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안경선 기자·한화그룹]
[사진=안경선 기자·한화그룹]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최종관문을 넘어서면서 종합방산그룹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008년 한차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시도한 이후 15년 만에 이룬 결실이다.

1일 재계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7일 전원회의 심의결과 조건부 기업결합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 계열사 5곳에 대우조선해양의 주식을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시정조치 부과 조건으로 승인하기로 했다. 이는 한화가 공정위에 지난해 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한 지 4개월 만이다.

공정위 시정조치에 따라 한화는 앞으로 3년 동안 경쟁사 차별 및 영업비밀 유출 금지 의무 등을 준수해야 한다. 또 반기마다 공정위에 이행 상황도 보고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한화는 약 2조원을 투입해 제3차 유상증자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보유한 최대주주 지위에 오를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원, 한화시스템 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 4000억원, 한화에너지의 자회사 3곳이 1000억 원을 부담한다.

KDB산업은행은 지분 28.2%를 보유하게 돼 2대 주주로 낮아진다.

한화는 다음 달 초 이사회에서 새 이사진과 사명 등을 임시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한 뒤 2주 후 임시주총을 통해 인수를 확정할 방침이다.

새 사명으로는 한화오션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초대 대표이사로는 정통 한화맨으로 불리는 그룹 내 ‘에너지 전문가’로 알려진 권혁웅 한화 총괄사장이 유력하다. 권 사장은 김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한화는 이날 “대우조선해양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와 기간 산업 육성을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당국의 결정을 수용한다”면서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회장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도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화그룹은 인수전에 뛰어들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미국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글로벌 금융 위기가 확산되면서 결국 인수가 좌절 됐다.

당시 KDB산업은행은 한화그룹의 대금 분납 요청을 거절하면서 인수 작업이 무산됐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15년 만에 재도전에 나서면서 대우조선해양을 품에 안았다.

◇ 한화오션으로 새출발…초대 대표이사 김 회장 최측근 권혁웅 사장 유력

더욱이 이번 인수 성공은 한화그룹의 승계작업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 전면에 등장하는 시점에 종합방산기업으로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게 되면서 김 부회장에게 힘이 실리게 됐다.

김 부회장은 한화큐셀의 미국·유럽 지역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데에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그는 지난해 8월 29일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한화 전략부문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표이사를 맡았고 스페이스허브 팀장 직함도 보유하고 있는 등 방산·우주 사업을 총괄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이미 한화그룹의 3세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이루어져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한화그룹이 2년만에 단행한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그룹의 지주사격인 ㈜한화가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했고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보유하고 있던 방산과 정밀기계부문을 맞교환했다.

㈜한화가 건설을 흡수합병하면서 한화생명 최대주주가 돼 금융계열사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향후 금융사를 계열분리하거나 중간 금융지주사로 전환 시 지분 정리가 수월해지는 등 3형제의 승계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더욱이 김 부회장은 방미 경제사절단에도 부친인 김승연 회장을 대신해 그룹 대표로서 참여해 차기 총수로서의 위상을 드러냈다.

한화그룹은 이번 인수로 종합방산기업으로의 도약뿐만 아니라 에너지 계열사들을 통한 사업협력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의 해양첨단시스템 기술을 대우조선의 함정 양산 능력과 결합해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을 개발하거나 잠수함에 적용 중인 한화의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을 활용해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시장 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

여기에 액화천연가스(LNG), 암모니아, 수소, 충력 등 한화의 에너지 분야 역량을 대우조선의 에너지 생산 설비, 운송 기술 분야와 결합해 그린에너지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사진=대우조선해양]

한화는 먼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1조6136억원에 달한다. 2021년에도 1조754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542.4%까지 치솟았다.

더욱이 실적개선을 기대했던 올해 1분기도 대형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이는 공격적인 수주전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업 사이클이 상승기임에도 불구하고 수주실적이 급감했다. 지난해 1월 42억달러였지만 올해 8억달러로 위축됐다.

최근 몇 년간 인수실패 등이 겹치면서 직원들의 타사 이탈도 가속화됐다. 대우조선 임직원 수는 지난해 8300명 수준으로 10년 전 1만3000명에 비해 5000명 가량 줄었다.

이에 한화가 인수자금으로 수혈하는 2조원의 자금으로 부채비율이 418.6%로 낮아지는 등 대우조선해양은 한숨 돌리게 됐다.

◇ 경영 정상화 위해 설비·인력 확충에 대응…HSD엔진 인수도 마무리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인수 과정 등으로 몇 년째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며 경영이 악화됐고 인력이 대거 이탈한 것이 치명상일 수 있다”면서 “한화 품에서 새 출발하는 만큼 외부 충원뿐만 아니라 기존 종사자들이 지속해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등 인력 확충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는 또 설비 투자 병행해 경쟁력 확충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한화는 HSD엔진 인수 작업도 조속히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과 HSD엔진의 융합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조만간 HSD엔진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기업결합 승인 심사를 거쳐 3분기 중 인수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의 HSD엔진 인수까지 마무리되면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종합방산을 중심으로 한화의 사업구조 재편이 마무리되고 향후 승계작업도 속도감 있게 마무리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는 경영정상화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사업보국 차원에서 국가 기간산업 재선과 K방산의 글로벌 공략을 위해 경영실적 리스크와 당국의 시정조치를 감수하면서까지 대우조선 인수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이슈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는 시점에서 대우조선의 조선, 해양기술을 통해 ‘글로벌 그린에너지 메이저’ 위치를 확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이번 기업결합 결정에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최종인수를 위해 임시주총을 열어 안건을 통과시키면 인수가 마무리되는 만큼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오는 5월 말에는 새 이름으로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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