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대기업 타이틀 놓기 쉽지 않죠. 그래도 이렇게까지 망가진 이상 떠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CJ ENM 직원들이 회사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한 CJ ENM에 대해 실망한 것이다. 최근 기자를 만난 한 직원 A씨도 이미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A씨는 CJ ENM에서 오랜 시간 근무하며 애사심도 높았다. 하지만 결국 회사와 결별을 택했다.

CJ ENM이 직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회사에 불만을 터뜨리는 직원들은 구조조정 외에도 회사의 최근 여러 선택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경영진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콘텐츠 왕국’ CJ ENM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4.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3.7%나 줄었다. 업계에선 CJ ENM이 무리한 경영으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 중이다. 

직원들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회사를 떠나겠다는 A씨는 “지난해 피프스 시즌(옛 엔데버 콘텐츠)을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모든 게 꼬였다”고 말한다. 9300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피프스 시즌 지분 80%를 인수한 뒤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CJ ENM이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이라는 강수를 둬 기존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는 설명이다.

CJ ENM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측은 10년 이상 일부 재직자들에게 3개월치 월급과 근속년수*0.6개월 기본급을 제시하며 사직을 권고했다.

CJ ENM의 구조조정은 구창근 대표가 지난해 연말 취임 된 뒤 시작됐다. 올리브영과 푸드빌 등 CJ 계열사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린 구 대표는 이경후 경영리더의 ‘경영 스승’으로 불린다. 직원들이 이 리더를 비롯한 경영진에 대해 불만을 갖는 이유다. 

물론 CJ ENM 측은 구조조정이 아닌 조직개편의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확인한 결과, 무조건적인 인원 감축이 아닌 효율적 조직개편도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당장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만 보더라도 직원들은 회사의 경영 판단 미스로 인한 손실을 구조조정으로 막으려 한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CJ ENM 구성원은 최근 구조조정 이슈 외에도 안준영 PD와 김용범 PD의 복귀에 대해서도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안 PD와 김 CP는 ‘프로듀스 101’ 생방송 시청자 문자 투표 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지난 2021년 징역 2년 실형을 선고 받았다. 안 PD는 이 과정에서 유흥업소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성과 위주인지는 몰라도, 실형을 산 범죄자를 아무렇지 않게 재입사시키는 회사의 입장을 이해하는 직원들은 많지 않다”며 “CJ ENM은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안 PD와 김 CP를 업무방해 및 배임으로 고소했다. 그러나 이를 번복한 것은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A씨는 “10년 이상 일한 직원들이 허무하게 청춘을 바쳤다는 얘기를 한다. 지금 상황은 구조조정이 아니라 회사가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전과자가 CJ ENM에 취업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CJ ENM은 회사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킨 이들의 재입사 과정을 기존 내부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이해시켜야 할 책임은 있다. 이미 박근형, 정종연, 김민석, 정효민, 이태경, 이진주 PD 등은 CJ ENM을 떠난지 오래다. 이제는 10년 이상 재직한 충신들이 짐을 꾸리고 있다. CJ ENM의 내부 관리 및 신뢰 회복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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