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면세점업계 화두는 중국 국영면세점그룹(CDFG)다. 분위기만 살피다 말 줄 알았던 CDFG가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 최종 참여하면서 국내 면세점업계의 모든 시선이 CDFG의 행보에 쏠렸다.

CDFG가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게 되는 것을 국내 면세업계가 경계하는 이유는 하나다. 국내 면세사업 매출의 대부분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한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한국 면세시장은 중국인들이 움직인다. 중국 고객과 중국 보따리상이 면세시장 매출 70~80%에 달한다”고 말했다. CDFG가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낼 경우 대부분의 중국 고객을 CDFG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면세업계의 잘못도 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 고객을 유치하려다 송객수수료가 지난해 4조원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올 정도로, 결국 이들을 보는 것은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귀띔했다. 당장 실적을 위해 중국 고객에 의존하던 것이 오히려 걸림돌이 돼버렸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내 면세업계는 하나같이 입을 모아 “정부의 나몰라라식 방치가 지금의 ‘중국 면세점 공포’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한다.

불과 2019년만 해도 CDFG는 글로벌 면세점 시장에서 한국 면세점에 밀리고 있었다. 스위스 듀프리,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이 글로벌 1~3위였지만, 2020년부터 단숨에 1위로 치고 올라온 CDFG는 줄곧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CDFG가 글로벌 면세점업계 1위로 성장한 배경엔 중국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있었다. 중국은 코로나19 기간에 자국 내 면세특구를 지정하고 면세 한도를 크게 상향했으며, 면세 품목도 확대했다. 사실상 CDFG를 위해 대부분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이런 적극적 움직임이 없었다. 일시적인 임대료 지원이나 면세품을 내수 판매하는 등 정책이 있었지만, 면세사업 발전을 위한 장기적 플랜은 찾아볼 수 없다. 코로나19 시기를 기회삼아 면세업계 정상을 차지한 중국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으니 방치한 듯한 모양새다.

업계에선 국내 면세점 사업권 입찰 심사 기준이라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광산업을 육성하고 이와 연계되는 면세산업으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국가들은 실제로 면세점 사업권 입찰시 자국 기업에 특혜를 제공한다. 

한국 역시 입찰 심사 과정에서 국내에서의 사회 환원과 상생 협력, 그간 기업이 우리나라 경제 및 사회 발전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고려한다. 하지만 현재 심사 기준에선 입찰 가격이 40%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즉 돈만 많다면 우선권을 점할 수 있단 얘기다. 면세업계의 안일함과 정부의 무관심 속에 중국의 자본력을 업은 CDFG 경계령은 현실로 다가왔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