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용산역사 내 철도노조 준법투쟁 관련 안내 전광판. [사진=정희경 기자] 
지난 13일 오전 용산역사 내 철도노조 준법투쟁 관련 안내 전광판. [사진=정희경 기자] 

[이뉴스투데이 정희경 기자] “파업이니 뭐니 한다고 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전철이 안 와요. 이걸 계속 기다려야 해요? 아니면 나가서 버스를 탈까요?”

지난 13일 오전 수도권 1호선 역사 내에서 만난 한 70대 노인이 기자에게 되물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산하인 용산역사 내 철도노조 준법투쟁 관련 안내방송이 주기적으로 흘러나올 때마다 역사에 선 시민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내 말씀드립니다. 철도노조 태업에 따라 일부 전동열차 운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에서 언제든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암시했다.

특히 노령의 승객들은 더 애를 먹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앱에 익숙하지 않아 미리 대처할 수 없는 ‘정보 비대칭’의 처지에 놓여, 귀가 시간이 늦어지거나 때아닌 만차에 탑승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수도권 1호선 인천행 열차가 철도노조 준법투쟁으로 지연된 상황. 천안행, 서동탄행 등 다른 방향 열차들은 순서대로 왔지만 인천행은 10분 이상 지연됐다. 승객들은 전철을 계속 기다릴지 혹은 밖에 나가서 버스를 타야할 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승객 장모씨(62)는 “영등포역에서 동인천행 전철을 타고 집에 자주 가는데 이렇게 배차간격이 긴 적이 없다”며 “좀 전에 철도노조 태업 때문에 지연된다는 안내방송을 들었다”고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일상 지연 외에는 열차 운행에 차질이 없던 시간대의 수도권 1호선 도착 시간 안내 전광판. [사진=정희경 기자]
일상 지연 외에는 열차 운행에 차질이 없던 시간대의 수도권 1호선 도착 시간 안내 전광판. [사진=정희경 기자]

각 역사 안내데스크와 역무원들 역시 긴장하긴 마찬가지다. “운행 정지된 열차 4편 외에는 지연 문제는 아직 없었다”면서도 “언제 또 지연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지연된 열차가 한꺼번에 몰려 밀려들다보니, 오후 4시 전후인 시간인데도 출퇴근 시간의 ‘지옥철’처럼 만차 상태였다. 전철 안 여기저기서 “아니 이 시간에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하는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도권 1호선 인천행 열차가 지연되면서 만차가 된 전동 열차 내부의 모습. [사진=정희경 기자]
수도권 1호선 인천행 열차가 지연되면서 만차가 된 전동 열차 내부의 모습. [사진=정희경 기자]

철도노조 준법투쟁은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계속됐다. 이로 인해 무궁화호 경부선 2대와 장항선 2대는 별도 공지 시까지 운행을 중지한 상태다. 

이날 서울역에서 만난 어르신 백모 씨(73)는 경부선 무궁화호로 부산에 있는 아들을 만나러 가려다 허탕만 쳤다. 오전 9시 53분에 출발하는 경부선 무궁화호 1209번이 운행 중지된 4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는 “아침에 부산 가려고 했는데 못 갔다. 근처에서 시간을 떼우다 점심시간에 다시 와야 했다”며 “철도노조 관련 내용은 관심도 없고 모르겠다. KTX 같이 다른 열차를 타라고 들었지만 평소에 타던 열차가 아니라 불편하고 싫었다. 그것도 언제 지연될지 모르잖나”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역내 플랫폼 계단 칸에 붙어 있는 '철도 쪼개기' 반대 표어 스티커. [사진=정희경 기자]
역내 플랫폼 계단 칸에 붙어 있는 '철도 쪼개기' 반대 표어 스티커. [사진=정희경 기자]

한편 준법투쟁 마지막 날인 15일 오후 2시 철도노조는 서울역 12번 출구 도로 앞에서 ‘철도노동자 총력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서울·부산·대전·영주 등지에서 4000여명이 참석했고 1시간가량 집회 후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까지 행진을 강행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로 인해 이날 오전 10시 기준 경인·경부선 전동열차 45개가 지연 운행됐고 이 중 10~20분 지연된 열차는 38개, 20~30분 지연된 열차는 7개였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우리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면담을 꾸준히 요청하고 있다. 우리의 요구안이 계속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태업의) 수위를 더 높일 것이며 9~10월에는 파업 등도 강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코레일 측은 비상수송대책본부를 운영해 신속한 대응체계 유지, 지연 발생 시 가용 인력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준법투쟁 기간에는 승차권 환불·취소·변경 수수료는 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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