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연 삼화페인트 회장.[사진=삼화페인트·연합뉴스]
김장연 삼화페인트 회장.[사진=삼화페인트·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국내 3위 페인트 기업인 삼화페인트가 3세 승계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김장연 회장이 2018년 취임하며 1인 체제를 확립한 이후 그의 맏딸인 김현정 전무가 2019년 입사한 후 지난해 승진하면서 후계자로 급부상했다. 김 전무가 경영권을 물려받으면 페인업계에서 조광페인트에 이어 두 번째 여성 대표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재계 등에 따르면 김 전무가 지난해 말 전무로 승진하면서 3세 승계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김 전무는 변호사 겸 회계사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공인회계사와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2019년 9월 삼화페인트 상무로 입사했다.

삼화페인트 관계자는 “김 전무는 현재 경영지원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회계 업무를 비롯해 원료, 상품 등 구매 일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무의 승계 작업은 삼화페인트 출자 법인인 이노에프앤씨에서 출발한다.

이노에프앤씨는 점착제와 접착제 등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2011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됐다. 회사 설립 이듬해인 2012년 삼화페인트는 단순 투자 목적으로 이노에프앤씨에 2500만원을 출자해 지분 15%를 보유했다.

특히 김 전무가 이노에프앤씨에서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관리본부장으로 근무한 가운데 삼화페인트가 2020년 9월 김 전무와 김 회장의 차남 김정석 씨에게 이노에프앤씨 지분을 3%씩 양도했다.

이에 따라 김 전무의 이노에프앤씨 지분은 2019년 28%에서 2020년 31%로 올랐다. 나머지 69% 중 삼화페인트가 9%를, 김정석 씨 등 3명이 60%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김 전무가 지분을 넘겨받은 2020년을 기점으로 이노에프앤씨는 실적이 개선됐다. 이노에프앤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엔 매출액 142억원, 영업손실 3억원을 기록했으나 2020년엔 매출액 220억원 영업이익 12억원을 기록 흑자 전환했다.

이 때문에 주식 가치 역시 8년 만에 10배가 됐다. 2012년 삼화페인트 첫 출자 당시 1주당 가격은 3만3000원 수준이었지만 2020년 지분 양도시 가격은 34만원이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노에프앤씨가 2020년 이후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이후 실적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을 경우 김 전무가 승계를 위한 자금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 김 전무는 삼화페인트 지분 0.04%(1만주) 보유에 불과해 향후 김 회장으로부터 블록딜 또는 증여를 통해 지분을 넘겨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특히 김 회장이 회사를 장악한 이후 차남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김 전무가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다.

이에 재계는 삼화페인트의 3세 승계가 큰 이변이 없는 한 순탄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어 구체적인 방법 및 시기가 정해지면 급격히 김 전무가 경영권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 회장은 삼화페인트를 장악하기까지 순탄치 않았다.

공동창업주인 故 김복규 회장, 고 윤희중 회장은 1946년 함께 창업해 1960~1970년대 정부의 경제개발계획에 따른 주거환경 개선, 1980년대 올림픽과 신도시 건설, 자동차·전자·조선 등 제조업의 성장과 맞물려 호황을 누리며 업계 3위까지 성장했다.

1980년 김 창업주가 회장자리에, 윤 창업주는 사장에 취임하며 공동경영을 이어왔고 1993년 3월 김 창업주가 76세의 일기로 세상을 뜨면서 김 회장이 공동경영 일선에 전격 등장했다.

김 회장은 당시 37세의 이른 나이에 대표이사 사장에 앉았고 윤 창업주는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다. 또 윤 창업주의 차남인 고 운석영 대표가 당시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김 씨 집안의 후계자인 김 회장과 윤 회장 부자가 공존하는 체제를 10년간 이어갔다.

하지만 2003년 윤 창업주가 차남에게 대표 자리를 물려주며 이듬해 별세했고 윤 대표 역시 2008년 4월 58세의 나이로 작고하기 한 해전 2007년 3월 임기 만료와 함께 대표 자리에 앉지 못하게 되면서 양가의 공동경영 체제는 61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더욱이 윤 대표가 세상을 뜬 이후 더 이상 윤씨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고 양측의 분쟁이 있었지만 김 회장 1인 체제로 개편됐다. 이는 김 회장이 가업을 승계한 지 13년 만이다.

김 회장의 계열 장악력은 막강하다. 지주회사 격인 삼화페인트공업의 최대주주로서 지분 27.03%를 소유하고 있다. 일가 2명을 합하면 28.84%다.

또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일본 제휴선 추고쿠마린페인트(7.94%), 자사주(13.28%)까지 감안하면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아직 윤씨 일가가 지분 12.42%를 보유하고 있어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분쟁의 불씨는 남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김 전무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 삼화페인트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김 전무의 지분이 아직 미미해 본격적인 승계에 나섰다고 판단하기는 다소 이르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전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이노에프앤씨를 통해 그룹 차원에서 승계작업을 위한 실탄 마련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어 곧 윤곽을 드러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삼화페인트는 국내외 총 16개 비상장 계열사를 두고 있다. 대부분 페인트 제조, 판매 기업이고 회학제품(삼화대림화학), 시스템 관리(에스엠투네트웍스), 물류(삼화로지텍) 등도 영위하고 있다.

삼화페인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460억원을 기록하는 등 2021년부터 2년 연속 6000억원 대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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