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HD현대]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3월 주총 시즌을 맞아 주요 기업들이 사명을 교체하는 등 신사업 확대 및 정체성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등 여러 우려를 내놓고 있지만 기업들은 신사업 진출 등 지속성장을 위한 혁신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철강·조선·중공업 등 전통 제조업 기반 기업들이 사명 변경을 통해 신사업 개척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30일 재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사명 변경 등을 통해 정체성 강화 및 신사업 육성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올해 들어 사명 변경을 완료했거나 추진 중인 기업은 10여 곳에 이른다.

우선 한화그룹이 영상보안 전문기업인 ‘한화테크윈’의 사명을 이달부터 ‘한화비전’으로 바꿨다.

한화비전은 영상보안 솔루션에서 더 나아가 차세대 비전 솔루션을 선도함으로써 고객 비즈니스 운영에 필요한 통찰력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더불어 한화그룹은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명으로 ‘한화오션’을 염두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한화조선해양’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한화오션으로 상표권을 등록한 만큼 유력한 후보군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한화오션으로 사명을 확정한 건 아니다”라며 “기업결합 승인이 난 이후에 결정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롯데그룹도 일부 계열사의 사명 변경을 통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인수한 동박 제조업체 ‘일진머티리얼즈’가 지난 14일 주총을 통해 사명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로 변경했다. 특히 기존 사명에 이차전지사업 등을 포괄하는 의미인 에너지가 포함돼 차세대 소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 지난해 7월 ‘롯데푸드’와의 합병을 마무리한 ‘롯데제과’는 지난 23일 주총을 통해 56년간 사용해온 사명을 ‘롯데웰푸드’로 변경했다.

이번 사명 변경은 제과 기업에 한정됐던 사업 영역의 확장성을 담보하고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미 롯데제과는 제과 사업뿐만 아니라 간편식, 육가공, 유가공 등 다양한 사업 영역을 영위하고 있다. 향후 케어푸드, 기능성 식품, 비건푸드 등 신규 카테고리 진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포스코그룹도 올해 주총을 계기로 계열사 사명을 손봤다.

먼저 그룹 내 이차전지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케미칼’은 새로운 사명인 ‘포스코퓨처엠’으로 재탄생 했다. 이는 미래와 소재, 변화, 매니저의 첫 글자인 ‘M’을 결합해 미래소재 기업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또 2024년 창립 30주년을 맞은 ‘포스코건설’은 ‘포스코이앤씨’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앤씨는 자연처럼 깨끗한 친환경 미래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에코(Eco)’와 더 높은 곳의 삶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도전을 상징하는 ‘챌린지(Challenge)’의 뜻을 담고 있어 그간의 건설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진보된 친환경 미래를 건설하는 주역으로 발돋음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정보기술·엔지니어링 전문업체인 ‘포스코ICT’도 사명을 주총을 통해 ‘포스코DX’로 변경했다. DX는 디지털 대전환을 의미해 기존 업무영역 중심 사명이 갖는 한계에서 벗어나 사업 확장성과 미래가치를 담기 위한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외에도 포스코 그룹은 그룹 특허를 담당하는 ‘포스코알텍’의 사명을 ‘포스코IH’로, 포스코A&C(건설서비스), 포스코O&M(종합자산관리) 등도 새 사명 도입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석유화학사업을 담당하는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사업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사명을 ‘SK엔무브’로 변경했다.

엔무브는 더 깨끗하고(Environmental) 행복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힘(Movement)을 만들어 가는 기업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또 ‘SKC미래소재’와 자회사인 ‘SKC하이테크앤마케팅’은 각각 ‘SK마이크로웍스’, ‘SK마이크로웍스솔루션즈’로 바꿨다. SKC의 반도체 소재 부품 사업 투자사 ‘SKC솔믹스’는 ‘SK엔퍼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이 ‘HD현대’로 사명을 바꾼 이후 대대적인 계열사 사명 변경를 통해 정체성 강화 및 대대적인 그룹 역할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HD현대(구 현대중공업지주)는 해양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어 지난 50년간 그룹 전체를 상징하던 ‘중공업’을 버리고 새 사명으로 탈바꿈했다.

앞서 HD현대는 50주년 비전선포식에서 ‘시대를 이끄는 혁신과 끊임없는 도전으로 인류의 미래를 개척한다’는 미션을 공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3대 핵심 사업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조선해양 부문은 ‘바다의 무한한 잠재력 실현’, 에너지 부문은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 생태계 구현’, 산업기계 부문은 ‘시공간적 한계를 초월하는 산업솔루션 제공’을 새로운 비전으로 삼고 미래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이에 맞춰 주총을 통해 계열사들의 사명 변경을 완료했다.

조선사업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지난 28일 주총을 통해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으로 사명을 바꿨다.

다만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향후 사명을 변경할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기계부문 중간지주사인 ‘현대제뉴인’도 같은날 사명을 ‘HD현대사이트솔루션’으로 바꿨다. 이에 대해 HD현대사이트솔루션 측은 건설과 산업, 물류 현장의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미션과 정체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건설기계부문 계열사인 ‘현대두산인프라코어’도 ‘HD현대인프라코어’로, ‘현대건설기계’도 ‘HD현대건설기계’로 변경해 그룹 정체성을 강화했다.

이밖에 에너지부문 자회사들 역시 HD를 부착한 사명으로 변경됐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KG그룹 품으로 들어간 ‘쌍용자동차’도 35년만에 새로운 사명인 ‘KG모빌리티’로 변경했다. 쌍용차는 지난 22일 주총을 통해 사명 변경을 확정했다.

특히 KG그룹은 새로운 사명인 모빌리티를 통해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와 판매에 국한하지 않고 전동화, 자율주행, 연결성 등 미래 지향적인 기술 개발과 적용, 이를 기반으로 한 이동성 서비스 제공까지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

실제 KG모빌리티는 이번 사명 변경과 함게 인증 중고차 사업, 특장 사업 등 다양한 신규 사업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또 쌍용차의 계열사인 ‘SY오토캐피탈’도 KG이니시스가 인수해 ‘KG캐피탈’로 이름을 바꾼다. 특히 KG그룹 차원에서 자동차금융시장에 진출한다.

이 같은 사명 변경 바람은 가속화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명을 변경하는 것은 낡은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신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겠주겠다는 취지”라며 “기존 사명에서 업종을 전면에 내세운 기업들이 사업 확장에 한계를 느끼면서 확장성 있고 미래 지향적인 사명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명과 CI를 바꿀때마다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면서도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따라 기업들의 사업 비중이 변화되고 있어 기존 회사명이 제한적이거나 걸림돌이 될 수 있기에 사업 영역을 넓히는 차원으로 사명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2021년 ‘hy’로 사명을 바꾼 ‘한국야쿠르트’는 어린이보다 성인용 제품이 더 많이 팔려 특정 제품명이 담긴 사명이 회사를 대표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50년 이상 써온 사명을 바꿨다.

‘한라그룹’ 역시 젊은 브랜드로 탈바꿈하기 위해 지난해 8월 ‘HL’로 사명을 교체한 바 있다.

최근 ‘매일유업’의 경우 사명에서 ‘유업’이라는 단어를 제외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저출산 분위기 속에서 우유 관련 매출이 줄어든 반면 단백질보충제 등 주력 사업이 바뀌고 있어서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사명을 변경한 상장사는 총 104개로 조사됐다.

이들은 사명 변경 사유로 회사 이미지 제고(29.9%), 경영 목적 및 전략 제고(27.7%), 회사 분할·합병(20.4%), 사업 다각화(20.4%) 등을 이유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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