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벌거벗은 임금님이 나타났다.
 
‘벗고 경영하라’고 주장하며 “누드경영은 자신과 타 기업에게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의 실천을 촉구하는 성명서와 같다”고 이야기하는 동부실버라이프의 이찬석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 회장은 “누드는 단순히 옷을 벗는 본능적 일탈 행위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회 공익적 동기를 동반한 누드는 누드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영국 코벤트리 영주의 아내였던 고다이바 여사가 농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옷을 벗고 말을 탔던 것처럼 이 회장의 ‘누드’ 라는 것은 누군가를 유혹하려는 의도가 아닌 자기희생을 보여줬던 고디바 여사의 순수하고도 고결한 의지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인간의 나신은 육체, 성적인 대상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예술 분야만 보더라도 인간의 생명력, 움직임, 감정을 표현하는 나체는 중요한 대상으로 취급된다. 인간 육체의 아름다움을 이용하거나 추구하는 몸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바디페인팅도, 보디빌딩 같은 것들도 그런 누드의 전통을 확대하는 것이라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누드의 미적 대상으로써 작품화 하는 것은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만큼은 누드는 부정적인 느낌을 풍기고 있다. 실제로 ‘xxx가 벗었다’ 라는 헤드라인의 기사를 접하면 제일 먼저 포르노, 혹은 누드화보를 떠 올리지 않는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누드’ 라는 의미가 이리도 이질적으로 변색 되어 다가오는 것을 접할 때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하지만 이찬석 회장이 외치는 누드는 ‘투명함’의 누드이다. ‘소비자에게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의 실천’ 즉, 투명 경영의 다른 말로 이 회장은 ‘누드’를 선택했다. 이번에 출간된『어느 CEO의 누드경영』은 혼탁한 기업문화를 투명하게 변화시키고자 하는 자성의 고백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시장을, 소비자를 무서워하지 않는 기업은 이미 경영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는 기업”이라며 “누드경영은 기업 문화를 투명하게 변화시키고자 하는 자성의 고백운동이면서 소비자 사랑의 첫출발”이라고 말한다.
 
소비자에 비해 한없이 독점적인 지위를 노리며 소비자의 위에 서던 기업들의 모습은 사실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소비자를 위한 회사가 되기 위해, 투명경영을 능가하는 누드경영을 이야기한다.
 
비록 거의 무혐의로써 처리되긴 했지만 이른바 ‘삼성 특검’이 신문 지면을 휩쓸고 지나간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시점에서 ‘누드 경영’ 은 오늘날의 CEO들이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최고의 경영 윤리라는 생각이 든다.
 
“기업은 정상적인 방법과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소비자의 가슴을 아프게 하지 않고도 최대 이윤을 창출할 수가 있다” 라는 말. 우리나라의 CEO 들이 이 말을 가슴 속에 알알히 담아 둔다면, 일선 신문사의 경제부 기자들은 한동안 기업 비리 기사를 찾을 수 없어 이른바 ‘밥줄 걱정’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유병철 기자 <dark@enewstoday.co.kr>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