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중공업.[사진=연합뉴스]
STX중공업.[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STX중공업 인수에 나선 HD현대가 좁혀지지 않는 가격차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이미 엔진사업부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증설로 방향을 선회할 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자칫 STX중공업의 매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더욱이 한화그룹이 HSD엔진 인수에 나선 만큼 마땅한 인수후보를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1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HD현대는 STX중공업 인수를 두고 협상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3월 STX중공업 본입찰에 단독 참여한 이후 3개월이 지나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가격을 둘러싼 의견차가 있어서 인수 협상이 중단됐다”고 밝혀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또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시너지가 있다”면서 “그 시너지가 큰 회사는 그에 대해 페어밸류(적정가치)를 많이 쳐줄 수 있고 시너지가 작은 회사는 적게 쳐줄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적정가치를 넘어서는 무리한 가격으로는 인수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STX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파인트리파트너스로 지난해 말 STX중공업 지분 47.79%인 1356만3000주를 매물로 내놨다.

파인트리파트너스는 2018년 STX중공업을 인수해 이후 5년간 영업이익 흑자전환, 부채비율 감소 등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793억원·영업이익 113억원을 기록했고 유동부채는 2947억원에서 1847억원으로, 부채비율도 268%에서 116%로 감소했다.

이 때문에 파인트리파트너스 측은 시총을 고려한 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 20~30%를 더한 1000억원 이상의 금액을 희망하고 있다.

반면 시장에서는 STX중공업에 대해 시총 가격 수준을 적정가로 보고 있다. 1일 종가 기준(5710원)으로 매물 시총은 774억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양측이 가격 입장차가 커서 일단 협상이 중단된 것은 맞다”면서 “다만 협상이 무산된 것은 아니고 양측 모두 한 템포 쉬어가자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계자는 “이미 HD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가 있는 만큼 비싼 가격에 인수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인지를 두고서는 좀 더 고민해야 하는 변수도 남아 있다”고 귀뜸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초 STX중공업을 두고 HD현대와 한화그룹이 맞붙는 형국이었지만 한화그룹이 HSD엔진 인수로 선회하면서 사실상 인수 경쟁 자체가 무산된 상황이 연출됐다”면서 “매각하는 입장에서는 다소 싱거워진 상황이 연출돼 원하던 가격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HD한국해양조선이 STX중공업 인수지 누릴 수 있는 시너지도 있는 만큼 아직 인수가 무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HD현대는 현재 조선업계 빅3(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중 유일하게 자체 엔진사업부를 갖추고 있다. 해당 사업부는 HD현대중공업의 전체 매출 비중의 15%를 차지하고 있고 대형엔진과 대형 선박 발전기용으로 사용되는 중형엔진인 ‘힘쎈엔진’을 비롯해 육상용 엔진발전설비 등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조선업황 호황이 이어지면서 지난 1분기 엔진기계사업 부문의 평균 가동률은 116.9%에 달해 추가 증설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을 인수 시 증설효과는 물론 대형엔진부터 중소형 엔진가지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

여기에 추가 증설 시 소요되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아울러 한화그룹의 HSD엔진 인수도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한화가 HSD인수를 마무리할 경우 한화그룹은 한화오션과 HSD엔진으로 수직계열화를 이루게 되며 가격 및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관해 일각에서는 “HD현대 측이 무리한 인수를 안하겠다는 입장을 통해 이미 적정가격은 제시한 상황”이라며 “파인트리파트너스 측이 이를 받아들일지가 인수 성사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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