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H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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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코로나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그간 치솟는 해상운임 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해운업계가 다시 혹한기에 접어들면서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HMM의 경우 올해 1분기 영업이익·당기순이익 모두 90% 가까이 폭락하며 실적 악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최근 매물로 속속 등장하고 있는 해운사들의 몸값도 제값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어 업계 재편도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934.31을 기록해 전주 대비 4.6% 감소했다.

지난 3월 31일부터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며 1037.07포인트까지 올랐지만 4월 28일에 5주 만에 1000포인트 선 밑으로 떨어진 뒤 좀처럼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1000포인트 선을 왔다갔다 하는 SCFI는 지난해 1월에는 5019.6포인트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를 찍은 바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그간 비정상적으로 폭등했던 운임이 현실화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실적 하락보단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 맞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SCFI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해운업계의 실적도 곤두박질 치고 있다.

업계 1위 HMM은 최근 2년 간 호황 덕에 영업이익 총 17조3230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 9조945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5% 성장했고 매출 역시 18조5868억원(35% 증가), 당기순이익 10조662억원(89% 증가)을 기록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부채비율도 25%로 낮췄다.

그러나 올해 들어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HMM의 1분기 매출은 2조816억원, 영업이익 306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58%, 90%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91% 줄어든 28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업계 재편도 지지부진하다.

당초 해운업계는 업황 호황에 힘입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매물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한앤컴퍼니가 보유하고 있는 SK해운, 에이치라인해운을 비롯해 IMM컨소시엄이 보유한 현대LNG해운, 폴라에너지앤마린의 폴라리스쉬핑 등이다.

여기에 KDB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역시 매각 대상이다.

문제는 소문만 무성할 뿐 사려는 곳이 없다는 데에 있다. 해운운임이 과거 수준으로 주저 앉으면서 실적악화 우려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HMM의 경우 운임이 고공행진할 때는 실적이 좋아지면서 몸값이 높아져 매각이 어려웠고 최근 운임이 하락하면서 실적 악화와 업황에 대한 불안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HMM는 덩치가 너무 커져서 이를 인수할 만한 대상이 마땅치 않다. 시장에서는 HMM의 몸값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산은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지분가치만 따져봐도 4조원 수준이다.

이에 유력한 인수후보군으로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그룹 등이 거론됐지만 이내 인수할 의향이 없다고 밝히고 있어 매각까지는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또 외국계 자본이나 사모펀드 매각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국내 유일한 국적 대형 선사인 만큼 향후 위기 상황 등을 감안할 때 각종 물자를 맡길 선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여론도 작용하고 있다.

이는 현대LNG해운 매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현대LNG해운은 과거 현대상선(현 HMM) 구조조정 과정에서 LNG사업부가 분리돼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IMM컨소시엄은 매각가 5000억원 이상을 목표로 매물로 내놨지만 매각과정이 순탄치는 않다.

우선 인수에 나선 HMM 측이 지난 2일 3000억원대 초반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양측 가격 차이를 좁히기에는 간극이 넓어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여기에 해운업계는 현대LNG가 국내 LNG 수입의 1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해외매각을 반대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IMM컨소시엄 측은 사실상 HMM 제안을 받지 않고 본입찰 기한 연장, 해외 원매자 추가 확보 등을 검토 중이지만 자칫 표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HMM의 제안가가 받아들여져 현대LNG를 인수한다고 해도 넘어야할 산은 또 남아 있다. HMM은 인수를 통해 컨테이너부문 의존도를 낮추고 실적 안정화를 꾀할 수 있지만 덩치가 더욱 커지면서 향후 인수 후보군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해상운임의 등락으로 실적이 반영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운임 수준로 되돌아가면서 업황도 다시 혹한기에 접어들었다”면서 “자칫 업계 재편에 힘이 빠질 경우 해외매각 등의 우려가 지속될 수 있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중재 역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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