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준 변호사법무법인 BHSN이화여자대학교 로스쿨 외래교수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의료, 스포츠)
오승준 변호사
법무법인 BHSN
이화여자대학교 로스쿨 외래교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의료, 스포츠)

협상을 거쳐 계약서까지 잘 작성하고 물품 또는 서비스를 공급하기로 했는데, 실수로 ‘VAT 별도’ 또는 ‘VAT 포함’이라는 말을 기재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의 당사자들이 서로 같은 금액으로 이해하고 있다면 서로가 의도한 바대로 자연스럽게 돈을 주고받으면 되겠지만, 공급하는 자와 공급받는 자가 동상이몽을 하는 경우에는 큰 다툼이 발생하곤 한다.

“당연히 부가세는 별도로 주셔야죠.”

공급자 A는 이렇게 말해보지만, 돈을 주는 B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부가세를 포함한 금액으로 상부의 결재까지 다 받아놓아서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10억짜리 계약이라 부가가치세만 1억인데, 갑자기 1억을 더 내놓으라니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럴 때 계약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일단 양 당사자가 협의하여 계약을 파기하거나, 계약서를 다시 작성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그렇게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양쪽 모두 양보하지 않는다면 결국 계약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밖에 없다.

일단 대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당사자의 의사 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계약의 내용, 계약이 체결된 동기와 경위, 계약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라고 계약 해석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다231598 판결). 따라서 계약서에 없는 내용은 양 당사자가 주고받은 공문의 내용, 실무자들의 이메일, 문자메시지, 기타 여러 가지 정황을 따져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계약서에는 기재되어 있지 않지만 실무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에 ‘VAT는 별도다’라는 말이 명확히 써있다면 그 내용에 따라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부가가치세의 부담에 관한 약정은 반드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 당시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공급 후에 한 경우에도 유효하며, 또한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묵시적인 형태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다33984 판결 등 참조). 많은 경우에서 이런 묵시적인 정황이 드러나곤 한다.

하지만 계약 체결 무렵의 여러 정황을 아무리 따져 봐도,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에도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이때는 아래 대법원 판례를 참고해 볼 만 하다.

대법원은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때에는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그 공급을 받는 자로부터 징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부가가치세법 제31조는 사업자로부터 징수하는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공급을 받는 자에게 차례로 전가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최종소비자에게 이를 부담시키겠다는 취지를 선언한 것에 불과하므로, 사업자가 위 규정을 근거로 공급을 받는 사람으로부터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직접 징수할 사법상의 권리는 없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40677, 40684 판결 참조)”라고 판시했다. 또한 공사대금에 관한 사례에서도 “명시적인 약정이 없는 이상 공사대금을 포함한 약정금 지급에 관한 합의에 부가가치세까지 포함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대법원 2012. 1. 27.선고 2011다76549 판결)”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이런 판례의 태도는 여러 계약 관계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으므로 “부가세를 별도로 지급할 수 없다”는 B의 주장이 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 및 계약 체결 단계에서 이런 내용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것이다. 명시적인 금액을 기재하는 경우, 예를 들어 ‘100,000,000원(VAT 별도)’의 경우에는 VAT 부담 여부를 잘 빠뜨리지 않지만 정확한 금액이 아닌 비율을 기재하는 경우, 예를 들어 ‘수수료는 매출액의 5%로 한다’의 경우에는 실무자들이 종종 VAT 표시를 빠뜨리곤 한다.

대법원 판례까지 찾아가며 해석을 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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