 한양대 연구교수로 시작해 한국교통연구원 첨단교통기술연구실 책임연구원, 서울지방경찰청 교통개선기획실 실장으로서 대한민국 교통시스템 개선의 최일선을 지휘했다.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도시교통과학연구소에서 부소장을 맡으며 심층적인 교통시스템 연구를 진행한 바 있고, 2012년 9월부터 한국교통대 교통대학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로서 산학협력상, 학술상, 우수논문상 등 수상하며 꾸준히 연구성과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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