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주차 공간도 모자라 난리인데 전기차 전용 주차면적도 내어줘야 하나요?”

“전기차 충전기 화재 안전성 검증이 안됐다고 하는데, 우리 아파트는 괜찮은 건가요?”

경기도 한 대단지 아파트 주민 커뮤니티엔 요즘 전기차로 연일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내연기관차를 가진 기존 입주민들은 전기차 전용 주차장 노면에 별색을 칠하는 것만으로도 거부감을 나타내며 반대하고 있다. 결국 해당 아파트의 충전기 주차면 도색은 무기한 연기됐다고 알려졌다.

당연히 마련돼야 할 전용 주차장조차 보장받지 못하게 되자 전기차 차주들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힘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원 제기, 나아가 단체행동도 불사해야 한다”며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전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켜보는 이들은 좋지만은 않다. 같은 거주민끼리 굳이 편 나뉜 모습이 낯선 것도 사실이다.

이해는 간다. 모든 변화엔 갈등이 따라온다. 구태를 지켜내려는 마음과 혁신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진통은 역사적으로 늘 공존해왔기 때문이다.

이맘때 생각나는 나라가 ‘영국’이다. 요즘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기차 관련 갈등은 어쩐지 영국의 자동차 역사의 한 켠과 닮아 있다.

철도와 자동차가 등장하며 증기기관 시대로 접어든 19세기 영국에선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은 단 번의 실수로 현재의 자동차 강국의 타이틀을 독일에 빼앗기고 만다.

당시 마차 업계의 반발에 눈치를 본 영국 정치권은 증기자동차에 터무니없는 도로 통행세를 물리고 기관차에 불리한 조례를 만들어 기관차 업계를 압박했다.

지금도 악법으로 회자되는 ‘적기 조례’다. 번창하던 증기 버스업계는 축소됐고, 결국 자취를 감췄다. 조례가 폐지되기까지 30년간의 공백은 되돌릴 수 없었다. 자동차의 역사는 미국, 독일, 프랑스가 고스란히 가져갔다.

영국의 사례를 돌이켜보니 현재 주변서 벌어지는 상황이 더욱 걱정이다. 변화에 따라오는 갈등은 자연스러우나, 지나침은 늘 독이 되기 때문이다.

식상한 말이지만 한 번 더 제안한다. 서로의 입장차를 줄이고 배려하는 마음이 그 어느 때모다 필요하다. 전기차를 타는 이와 여전히 내연차를 모는 이 모두, 같은 도로를 이용해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건 같다. 한 발 자국씩만 양보하는 자세, 전기차 시대로 가는 가장 슬기로운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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