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감정평가사시험 최고령 합격자 이명재씨. [사진=박예진 기자]
2022년도 감정평가사시험 최고령 합격자 이명재씨. [사진=박예진 기자]

[이뉴스투데이 박예진 기자] “2010년 공인중개사 열풍에 휩쓸려 감정평가사를 준비하게 됐어요. 합격 된다는 보장도 없고 나이도 많아 불안감이 엄습할 때도 있었지만 스스로를 믿으니 결국 좋은 날이 오네요.”

그야말로 100세 시대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양로원에서 70대는 막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정년은 60세라지만 남은 인생은 길기에, 자영업을 시작하거나 자격증을 따서 제2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늘고 있다.


◇대기업 임원에서 ‘감정평가사’로 2막 시작


2022년도 감정평가사시험에서 최고령으로 합격한 이명재(64세)씨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굴지의 대기업 KT에서 통신기술직으로 근무한 후, KT자회사에서 회사 임원으로 퇴직했다.

회사에 재직하며 감정평가사 1차 시험을 준비했다. 6시 퇴근 후 집에 와서 12시까지 공부하고, 주말에는 하루 종일 공부를 했다. 정년퇴직 후 전업으로 6년 만에 공부한 끝에서야 감정평가사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최고령자’라는 타이틀로 인해 발생하는 애로사항도 많았다. 평균 30대인 다른 수험생들과 나이 차가 30년 이상 나다 보니 개별스터디를 통한 정보공유의 기회를 누릴 수 없었다.

감정평가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 4~6명 정도 인원이 참여하는 개별스터디 모임을 만든다. 시험 관련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고 긴 시간 동안 의욕을 복돋아주는 등의 역할을 한다.

이 씨는 그런 동료가 없는 상태로 6년을 홀로 공부했다. 그는 “나이 많은 스터디원은 다들 꺼려하더라. 힘겹게 들어가더라도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며 “그렇다보니 혼자 공부할 수밖에 없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외로움과 싸움도 길어졌다”고 말했다.


◇시험 난이도 ‘극상’…“합격은 나를 믿어야 가능한 일”


통상적으로 감정평가사에 합격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4년 정도다. 이 씨의 경우 6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이 씨는 “처음부터 4년을 생각했기 때문에 3년까지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다”며 “하지만 3년이 넘어가면서 불안하기 시작했고 4년째에 접어들면서 가족들도 그만두라고 만류하기 시작하더라”고 회상했다.

오랜 시간을 공부하는 데에만 쓰기에는 기회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탓이다. 이 씨는 “긴 시간을 버티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믿어야 했다”며 “강사의 해설과 자신의 문제풀이를 비교하면서 자신이 맞는 길을 가고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문제집 하나를 정해서 10번 이상 다시 풀었다. 1분에 1문제 정도를 풀어야 할 정도로 시간 관리가 중요해 스톱워치를 이용해 실전처럼 문제 풀기를 연습했다. 지문의 길이도 긴 편이라, 문제당 키워드를 뽑아 분석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선택과 집중도 필요했다. 이 씨는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통신기술직에서 일했다. 그렇다 보니 민법, 회계 등 어떤 항목도 전공과 겹치는 부분이 없었다. 완전히 이해하는 문제만이라도 모두 맞추겠다는 이 씨의 전략은 합격으로 이어졌다.

[사진=박예진 기자]

 


◇‘부동산’과 밀접한 전문직…매력도 높아


감정평가사는 부동산, 동산을 포함해 토지, 건물, 기계기구, 항공기, 선박, 유가증권, 영업권과 같은 유무형의 재산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판정하는 것을 업으로 한다.

정부에서 매년 고시하는 공시지가와 관련된 표준지가를 조사하거나 기업체 등의 의뢰를 맡아 자산을 재평가하는 일을 한다.

지난해는 1차에만 3176명이 응시했지만 2차까지 모두 합격한 이들은 203명에 불과했다. 단 6%에게만 합격의 목걸이가 주어지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 씨처럼 노후를 위해 감정평가사를 준비하는 이들도 많다. 은퇴 후에도 경제활동이 가능한 나이까지 정년 없이 일 할 수 있는데다 전문적이라는 직업의 특성이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이 씨는 “처음엔 감정평가사라는 직업이 있는 줄도 몰랐는 2010년도에 공인중개사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관련 직업을 알아보다가 알게됐다”며 “개인의 중요한 재산인 부동산을 대상으로 하면서 현장활동이 많고 배타적인 업무권한을 갖는 전문직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고 준비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남은 2막 “전문 감정평가사의 삶 꿈꿔”


현재 이 씨는 법인 계약을 기다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최근엔 감정평가사 인원을 뽑는 곳도 예년보다 줄었다. 법인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1년간 협회에서 교육 연수를 받은 후 재취업을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10년, 이 씨가 생각하는 감정평가로서의 시간이다. 그는 “왜 더 빨리 준비하지 않았을까 아쉬운 점도 있다”며 “여건이 허락한다면 10년 이상 더 감정평가사로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실무를 하는 것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감정평가사로서의 전문분야도 곧 정해지지 않겠나”며 “나만의 전문 분야를 갖고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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