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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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이 전 세계를 집어삼키며 글로벌 경제가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경기침체 및 인플레이션 우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위기,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미중 갈등 등 여러 파고에 국내 기업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 우위를 지켜내고 수익성 방어를 위해 고군분투 중인 국내 기업들의 대응 전략과 성공사례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한때 외국계 대형 해운사들로부터 촉발된 치킨게임에 휩쓸려 희생양이 된 대한민국 해운업계가 혹독한 구조조정을 마치고 HMM으로 새출발하며 과거 해운강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거래 확대와 공급망 재편 등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으로 세계 8위에 올랐고 엔데믹으로 정상화된 운임에서도 체질 개선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21일 업계 등에 따르면 HMM은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2023년 1분기 매출 2조816억원, 영업이익 3069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 줄었고 영업이익은 90%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91% 줄어든 2853억원이었다.

이 같은 실적 감소는 해상 운임이 급락함에 따라 발생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1분기 평균 4851p였지만 올해 1분기 평균 969p로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업계는 이에 대해 글로벌 업계 해운 운임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HMM 관계자는 “운임 하락에도 항로 합리화, 화물비용 축소 등 원가구조 개선 노력으로 컨테이너와 벌크 부문에서 모두 이익을 냈으며 영업이익률도 코로나 이전보다 높였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HMM이 그간 코로나 펜데믹 특수로 해운운임이 급증하며 큰 수혜를 입었지만 최근 운임 정상화로 인해 정상적인 영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1분기 실적 악화는 정상화 과정을 통해 벌어진 수준이라면서도 이 와중에도 여전히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HMM이 그만큼 수익성 높은 체질로 탈바꿈했음을 입증했다고 호평했다.

이 때문에 HMM은 컨테이너선 위주의 매출구조에서 벗어나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우선 벌크 화물 운송 부문의 매출 비중을 큰 폭으로 확대하고 미주노선의 점유율도 확대하고 있다. 실제 HMM은 최근 1년 사이 벌크화물 운송 부문의 매출을 30%p 이상 늘렸다.

1분기 벌크화물 운송부문 매출은 2853억6800만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2090억2900억원)에 비해 36.5% 늘어났다. 이에 벌크화물 비중은 지난해 1분기 4.25%에서 올해 13.71%까지 증가했다. 벌크선도 10척에서 19척으로 2배 가량 늘렸다.

아시아·미주서안 노선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5% 수준에서 올해 1분기 5.4%까지 늘었다. 미주서안·아시아 노선은 올해 2월 기준 8.2%까지 증가했다.

여기에 원유운송 신규 계약을 꾸준히 확대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HMM은 2019년 후반부터 최근까지 GS칼텍스와 원유운송 신규 계약을 세 차례 체결했다. 이를 통해 양사는 합산해서 1조4527억원의 규모의 계약을 맺고 있다.

특히 이 같은 GS칼렉스와의 장기계약은 기존 계약 연장이 아닌 신규 거래로 HMM으로선 우량화주와의 장기계약으로 안정적인 수익과 더불어 사업 다각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HMM의 건실한 경영 실적은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기업신용등급 ‘A-(안정적)’를 받으며 입증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2022년 결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진행한 기업신용평가에서 기존 ‘BBB+’에서 ‘A-’로 상향 조정했다.

이들은 공시자료를 통해 HMM의 견조한 사업경쟁력과 우수한 재무대응력을 신용등급 상승요인으로 평가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한국기업평가로부터 ‘A-(안정적)’ 등급을 획득한 바 있다.

나신평은 “HMM이 원양 컨테이너 선사로 선복량 기준 국내 1위, 글로벌 8위의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선종다변화 및 운영효율성 향상 등을 통해 회사 사업기반의 안정성이 제고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승승장구하고 있는 HMM도 그간 정부 운영해서 조만간 매각을 통한 민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 성공적인 매각 여부가 넘어야할 과제다.

HMM을 관리해온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최근 매각을 공식화했다. 양 기관은 HMM 지분 40.65%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4월 매각 자문사와 킥오프회의 이후 매각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양 기관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시장에서는 매각 가격 약 5조원을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매각가격도 높은 상황에서 양 기관이 추가로 갖고 있는 영구채가 변수로 남아 있다. 이들이 보유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만 2조7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업계는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양 기관이 보유한 지분율은 71.7%, 지분 가치만 약 6조5000억원 수준으로 급증한다. 결국 비싼 몸값이 매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업계는 인수후보군으로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그룹, HD현대, CJ대한통운, LX그룹, SM그룹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어느 곳도 인수에 호의적이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올해 해운업황이 하향추세로 접어들었고 채권단이 영구채에 대해 주식 전환이 아닌 상환 방법 등을 수용하는 등 몸값을 낮출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가 제기되고 있어 매각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경배 HMM 대표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영구채 상환 기기가 도래하면 상환을 시도해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향도 검토하겠다”면서 “다만 채권단 입장이 있어 어떻게 진행될 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전환사채 문제 해결을 위해 채권단과 논의를 지속하고 실적을 더욱 개선해 매물로서 매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HMM은 지난해 말 기준 컨테이너선 72척, 유조선 12척, 건화물선 13척, 다목적선 4척 은 총 101척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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