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서병주 기자] “구찌는 지난 16일 패션쇼 종료 후 진행된 애프터파티로 인해 발생한 소음 등 주민들이 느끼셨던 불편함에 대해 깊이 사과 드립니다.”

구찌가 최근 패션쇼 뒤풀이에 대해 비판이 이어지자 17일 국내 홍보대행사를 통해 전달한 사과문의 전문이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인식되는 구찌가 이틀간 보여준 행보는 과연 명품 브랜드인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구찌는 16일 경복궁 근정전 일대에서 ‘2024 크루즈 패션쇼’를 개최했다. 행사는 오후 8시에 시작돼 30분 가량 진행됐다. 일정을 마친 구찌는 종로구 송현동의 한 건물에서 뒤풀이 파티를 열며 패션쇼의 열기를 이어갔다. 문제는 장소와 시간대였다. 뒤풀이 파티가 열린 곳이 주택가 인근인 데다 평일 밤에 진행된 파티로 인해 적지 않은 이들이 밤잠을 못이룬 것이다.

구찌의 이 같은 행태에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실제로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밤 해당 건물 주변에서 소음과 조명 공해 관련 신고가 총 52건으로 집계됐다. 신고는 밤 9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2시 1분까지 이어졌다.

기업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면 그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제시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그리고 그 책임은 기업의 크기와 비례해야 한다. 하지만 구찌의 반응은 단촐했다. 그마저도 구찌가 직접 사과문을 게시한 것이 아닌, 국내 홍보를 담당하는 홍보대행사가 일부 언론사에만 사과문을 전달했다.  

구찌가 이번 패션쇼를 준비하며 밝힌 입장과 현재의 태도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극적이다. 구찌는 지난 2월 문화재위원회에 패션쇼 허가를 신청하며 “경복궁이라는 공간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하고 싶다”고 밝혔다. 

마르코 비차리 구찌 CEO 역시 “세계적 건축물인 경복궁을 통해 한국 문화, 그리고 이를 가꿔온 한국인과 연결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과거를 기념하고 미래의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행사 종료 후 뒤풀이 논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CEO까지 내세웠던 구찌는 국내 홍보대행사의 뒤로 몸을 숨겼다. 지금까지도 구찌는 묵묵부답의 태도를 이어가며 이전에 보여줬던 열정적인 모습은 지워버렸다.

물론 구찌가 이번 패션쇼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것은 아니다. 구찌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16일 진행한 패션쇼의 게시물을 업로드하며 그들의 화려했던 밤을 전 세계에 공개하고 있다. 단순히 소수의 불편이 아닌, 일대 주민이 불편을 호소했던 당일의 뒤풀이에 대한 입장은 전혀 밝히지 않으며 자신들의 쇼를 홍보하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형식뿐인 사과는 홍보대행사에 맡긴 채 아직도 패션쇼의 감성에 빠져있는 구찌의 밤은 아직 16일 밤에 멈춰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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