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H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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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이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비싼 몸값으로 인해 유력 후보군들 조차 손사래를 치고 있어 정부가 해법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보유한 영구채가 매각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 몸값 낮추기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7일 재계 등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 10일 HMM 매각 자문 킥오프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매각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앞서 양 기관은 지난 7일 HMM 경영권 매각 관련 용역 수행기관인 삼성증권(매각자문), 삼일회계법인(회계자문) 및 법무법인 광장(법무자문) 등과 자문용역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HMM은 산은과 해양진흥공사가 각각 지분 20.7%, 19.96%를 보유한 공적자금 투입기업으로 2018년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국내 최대이자 세계 8위 해운사로 거듭났다.

실제 HMM 지난해 매출은 사상 최대인 18조582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9조9515억원을 달성했다. 여기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조9801억원에 달한다. 증권가는 HMM의 현금성 자산 규모를 14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이에 채권단 측은 매각을 통한 자금 회수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HMM 몸값이 급등하면서 인수자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매각에 대한 해법을 찾기까지 쉽지 않아 보인다.

HMM의 최근 3개월간 평균 종가인 주당 2만1384원을 기준으로 현재 양 기관이 보유한 지분 40.65%의 가치는 4조원 정도다.

문제는 양측이 보유한 2조68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사채(BW)를 모두 보통주로 바꿀 경우 보유지분은 71.7%까지 치솟게 된다.

이럴 경우 시가총액은 9조9275억원 가량으로 여기에 경영권 등을 감안하면 매각 가격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인수 후보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 기관이 보유한 영구채를 HMM이 보유한 현금으로 사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금융업계 등은 HMM이 영구채를 현금으로 갚고 남은 현금도 전액 배당하면 경영프리미엄을 더하더라도 매각 대금이 약 5조5000억원 정도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 자문사인 삼성증권의 김영호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지분이 70%일 때 배당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을 6조5000억원으로 계산하고 실제 인수 부담을 3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HMM이 영구채를 사들이고 정부가 지분 40.7%에 대해 3조7000억원을 매각대금으로 회수하면 실제 인수 대금은 1조9000억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정부 입장에서는 주식 전환을 포기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 수년간 공적자금을 들여 회생한 HMM의 매각 대금이 낮아지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기했다는 비판에 휩싸일 수 있기 떄문이다.

영구채의 주식 전환 및 주식전환권 행사 가격은 5000원이다. HMM 주식이 2만원을 오가는 상황을 살펴보면 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주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김경배 HMM 대표가 지난 주주총회에서 “영구채는 상환시기가 돌아오면 바로 상환을 시도할 것”이라면서도 “채권단의 입장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는 주요 그룹들도 인수의향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재계 등에서는 포스코그룹, LX그룹, 현대차그룹, SM그룹, CJ그룹 등을 유력한 인수후보군으로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12일 “HMM 인수 의사가 전혀없고 모빌리티 운송에만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혀 인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포스코홀딩스도 지난 1월 콘퍼런스콜에서 “HMM 인수는 당사의 중장기 사업 방향과 맞지 않고 현재로서는 인수를 전형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LX인터내셔널이 지난달 23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행 주식 수 한도를 기존 8000만주에서 1억6000만주로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안건을 통과시켜 HMM 인수를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HMM 지분 5.52%를 보유한 3대 주주 SM상선 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SM상선은 지난해 HMM 지분을 잇달아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3.37%에서 5.52%까지 늘렸다.

하지만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HMM의 성공적 매각을 위해서는 사채 처리 방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면서 “영구채 해결 없이는 원매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산은과 해양진흥공사는 △전환권 행사를 통해 확보한 주식을 국민주 형태로 공개하는 방안 △재무적 투자자(FI)에게 경쟁 입찰을 통해 매각하는 방안 △매각을 전제로 전환사채를 조기 상환받는 방안 등을 놓고 저울질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영구채도 향후 인수자에게 넘길 수 있는 권리를 얻으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며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되 그 주식을 인수자의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처분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최근 해운 운임이 낮아지는 등 업계가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 인수후보군을 끌어당길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글로벌 컨테이선 운임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1월 7일 기준 고점인 5109.60 포인트 대비 5분의 1 수준인 956.9포인트(지난 7일 기준)까지 하락했다.

통상 해운사들은 SCFI1000을 손익분기점으로 여기고 있다. 그 밑으로 내려가면 배를 띄울수록 적자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올해 운임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하락한 것은 맞다”면서도 “최근 소폭의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관계자는 “HMM의 경우 경쟁사에 비해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구축하고 있어 당장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영구채를 해소하는 등 몸값 낮추기가 매각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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