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전한신 기자] 소비자가 겪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추진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가 14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오는 16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보험업법 개정안을 다뤄주길 기대하고 있지만, 중계기관 선정 단계에서 의료계와 여전히 간극을 좁히지 못해 또다시 해를 넘길 전망이다.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릴 만큼 대다수의 국민이 가입하고 있다. 다만 병원에서 진료를 마친 소비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복잡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필자도 최근 실손보험금을 청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편함을 겪었다.

먼저 어떤 서류를 발급받아야 하는지부터 막혔다. 심지어 병원에서도 영수증이 필요한지, 진단서가 필요한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결국 보험사에 문의해 병명 확인 서류(진단서, 소견서, 진료확인서, 처방전 등), 진료비계산서 영수증, 진료비 세부 내역서 등을 안내받았다.

다음은 보험사에 직접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 퇴근 시간과 보험사 마감 시간이 맞물려 서류를 제출하기조차 어렵다.

이같은 경험을 겪은 사람은 필자뿐만이 아니다.

한 소비자단체가 만 20세 이상 실손보험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보험금 청구 관련 인식조사 결과에서 응답자 중 47.2%가 ‘시간이 없고 귀찮아서’ 보험금 청구를 포기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통과되면 소비자의 편익이 증진되지만, 의료계는 ‘개인정보 노출’ 우려 등을 근거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중계기관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속내에는 ‘비급여 항목’이 내제돼 있다. 의료기관에서 진료비를 임의로 정할 수 있는 비급여 항목의 진료 정보를 국가기관에 공개하길 꺼리는 셈이다.

정부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특히 내년 4월에 치러지는 22대 총선을 위해서라도 보험업계보다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의료계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가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논의한 만큼 소비자와 보험업계는 이른 시일 내 법안이 통과되길 기대하고 있다.

최근 대부분 업계가 아날로그를 벗어난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디지털플랫폼 정부’의 실현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디지털 혁신을 위해 팔을 걷었다. 이제 제2의 건강보험인 실손보험의 보험금 청구과정도 아날로그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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