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전기차 주차장에 충전 중인 차량들. [사진=연합뉴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전기차 주차장에 충전 중인 차량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최근 발표한 2023년 전기차 구매 보조금 개편안이 논란이다. 특히 보조금 100% 수령을 위해선 일정 가격 이하의 차량을 구매해야 하는데, 올해엔 그 상한선이 5500만원 미만에서 5700만원 미만으로 200만원 상향조정 됐다. 정부는 “부품,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으나, 소비자들은 “상한액이 높아진 만큼 차 가격이 오르지 않겠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개편안에선 6000만원 미만이던 상한액을 한꺼번에 500만원을 내리면서 “기본적인 전기차 가격 인하 효과를 유도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다시 상한선을 올리면서 단순히 ‘금액’을 통해 차량 가격을 조정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인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들은 지난 2일 발표된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에 맞춰 올해 나올 신차 가격 책정을 논의 중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제조사 관계자는 “보조금 상한액이 올랐다고 해서 갑자기 가격을 올리지는 않겠지만 영향은 있을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변화 요소가 많아 가격 변동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엔데믹 시대로 넘어가면서 원자재의 공급망은 어느정도 정상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구리‧니켈‧철광석‧알루미늄 등의 가격도 지난해에 비해 소폭 내려갔다. 2019년 이전의 회복세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리겠지만 코로나19 사태 한가운데 만큼 사정이 좋지 않은 건 아니라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전기차에는 고용량 배터리가 들어가기에 특히 원자재 가격에 민감하다. 이는 늘 고민하던 문제로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더 큰 문제는 보조금 규모로 따라 전기차 가격이 정해지는 업계 추세다. 전기차 가격은 세그먼트, 성능별로 천차만별이다. 브랜드별 보급형으로 분류되는 모델의 경우 대체로 보조금을 전액 받을 수 있도록 상한액 이하로 책정돼 있으며, 이는 판매량과도 직결된다. 따라서 각 브랜드사는 매년 초 나오는 보조금 개편안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승용차)는 △현대차 아이오닉(2만7399대, 5005만원부터) △기아 EV6(2만4852대, 4870만원부터) △현대차 아이오닉 6(1만1289대, 5200만원부터) △기아 니로 EV(1만164대, 4855만원부터) △테슬라 모델 3(6965대, 5999만원부터) △테슬라 모델 Y(6073대, 7789만원부터) △제네시스 GV60(5639대, 6493만원부터) 등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인 4종은 지난해 보조금 상한액인 5500만원 미만이다.

수입차 중에서도 △쉐보레 볼트EV(4430만원) △폴스타 폴스타2(5490만원부터) △폭스바겐코리아 ID.4(5490만원) 등도 보조금 100% 수령 대상이었다. 모두 전략적 가격 책정이다. 그러나 이번 상한액 상향 조치로 같은 모델이라도 연식변경 등에선 가격변동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연도별 전기차 보조금과 규모.
연도별 전기차 보조금과 규모.

환경부는 이에 대해 “세계 정세 불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고물가‧고환율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너무 높아졌고, 배터리 값도 크게 올라 자동차 제조사들의 고심이 컸다”며 “이에 따른 조치이며, 대신 보조금 수령 대상 확대를 통해 전기차 보급 확대는 늘려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린다. 김태년 미래모빌리티연구소장은 “전기차 보급을 위한다면 차 가격은 되도록 다운시키는 게 맞다. 전 세계적으로도 상한액을 올리는 경우는 없다”며 “환경 정책에 역행하는 개편안”이라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이번 보조금 개편안은 전체적으로는 잘 조정했다고 본다”면서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듬을 부분이 많아 보인다. 한번 결정되면 내년 개편까진 수정이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 자문, 실사 등으로 좀 더 세심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지난 2일 정부는 전기 승용차 국고 보조금을 지난해 700만원에서 20만원 줄어든 680만원으로 확정했다.

정부가 발표한 2023년 전기차 구매 보조금 개편방안에 따르면 가격을 줄인 대신 지원 대상은 31% 늘려 21만5000대를 확대 지원한다. 차량 1대당 보조금은 낮추는 대신 대상을 늘려 보급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또 지난해 보조금 100% 전액 지원 기준선을 5500만원으로 책정한 데 반해 올해부턴 5700만원까지로 조정했다. 물가 상승분과 전기차의 높은 가격을 반영한 조치다.

보조금 지원 상한선은 8500만원 이하로 유지됐다. 5700만원 이상 8500만원 이하 전기승용차에는 보조금이 절반 지원된다.

이번 보조금 개편안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기획재정부 등이 관계부처 협의체를 구성해 차종별 제작·수입사와 간담회를 열고 제출된 의견에 대한 검토를 거쳐 마련됐다.

발표에 따르면 전기승용차 보조금 가운데 성능보조금(주행·연비보조금) 상한선은 중대형, 소형, 초소형으로 나뉘어 규정됐다. 중대형의 경우 500만원인데 이는 지난해(600만원)보다 100만원 준 것이다. 소형은 상한선이 400만원이고 초소형은 작년보다 50만원 적은 350만원이다.

저소득층·소상공인은 보조금 산정금액의 10%를 추가 지원하되, 초소형 전기 승용차는 추가 지원을 20%로 확대했다.

관심을 모았던 직영 정비센터 운영 및 정비 이력 전산 관리 여부 등에 따른 차등 지급 기준은 제작사 사후관리 역량을 평가하고, 이에 따라 성능보조금을 최대 20% 차등해 지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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