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안을 두고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NO재팬’ 운동이 재확산될지 여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안을 두고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NO재팬’ 운동이 재확산될지 여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정부가 마련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안에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한일관계에 대한 국민 인식에 따라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민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른바 제3자 병존적 채무인사 방안으로, 지난 2018년 대법원에서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받은 피해자 15명에 대한 배상금을 지급하는 주체를 일본 전범기업이 아닌 국내 재단으로 정했다.

정부는 2018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후 단절된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는 이같은 정부 방침에 대한 국민 여론을 살피고 있다. 아직까지 여파가 있는 ‘NO재팬’ 운동이 사그라들 것인지, 재확산될 것인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NO재팬 트라우마’로 불릴 정도로 심한 타격을 입었다. 한국 대법원 판결의 보복으로 일본이 2019년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시작하자 우리나라 국민들은 ‘NO재팬, 가지 않겠습니다, 사지 않겠습니다’라는 표어 아래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돌입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엔 일본 전범기업 및 일본 제품 리스트가 공개됐으며, 한국 대체상품 리스트도 업데이트됐다. 일부 국내 기업은 수혜를 입은 반면, 대다수 유통업계는 큰 피해를 봤다.

마트와 편의점이 대표적이다. 인기 품목인 일본 맥주는 아예 판매가 되지 않는 수준이 됐고, 일본 인기 상품은 매대 뒤쪽으로 밀려나 전시됐다. 일본 여행 수요도 급감했고, 유니클로는 몇몇 매장을 국내에서 철수할 정도로 매출이 폭락했다.

시간이 지나 ‘NO재팬’ 운동이 사그라들자 일부 일본 브랜드의 국내 매출이 흑자로 돌아서는 등 완화되는 분위기였다. 유니클로는 2020년 884억원 적자에서 2021년 1148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최근엔 위스키와 하이볼, ‘슬램덩크’ 인기에 일본산 주류도 다시 인기를 끌고 있고, 일본 관광객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NO재팬’ 운동이 완화되는 분위기에서 이번 정부 조치가 발표되자 유통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일관계 정상화를 기대하는 시선도 있지만, 일각에선 정부 조치가 반일 감정을 자극해 ‘NO재팬’ 운동이 재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번 정부 조치는 지난 2018년 대법원 판결 정신을 훼손하고 피해자들의 투쟁을 무력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조치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의견이 갈린다.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반기는 여론이 있는가하면, 일본 전범기업들이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고 문제가 덮일 것이라는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일본기업의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이런 여론 흐름에 매우 민감하다. 롯데쇼핑은 유니클로 한국법인 지분 49%를 보유 중이다. 롯데상사도 무인양품 한국법인 지분 40%를, 롯데칠성은 롯데아사히주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일본 자본이 다수 투입된 기업이라는 국민 인식이 강하다. 또 실제로 대표적인 일본 브랜드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만일 ‘NO재팬’ 운동이 재확산되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장 4년 만에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었던 롯데아사히주류는 시장 상황을 살피며 신제품 출시 시기를 조정 중이다. 

최근 위스키와 하이볼 열풍에 발맞춰 일본 주류를 내놓은 편의점업계도 ‘NO재팬’ 운동이 재확산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일본산 위스키 원액을 넣은 하이볼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었던 세븐일레븐도 여론을 살피고 있다.

일각에선 한일관계가 정상화되면 다시 한중관계가 문제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일 군사동맹 체제가 굳건해지면 그만큼 한중관계가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 ‘NO재팬’ 운동이 재확산될 기미가 크게 보이지 않아 여행업계 등을 중심으로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으며, 유통업계에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본격화되는 모습은 없다”고 알렸다.

다만 “일부 커뮤니티에서 ‘NO재팬’ 운동을 더 강하게 전개해 일본 기업들에게 경각심을 줘야 한다는 글 등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고, 정부 조치가 발표된 후 대통령 지지도가 주춤하는 모습은 이번 조치에 대한 반발 여론이 투영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와서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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