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LG에너지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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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한국의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 부문이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수출경기가 냉각되는 등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산 배터리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EU 핵심원자재법(CRMA) 등의 훈풍에 힘입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을 중심으로 북미 합작공장 추가 증설계획을 잇달아 내놓는 등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온과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달 25일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배터리 셀 합작공장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오는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총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을) 공동 투자해 전기차 30만대 분량인 3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매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북미 시장 진출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삼성SDI도 이날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 내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추진 계획을 내놨다.

LG에너지솔루션도 연내 북미 지역에 추가 증설을 공식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미국 애리조나 공장 건설 계획을 재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투자비 급등으로 투자를 한차례 보류했으나 투자비가 상승하더라도 계획된 공장 규모를 더 확대해 고객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번 재추진을 위해 투자 금액은 기존의 4배 수준인 7조200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신규 공장은 오는 2025년까지 연산 43GWh 규모의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는 독자 생산 법인으로 추진된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단독 및 합작법인을 통해 오는 2026년까지 모두 14개 생산거점을 구축하게 된다.

이 같은 행보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북미 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북미 내 전기차 시장은 중국·유럽과 함께 3대 전기차 시장으로 불릴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 전환율은 2023년 9%에서 오는 2030년 59%, 2035년 92%에 이를 정도로 빠른 전환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북미 내 수주 및 증설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데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30년 미국 내 배터리 수요 예상치는 918GWh인 반면 생산 규모는 676GWh에 그칠 전망”이라며 “2025년 이후 물량에 대한 배터리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지난해 세계 배터리 시장의 75%를 차지한 중국 비중도 2035년 북미와 유럽 시장 성장으로 38%까지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 급성장 하는 북미 전동화…배터리 수요 지속

특히 북미 시장의 전기차 성장세는 IRA로 인한 세액공제 효과가 더해지면서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144.6% 증가한 6332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만에 지난해 영업이익(1조2137억원)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였다.

북미 전기차 수요가 꾸준하고 GM과의 합작 1공장의 안정적 가동도 호실적으로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뿐만 아니라 1분기 영업이익에 IRA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관련 금액 1003억원이 반영되면서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됐다.

IRA에 따르면 올해부터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한 배터리 셀·모듈에 일정액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은 킬로와트시(kWh)당 35달러를, 모듈은 kWh 당 10달러의 의 세액공제 혜택이 적용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026년에는 GM 합작 1~3공장, 혼다 합작공장, 애리조나 단독 공장 등을 포합해 생산능력이 총 250Gwh까지 확대되는 만큼 보조금도 늘어난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긍정적인 설명을 내놨다.

삼성SDI도 올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해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32.2% 늘어난 5조3548억원을, 영업이익은 3754억원(16.5% 증가)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을 포함한 에너지 부문 성장이 두드러졌다. 해당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4.6% 증가한 4조7978억원, 영업이익은 91.7% 급증한 3163억원을 달성했다.

삼성SDI는 “고객사의 신모델 출시 효과로 고부가가치 제품 P5 판매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저가형 코발트 프리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4680등 신제품 개발과 출시를 지속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SDI도 현재 미국 인디애나주에 짓고 있는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과 촤근 발표한 GM 합작공장에 양산을 시작하면 IRA 혜택이 이익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SK온 역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1.4% 늘어난 3조41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라이트닝 화재 사고 관련 생산 차질과 보상금, 미국 투자 부담 증가 등이 겹치면서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2734억원)보다 확대된 378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SK온이 2분기부터 IRA보조금을 영업이익에 반영해 연내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미국 공장의 가동률과 수율은 3월부터 개선되고 있다”면서 “IRA 효과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그룹 차원에서 보조금 반영 등에 대해 보수적인 접근을 하고 있어 당장 SK온의 흑자전환을 기대하기는 다소 이른 듯 싶다”면서도 “향후 생산이 안정화되면 차츰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사진=삼성SDI]
[사진=삼성SDI]

◇ IRA 혜택 북미진출 마중물…핵심광물 탈 중국 숙제

이처럼 배터리 업계의 북미시장 공략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우선 IRA로 인해 한국 배터리 업계가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오는 2025년에는 중국산 광물 사용이 사실상 금지돼 공급망 다각화라는 급한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내 업계는 구성 재료인 양극 활물질 등은 국내에서, 이후 양극판·음극판을 만드는 단계는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어 기존 공정을 바꾸지 않아도 IRA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는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외국 우려 단체’에서 조달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아직 외국 우려 단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중국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차전지 양극재 소재인 수산화리튬의 경우 국내 배터리 업체의 중국산 의존도가 84%나 되는 등 핵심 광물 중국 수입 비중이 매우 높다. 이 외에도 수산화 코발트 69%, 황산코발트 97%, 황산망간 97%, 탄산망간 100%, 쳔연 흑연 72%, 인조흑연 87% 등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부품·광물 요건이 명확하게 규정돼 예측 가능성이 커졌지만 중국 위주로 원료 공급망을 탈피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고 밝혔다.

또 IRA 세부 지침에는 미국과 별도로 핵심 광물 협정을 체결한 국가들을 ‘FTA 체결국’에 준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일본 및 EU 등 미국과 FTA가 체결돼 있지 않지만 보조금 지급 혜택을 받을 길이 열리면서 한국 업체들에게는 위협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의 파나소닉이 한국 배터리 업체와 동등한 지위를 받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 밖에 중국 배터리 업계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포드자동차는 지난 2월 중국 CATL과 합작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포드 측은 IRA를 의식해 CATL의 기술만 도입해 지분 100%를 보유한 생산설비를 구축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물론 미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인 마르코 루비요 의원이 중국 기술로 만들어진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을 차단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 CATL이 IRA 수혜를 입게 될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드에 이어 테슬라도 CATL과 합작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자칫 중국 배터리 업계 진출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남았다.

실제 바이든 정부는 IRA 세부지침에 따라 보조금 대상 차종을 22종으로 대폭 축소한 가운데 CATL로부터 공급받는 테슬라 모델3 스탠다드 모델의 경우 주요 광물을 테슬라가 직접 구매해 CATL에 공급하는 방식이라는 이유로 보조금을 받게 되는 등 IRA를 통해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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