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반도체업계에 ‘인력수급 문제’가 본격화하고 있다. 그나마 있는 우수인력마저 거대 자본을 앞세운 미국 빅테크가 빼내가는 실정이다.

업계는 향후 10년간 인력 3만여명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먼 미래 얘기가 아니다. 이미 지난 2020년 연간 부족인력은 1600여명에 달했다.

정부는 해묵은 ‘구조적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팔걷고 나섰다. 반도체 학과를 늘리고 학과 정원을 확대해 중장기적인 인력수급난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 반도체 학과 합격자들이 등록을 대거 포기하면서 현실적인 한계를 노출했다. 대학계는 합격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의·약대 진학을 위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분석했다. 아직 학계에 자리잡지 못해 말 많고 탈 많은 ‘신생 학과’의 비애다.

진짜 문제는 학계의 ‘인구 역피라미드’ 현상이다. 학과와 인원이 확대돼도 가르칠 교수가 없다.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구조 근본 자체에 한계가 극명한 셈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60대 이상 교수가 늘어나면서 ‘고령화 추세’가 심화하고 있다. 교수 정년이 65세인 점에 비춰볼 때, 피라미드 최상위층을 점령한 고령 교수진이 5년 내로 대거 이탈하면 교육 측면에 큰 공백이 불가피하다.

아직 이렇다할 대비책은 전무하다. 학계에선 유관학과 교수과 시니어 교수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만 이마저도 유관학과 붕괴와 세대·지역간 이해상충관계 등 여러 한계가 상존한다.

결국 대안은 있지만 해결책이 없다. 정부의 ‘반도체 인력양성 정책’은 뿌리 없는 나무를 심는 ‘시기상조 미봉책’으로 귀결된다.

반도체 부문은 특히 축적지식과 연구범위가 광범위해 ‘석·박사 고급인력’ 양성이 필수다. 학부생들을 대학원으로 유도할 수 있는 연계방안이 절실하다.

교수 인력도 마찬가지다. 당장의 교육 공백을 막기 위해 업계 우수 엔지니어를 교수로 임용하기엔 학문적 한계가 극명하다는 것이 학계 중론이다.

안정적으로 교수인력과 고급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선 반도체 학과의 ‘대세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학부생들이 인공지능(AI) 등 대세 학과로 중도이탈하는 현상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 크다.

반도체 부문은 연구계의 노후화 장비를 전면 교체하고 연구비를 늘리는 등 연구환경을 대폭 개선해 산업 성과로 활발히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긴 호흡을 갖춘 ‘중장기 계획’은 필수적이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세’가 가속화하면서 낡은 교육 인프라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보다 시급해졌다. 오는 2030년 학령인구는 지난 2020년 대비 78%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뿌리 없는 나무에 잎이 필까. 무성한 열매를 맺고 싶다면 거센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을 ‘뿌리심기’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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