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로 세분화하고 있는 세대 구조 속에서 리빙 업계가 저마다의 생존전략을 들고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새로운 소비 방식의 도입과 같은 새로운 도전부터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까지. 업계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변화의 모습을 보다 가깝고 생동감 있게,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해보는 자리를 마련해본다. <편집자 주>
[사진=퍼시스, 그래픽=고선호 기자]
[사진=퍼시스, 그래픽=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한샘과 현대리바트가 1·2위를 양분하고 있는 국내 가구업계 내에서도 각 카테고리별 위상은 기업마다 천차만별이다.

그중에서도 퍼시스는 사무용 가구 부문에서 말 그대로 독보적인 입지를 지니고 있다.

퍼시스는 흔히들 사무용 가구는 철제가구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던 1980년대 목재 가구와 시스템 가구를 선보이며 국내 사무실 풍경을 바꾸어 놓는 데 크게 기여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이후 불어 닥친 재택 열풍으로 인해 ‘집 안에 사무실’이라는 개념이 유행하면서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하는 등 좋은 수완을 거뒀다.

자연스럽게 주가도 고공행진하며 역대급 실적을 챙기나 했으나,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됐다.

 

장사는 잘했지만 투자는 ‘낙제’

퍼시스는 2022년 연결기준 매출 3814억원, 영업이익 32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16.7%, 영업이익은 14.3% 각각 증가한 수치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엔데믹 이후 가구업계 전반에 실적 악화 추세가 도드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주력 제품인 ‘모션데스크’ 등을 앞세워 호실적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퍼시스는 2015년 모션데스크를 출시한 이후 변화된 업무 방식에 적합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라인업을 구축 중이다.

하지만 영업부문의 성광에도 불구하고 퍼시스의 영업이익은 전년의 7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처럼 드라마틱한 실적 악화의 배경에는 막대한 투자 리스크가 있다.

앞서 퍼시스는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허만밀러 등을 통해 사모투자신탁, 펀드, 지분증권 등에 투자한 바 있다.

그러나 2021년 퍼시스가 투자한 2123억원의 투자금은 1년만에 1490억원대로 곤두박질 쳤다. 이는 당시 본격화된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비롯해 천정부지로 치솟은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코로나 종식에 따른 재택근무 종료 추세로 사무용 가구 업계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어 투자 부문의 실패를 수습하기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큰 문제는 미래가치…ESG ‘낙제’ 오명

퍼시스는 ESG(환경·사화·지배구조) 중심의 경영강화에 그 어떤 가구기업보다 발 빠르게 대응해왔다.

앞서 그룹 내 모든 가구 브랜드에 자연분해성 비닐포장을 적용하는 등 친환경 경영에 속도를 높였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일룸은 '에코 디자인 프로세스'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에코 디자인 프로세스는 유럽식 E0등급 합판, 비용제형 수성 접착제, 수발포공법으로 만든 우레탄 등을 사용해 인체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해물질 배출을 최소화한 게 특징이다.

또한 사회공헌 플랫폼 ‘행복얼라이언스’에 가입해 저소득층 가정에 책상과 의자 등을 지원하고 있다. 매년 청소년들의 학습환경 개선도 돕고, 소아암 어린이 쉼터 지원사업 등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배구조 개선에서 나왔다.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편법 승계 논란과 본사 위주의 경영정책 등이 화두로 떠올랐다.

우선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퍼시스의 승계 과정은 △손동창 명예회장을 중심으로 한 퍼시스홀딩스(옛 시디즈)와 퍼시스와의 지분 관계 △손 명예회장의 장남인 손태희 사장과 일룸, 시디즈(옛 팀스)로 이어지는 구조 승계 과정 등이 논란의 핵심축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복잡한 승계 과정에 필요한 자금 마련 과정 중 위법행위가 있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실제 지난 2020년 5월 서울지방국세청은 조사4국을 투입해 퍼시스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의 위법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대리점과의 분쟁의 경우 퍼시스가 지금까지 고객과 판매 계약을 맺은 대리점이 퍼시스에 제품을 주문하는 형태로 운영돼 온 판매 정책을 본사와 고객 간의 직접 계약으로 변경, 이를 대리점주들과 협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대리점에 공지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특히 이 과정에서 확정되지 않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악용해 대리점주들을 속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같은 경영·지배구조 부문에서 수 차례 내홍이 일자 퍼시스는 지난해 ESG 평가에서 D등급을 받게 됐다.

 

절반의 실패, 그럼에도 계속 ‘도전’

퍼시스는 사무용 가구에 특화된 만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무공간의 변화에서 기회를 모색해왔다. 그 결과 2021년 창립 이래 최대인 매출 3265억원, 순이익 451억원으로 전년대비 32% 개선된 영업실적을 내기도 했다.

물론 지난해 실적 부문에서 투자 실패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입긴 했으나, 퍼시스 제품 자체에 대한 시장성은 여전히 건재해 추가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저력은 있다.

퍼시스는 지난 몇 년간 시스템부스를 출시해 가구와 공사의 개념통합을 기획하는 등 오피스 인테리어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스마트 데스크와 같은 사무용 공간 컨설팅과 사무용 가구 사업라는 카테고리에 국한되지 않는 과감한 도전과 투자를 이어 나가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퍼시스는 “위기 상황 속에서 퍼시스는 새로운 환경 및 문화가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발생하는 사무공간의 변화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