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선(先)수요 후(後)공급, 선(先)공급 후(後)수요.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경제학 이론에 따라 답을 내리기 어려운 논제다. 과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만큼 인과관계가 모호하다.

경제발전으로 수요가 중시되는 현대사회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이론이 시대에 다소 뒤쳐진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공급하면 수요가 따라온다는 주장이 ‘지나친 낙관론’이란 지적에서다.

하지만 이 논제가 최근 통신업계에서 스멀스멀 대두하기 시작했다. 

일명 ‘진짜 5G’로 불리는 초고속·초저지연의 ‘28GHz 고주파수’ 얘기다.

이제껏 28GHz 통신망 구축은 이동통신3사가 주도해왔다. 하지만 미숙한 네트워크 투자가 이어지면서 최근 ‘할당 취소’와 ‘이용기간 단축’이라는 사상 초유의 결과를 맞이했다.

이와 관련해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정부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통신 사업자들의 28GHz 대역 활성화 의지는 여전히 저조하다”면서 “(주파수를 할당한 지 3년이 넘었지만) 통신 사업자들이 구축한 28GHz 대역 장치는 당초 약속 물량의 10%대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번 과기정통부의 초강수는 28GHz 대역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형 서비스의 도입 지연과 관련 산업 생태계의 성장 한계 등을 우려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업계 내부에선 불만이 들끓고 있다. 수요가 먼저 촉진돼야 공급이 뒤따를 수 있다는 의견이다. 

킬러콘텐츠 부재로 사업성이 불투명해 지금 당장 도박을 걸 이유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초유의 사태가 정부와 국민의 기대를 외면했다는 일방적인 질타로 이어지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통신3사는 공공재 성격의 사업을 영위할 뿐, 수익창출이 우선인 엄연한 민간사업자이기 때문이다.

다만 거시적인 산업 생태계를 바라볼 때, 업계의 최근 움직임은 ‘책임감 결여’ 문제로 연계된다.

한 예로 반도체 산업을 들 수 있다. 최근 공급 부문이 위축된 반도체 산업은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전반적인 IT기기 수요가 크게 낮아졌다. 이 경우 ‘수요 없는 공급’이라는 위기상황이 적용된다.

하지만 5G 28GHz 사업은 그 결이 다르다. AI·자율주행 등과 관련한 산업계 협력이 고도화하고 있으며 기대 수요도 무르익고 있다. 세계적인 ‘미래 먹거리’로 평가받는 관련 산업 전망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는 28GHz 서비스를 점차 상용화하면서 국내업계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향후 6G 네트워크와 신산업 안착시 다방면에서 ‘패스트 무버’ 입지를 굳힐 여지가 높은 셈이다.

심지어 이통3사는 ‘5G 가입자 증가’에 힘입어 지난 분기에 1조원이 넘는 합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품질개선 노력 없이 3.5GHz 대역 ‘황금알’만을 지키겠다는 의미로도 비춰질 수 있다.

신산업 태동기인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정부와 산업에서 외쳐온 ‘퍼스트 무버’ 기조를 앞세울 적기다. 선제적인 인프라 확충으로 향후 신산업과 막대한 시너지를 정조준해야 한다.

이통3사는 공공재 성격이 짙은 통신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을 국민 편의성, 더 나아가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신산업 촉진을 위해 과감히 투자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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