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영욱 기자] 흔히 ‘게임’하면 ‘즐거움’보다는 ‘폭력’, ‘중독’ 등 부정적 프레임이 강한 장르에 속한다. 때문에 국내 게임사들은 부정적 인식을 지우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용자에게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보는 즐거움의 ‘일러스트’, 듣는 쾌감을 선사하기위한 ‘게임 음악’ 등 다각도로 장르적 요소를 녹여 철저히 준비한 후 게임을 시장에 내놓는다. 

지난해 9월 문화예술진흥법 일부법률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 3월 28일 시행으로 게임은 음악, 미술과 같은 ‘문화예술’ 범주에 속하게 됐다.

현재 게임사들은 자사의 게임 음악을 음반으로 제작하거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선보이며 게임에 접속하지 않더라도 이용자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음악은 게임을 잘 모르는 이들이 들었을 때 게임용인 줄 모를 정도로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자적인 장르 영역으로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는 가수 소향과 협업해 ‘Sweet Dreams, My Dear’를 공개했으며,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 다수 게임들은 ‘뉴에이지 풍’ 음악을 제공하며 인기를 끌었다. 

더 나아가 국내 게임사들은 아트 전시회, 게임 음악 오케스트라 연주회 등 오프라인 활동까지 전개하며 이용자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게임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예술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부정적 인식’ 지우기 위해 힘쓰는 모습이다.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게임 음악의 오케스트라 연주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로스트아크를 시작으로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의 연주회가 열렸고, 넥슨은 6일 ‘테일즈위버 디 오케스트라’ 공연을 개최했다. 지난 4월 9일 20주년 기념 연주회의 전 좌석이 매진됨에 따라 추가 공연이 성사된 것이다.

이러한 게임사들의 순수한 '문화예술' 장르로서 이용자들에게 다가가려던 노력은 느닷없는 곳에서 이미지 추락을 다시 한번 겪게 됐다. 지난 5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 ‘코인 게이트’가 터지면서 그 여파가 게임산업까지 미치자 오랫 동안 공들여온 장르 확보를 위한 전략이 물거품이 되는 모양새다. 결국 사행성 게임 ‘바다 이야기’ 꼬리표  떼기에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김남국 의원이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위메이드와 넷마블은 연일 각종 의혹에 휩싸였고, 게임 이용자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게임물관리위원회 이슈는 묻히게 됐다. 오히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주장하던 ‘P2E 게임 반대’에 힘이 실리면서 업계의 바람은 역행하는 분위기다. 

지난 10월 이용자들은 ‘게임은 문화예술’을 외치며 게임물관리위원회의 행태를 고발했고, 행동력 있는 5400여명의 이용자들은 주말 국회의사당에 나와 ‘서명운동’을 하기도 했다. 게임을 선입견 없이 봐달라는 이용자들의 간절한 직접행동이었다.

국내 게임사와 이용자들의 '게임을 문화예술로 봐달라'는 순수하고 열정적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더욱이 2021년 K-콘텐츠 수출 비중의 70%에 달할 정도로 K-게임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졌으나 정부에서는 산업 진흥이 아닌 ‘게임 패싱’을 일삼는 모습도 업계를 힘들게 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방향성과는 대비되는 모습에 '장르로서 게임'이 고유의 가치를 잃어가며 부정적 인식에 지쳐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게임 이용자를 환자로 분류할 수 있는 ‘질병 코드 도입’도 남아있어 게임의 인식 전환의 길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게임이 문화예술로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단지 이 지점을 게임업계의 자정노력으로만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내 업체들이 K-게임의 인식을 변화시킬 피나는 노력과 ‘체질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용자와 소관부처의 사고의 전환도 병행돼야 한다.

K-게임을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하면서 산업을 바라봐서는 답을 찾기 어렵다. 게임 이용자들은 이제 하나의 주류 세대이고 게임은 이제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다. 산업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규제와 장르로서 인정을 하고 싶다면 그에 걸맞은 인식의 시선이 필요하다. 그 완결까지 과정은 지난하겠지만 어떤 이슈로 묻히고 포기할 문제는 아니다. 이제 다시 리셋하고 시작할 때이다. 게임은 장르니까. 세상의 모든 게임이 그렇듯 게임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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