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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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이달 말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맞춰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6대 경제단체장 역시 방미 경제사절단으로 합류하면서 최근 논란이 된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발생하는 한국 기업의 피해에 대해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8일 재계 및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에 따르면 방미 경제사절단에는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회장이 참여한다.

또 김병준 전경련 직무대행,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도 합류한다.

여기에 국내 중소·중견기업과 스타트업 등 미국에서 사업을 추진 중이거나 명확한 사업 계획이 있는 기업 대표들까지 포함될 경우 최대 70명 가량이 사절단으로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박근헤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의 50명 수준에 대해 규모가 확대됐다.

특히 재계는 이번 사절단에 반도체, 2차전지, 전기차, 수소를 비롯한 미래 에너지 등 첨단 분야 기업들이 현지 네트워크 강화 및 투자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경련 측은 사절단 참석 인원 및 기업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없다”면서 “참가 신청은 마무리됐지만 심사 등과 과정이 남아 있어 확인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이 다시 최대 수출시장으로 급부상한 만큼 이번 경제사절단의 역할을 두고 재계에서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4대 그룹을 포함해 국내 굴지 기업들은 북미시장에서 밀접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 정부의 IRA 및 반도체법 등으로 인해 보조금, 세액공제 문제가 맞물리면서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그룹 총수들이 직접 나서 미국 정·재계 인사를 만나 설득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미국에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해 10조원 이상을 쏟아붓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결정했다.

다만 지난해 말부터 미국 현지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투자비가 급증했고 최근 미 상무부가 반도체지원법을 통한 무리한 보조금 기준을 내세우고 있어 삼성전자의 투자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특히 미 상무부는 보조금을 받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웨이퍼 종류별 생산능력, 가동률, 예상 웨이퍼 수율, 생산 첫해 판매 가격, 이후 연도별 생산량과 판매 가격 증가 등의 정보를 요구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 상무부의 조건이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만큼 보조금 신청을 두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이번 방문을 통해 미 정부 고위 관계가 및 연방의회 핵심 의원들과 잇달아 만나 반도체 보조금 문제, 투자 환경 등에 대해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역시 미국에서 반도체 및 배터리 사업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최 회장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내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는 등 중국 생산 비중이 큰 가운데 미 반도체법으로 중국 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여 묘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 미 반도체 법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에 첨단 장비 반입이 제안된다. 한국은 오는 10월까지 1년간 유예기간을 인정받았지만 이후 중국 공장들에 첨단 장비 반입이 차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또 미국 보조금을 받을 경우 향후 10년 동안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돼 SK하이닉스의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질 수 있다.

배터리 역시 중국 창저우, 후이저우, 옌청 등에서 생산하고 있고 리튬, 코발트, 니켈 등 배터리 핵심 원자재와 소재 공급망에서 중국 영향력이 매우 높은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더욱이 SK그룹은 중국 석유기업 시노텍과 합작해 중한석화를 설립하는 등 석유·화학 분야에서도 중국 내 사업을 펼치고 있어 칼자루를 쥔 미국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부터 발효된 IRA로 인해 모든 전기차종이 미 정부의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또 17일(현지시간) IRA 세부지침에 따라 발표된 16개 전기차 대상 차종 발표에서도 제외됐다.

미 정부는 기존 북미산 조립 요건에 올해 배터리 요건까지 추가하면서 보조금 대상 차종을 크게 줄였다. 실제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되는 현대차 GV70은 세부 요건 발표 이전 보조금을 받았지만 이번에 제외됐다.

현대차와 기아는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에 오는 2025년 완공 예정인 전기차 및 배터리 합작 공장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 중인 GV70 배터리 역시 북미산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전기차 보조금 받기까지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IRA가 세부요건 등을 통해 규제가 강화된 만큼 북미 공급망 구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대에 힘이 실리고 있어 정 회장의 고민도 깊은 상황이다.

LG그룹은 활발히 구축 중인 배터리 합작공장을 비롯해 전장 사업 등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화학이 오는 2024년 테네시주 공장을 가동해 2027년까지 연간 12만톤의 양극재를 생산 목표를 세운 만큼 이를 통해 현지 배터리 공급망 확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LG그룹의 배터리 사업도 IRA에 따라 원자재 수급 다양화가 과제로 급부상했다. 아직 원자재의 높은 중국 의존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사절단은 한미 첨단산업 비즈니스 포럼을 비롯해 첨단산업·에너지 분야 성과 업무협약 체결식, 클러스터 라운드테이블 행사 등을 통해 미국 정·재계와의 접촉면을 늘리고 심도 깊은 논의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경련과 미국 상공회의소는 포럼을 통해 한미 양국 기업인과 정부 인사들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다. 미국 기업 측에서는 인텔, IBM, 퀄컴, GM 등이 참석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이를 통해 반도체 지원법이나 IRA로 인한 국내 기업의 피해를 막을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지를 두고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방미 사절단이 극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며 실질적 해법 마련은 쉽지 않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시절부터 자국우선주의로 돌아선 만큼 이번 방미를 통해 한국 기업들이 규제에서 벗어나는 극적인 결과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하지만 미 정부의 정책에 부합하는 범위 안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추가 투자 환경을 모색해 볼 수 있는 기회 마련이 최선”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미 추가 투자 방안에 대해 “이미 국내 대기업들이 현지 투자 선물 보따리를 내놓은 만큼 이번 방미를 계기로 추가 투자 방안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지금은 기존 투자안이 잘 진행되는 지를 점검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를 감안할 때 기업들 간에도 한 지역에 집중 투자보다 분산 투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면서 “총수들이 현장에 출동하는 만큼 현지 분위기 등을 감안해 향후 투자 전략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재계는 이번 사절단을 통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부산을 방문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의 방한 일정에서도 재계 총수들은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쳤다.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민간위원장인 최 회장은 지난달 유치위원회 회의에서 “다양한 유치활동을 일회성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개최지가 결정될 때까지 이어나가야 한다”고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번 방미사절단에 참가를 결정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이번 사절단을 통해 롯데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행보에도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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