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하락세가 장기화되면서 갖은 악재가 빗발치자 중견건설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그래픽=고선호 기자]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가 장기화되면서 갖은 악재가 빗발치자 중견건설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그래픽=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원자재 시장의 악화와 고금리, 미분양 사태 등의 악재로 국내 중견건설사들의 작년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장기화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자금 유동성 악화로 올해 추가적인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지면서 업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상장 중견건설사 중 주요 9개사의 연간영업이익을 살펴보면 2022년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38억8595만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각 건설사별 연간실적을 살펴보면 계룡건설·동부건설·남광토건·일성건설 등 4개사는 매출부문에서는 4사 평균 2114억8016만원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의 하락폭이 48.87%에 달해 부진한 수익구조를 보였다.

이 밖에도 각사별 영업이익 증감추이에 따르면 △금호건설 –556억4503만원 △한신공영 -74억4971만원 △HL D&I 한라 –259억6590만원 등이 부진한 성적을 받아들었다.

다만 IS동서와 진흥기업이 영업이익 부문에서 각각 342억1326억원과 73억3379만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1%, 16.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해당 리스트에서 제외된 KCC건설과 DL건설, 신세계건설 등도 마이너스 실적을 면치 못했다.

KCC건설은 작년 10억9183만원 영업손실 기록해 적자 전환했으며, DL건설 또한 영업이익이 약 64.7% 감소해 당기순이익이 68%까지 쪼그라들었다.

신세계건설 또한 25억7000만원에 달하는 적자 규모를 기록하면서 세 기업 중 가장 큰 하락폭 보였다.

이들 중견건설사들의 급격한 실적 하락은 토목·건축 부문의 자재가 상승과 외주비 인상 등으로 인한 이익 감소에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과 금융권의 소극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응으로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올해 중견건설사들의 경영 전망도 그리 좋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한국신용평가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자금시장 전반의 회복 완화 추세로 최악의 유동성 경색은 벗어나고 있지만, 건설사들의 직접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신평 관계자는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부각된 일부 건설사와 자금조달 수단이 제한적인 중견 이하 건설사, 부동산 경기가 저조한 지역에 소재한 사업장일수록 조달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특히 올해부터는 경기 저하로 인한 분양실적 부진이 건설사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가시화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또한 미분양 추세가 장기화될 경우 공사비 회수 지연, PF 사업성 저하로 인한 우발채무 현실화 등 건설사의 영업 및 재무적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사원가 투입에도 미분양으로 공사대금 회수에 지속적으로 차질이 발생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미청구공사를 포함한 공사 미수금, 재고자산 등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운전자금 부담이 커지면서 외부차입 규모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를 방증하듯 일부 중견건설사들의 회사채 미매각 사태가 현실화되면서 유동성 악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실제 최근 한신공영(BBB)의 1년물 5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에서 450억원이 미매각처리 됐다. 이는 7.5~9.5%의 높은 금리를 제시했음에도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부정적인 전망 속에 중견건설사들은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악화된 자금 유동성으로 인해 차입금 차환 등의 애로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PF 우발채무 규모를 비롯해 부채 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향후 재정적 부담 해소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업계에서도)올해 주택 시장 침체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할 거라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특히 대형 건설사와 중견 건설사 간의 영업 실적 격차가 커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 분산된 사업 구성과 우수한 전·후방 교섭력을 토대로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중견사들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원가 전가 능력 등으로 영업적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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