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찬주 기자] “제가 눈도 작고, 아내도 그런데(하하하). 우리 애가 웃을 때 실눈이 되는 걸 보면서 ‘우리 애구나!’ 생각했어요.”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의 가족. [사진=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의 가족. [사진=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제 6·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 구로구의회 재선)은 지난 22일 이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2019년 초 공개입양한 자신의 딸 서은이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는 것처럼 보였다.

최근 입양가정 정치인 가운데 알려진 바로는 최재형,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있다.

이번 인터뷰로 김 수석대변인도 공개입양 정치인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지난 1일 기자와 국밥 한 그릇 말아 먹으며 ‘결혼’에 관한 소담에서 자신이 입양가정이라고 밝혔다. 다소 놀란 기자에게 “뭘 그렇게 놀라냐”고 너털웃음을 짓던 김 수석대변인이었다.

흔쾌히 인터뷰 요청을 수락한 김 수석대변인은 입양에 대해 무슨 대단한 일이냐며 손사래부터 쳤다. 그는 다른 평범한 가족과 마찬가지로 입양도 가정을 이루는 여러 방식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 3년의 고심 끝에 용기를…그렇게 만난 내딸 ‘김서은’

“입양 전 아내와 양가 부모님, 가족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서 3년 정도 준비했죠. 무엇을 고려해야 할지, 어떤 부분을 논의해야 할지 서로 의견을 묻고 조율했던 시간이 있었고요. 입양기간과 마음의 준비뿐만 아니라 아이와 가족의 연으로 맺어지는 시간 등 수많은 과정과 시간을 거쳐 우리 서은이를 만나게 됐네요.”

김 수석대변인의 이름과 부인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와 지은 딸의 이름은 ‘김서은’이다. 2007년 1월 결혼해, 2018년 10월생인 서은이를 이듬해 초 만났다. 부인이 봉사와 지원활동을 했던 성가정입양원에서 만난 아이다. 서은이는 곧 여섯 살이 된다.

사진은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과 김 수석대변인의 딸 김서은양. [사진=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
사진은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과 김 수석대변인의 딸 김서은양. [사진=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

김 수석대변인은 막 4개월 갓난아이인 서은이를 처음 봤을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제가 눈도 작고, 아내 눈도 작거든요. 그런데 서은이도 웃을 때 실눈이 되는 걸 보면서 ‘아, 우리 애구나’이런 생각이 들었죠. 하하….”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정당을 대변하는 수석대변인으로서 입양가정이라고 밝히기 어렵지 않았을까. 김 수석대변인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입양이 대단하고 특별하거나 다른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가정을 이루는 여러 가지 방식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죠. 우리 서은이에게도 입양사실을 어릴 때부터 이야기하는 ‘공개입양’을 하고 있고, 다른 가정과의 교류에서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있어요.”

◇ ‘공개입양’, 소통과 경험 공유가 중요

“공개입양이란 부모가 아이에게 그리고 주변에게 입양사실을 숨기지 않는 것이예요.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공개한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아이가 어떻게 입양됐고, 자기 삶의 궤적과 역사를 부정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공개입양이죠. 아이에게도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며 자라게끔 하는 (넓은 범위의) 교육방식이예요.”

김 수석대변인은 가정을 꾸리는 데 있어 주변과의 교류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통적 가족 개념에 여전히 남아있는 유교사상 때문이다. 김 수석대변인은 입양 전의 소회와 후의 역할을 구분해 설명했다.

“우리 부부도 입양 전엔 두려웠죠. 육아뿐만 아니라 입양가정이 많지 않다는 현실도 고려해야 했고, 어쩌면 다른 시선으로 우리 가족을 볼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들도 있었고요.”

“그런데 주변에 먼저 입양을 한 여러 선배들과 의견을 나누고 그들이 가정을 꾸리는 과정을 보면서 충분히 우리도 잘 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우선 아이가 커가면서 부모와 자신, 그리고 주변에 대해 궁금해 하거나 고민에 빠질 때가 올 텐데, 그럴 때 먼저 입양가정을 꾸린 선배들은 아이와 어떤 대화를 했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등을 묻고 들으면서 경험을 나누죠.”

아이는 성장과정에 있어 타인에 의해 상처를 받을 수도, 반대로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인성과 사랑에 대한 조기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아이의 성품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면서 결혼과 출산에 대해 전통적 가족방식을 배우죠. 반면 부인이 강사로 나서 ‘입양은 가정을 이루는 여러 가지 방식 중 하나일 뿐, 똑같이 사랑하고 행복한 가정’이라는 ‘반(反)편견 입양교육’도 하죠. 현재 많은 유치원이나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 반편견 입양교육을 진행하고 있고요. 우리 가족이 어차피 맞닥뜨려야할 문제라면 늘 이야기하고 설명하면서 어려움들을 이겨나가면 되겠죠.”

◇ 지금 입양을 고민하는 ‘예비 입양부모’에게

사진은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의 딸 김서은양이 크리스마스 트리에 호기심을 보이는 모습. [사진=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
사진은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의 딸 김서은양이 크리스마스 트리에 호기심을 보이는 모습. [사진=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

아기 예수의 탄생일인 성탄절, 지금도 입양을 고민하는 예비부모들이 있다. 김 수석대변인에게 이들의 선배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용기를 당부하고 싶어요. 두 가지인데, 우선 ‘육아’이고 다음은 ‘아직 겪어보지 않았다’는 것이죠. 특히 강조하고 싶은 건, 먼저 입양을 통해 가정을 꾸리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 해요. 그들이 어려웠을 때 어떻게 극복했는지 듣고, ‘함께 어려움을 풀어갈 수 있는 분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어서죠.”

“입양이 아니라 출산이라도 처음이면 다 두렵지 않을까요. 좋은 아빠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자신과 완벽한 준비가 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확신과 마음이 중요해요. 흔들리지 않고 잘할 수 있다는 마음 말이죠.”

◇ 아이의 아버지와 국민의 정치인

최근 핼러윈 참사로 우리 사회가 슬픔에 잠겨있다. 반면 이러한 안타까운 사고가 정쟁으로 비화되면서 사회의 피로감을 한층 더 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서은이의 아버지로서, 국민의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정치의 기본은 공감이에요. 그러나 자신의 좁고 개인적인 생각, 진영논리로만 생각하고 망언까지 하는 건 공감능력이 없는 거죠. 핼러윈 참사에 있어 정치인은 유족들과 피해자들의 마음을 공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하죠. 서있는 위치가 다르면 보이는 풍경이 다르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네 정치인들도 위치가 전혀 다른 사람들이 많아요.”

“(아버지로서) 서은이가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고 행복한 조건들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지금은 건강히만 자라주고, 마음이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아버지로서 해야 할 부분도 있고 정치인으로서 해야 할 것도 있죠.”

“제가 진보정치를 통해서 바꿔보고자 하는 것 중 하나는 우리네 아이들도 약자일 수 있어요. 권리를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적 흐름들과 제도를 만들어야 우리아이가 행복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끝으로 성탄절을 맞아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내년 경제도 어려울 전망이고, 정치권에서도 서로 헐뜯기만 난무하고 있어요. 정치를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미워하거나 관심 없는 분들도 계시죠. 저도 이제 마흔 살이 넘어가면서 ‘해도 안 되네’ ‘나만 어떻게 버텨볼까’ 같은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로 가기위한 제도적 변화, 사회적 변화들에 국민께서 관심을 가져주시고, ‘(내가 외면하면 결국) 내게로 돌아온다’와 같은 생각을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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