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길 케이딜러 대표
박종길 케이딜러 대표

최근 금융 시장이 예사롭지 않다. 가파른 금리 상승과 부동산 레고랜드 사태에서 촉발된 PF관련 여러 문제를 살펴보면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흡사 닮아 있다.

우선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따른 미국발 긴축 강화가 경기 침체로 파급되면서 우리나라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출시장이 약화됐고 한국은행이 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있다. 기업이나 가계 대출자에게 부담이 되고, 경제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유동성 문제도 발생했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캐피탈 회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돈이 마르면 신규 영업을 줄이고, 보유 자산에서 회수한 돈으로 차입금을 갚을 수밖에 없다. 이미 일부 캐피털사들은 자동차 할부금융 서비스를 비롯해 중고차 매입자금까지 중단하거나 대폭 줄인 상태다.

캐피털사나 2금융권을 ‘애용’하는 중고차 시장도 역대급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금융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차량를 매입해야 하는 중고차 사업자로선 ‘돈줄’이 마른 것이다. 시장 전체적으로 할부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는 반면 재고금융 대출은 최소한으로 축소되는 분위기다.

중고차매매업자들은 통상 3개월 단나 2위로 이자를 조정 받는다. 따라서 한두 달 내 차량을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차가 팔리지 않으면서 이런 흐름이 사실상 끊긴 상태다. 채권자가 채권 회수에 들어가면서 낮은 가격에 경매로 중고차를 넘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중고차 업계를 더 암울하게 하는 것은 내년 5월부터 막대한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대기업이 이 시장에 들어온다는 사실이다.

차 살돈이 없어 폐업까지 고민해야 하는 대다수 영세 매매업자들과 대기업이 경쟁이 되겠는가.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고차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을 폐지하면서 대기업에 이 시장에 문을 열어줬다. 이 시장이 이제 대기업에 의해 잠식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국내 중고자시장에서 현대글로비스 경매장의 경우, 시장점유율과 매출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데 막대한 자금을 풀어 TV광고까지 한다면 시장 잠식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중고차매매업체는 전국에 5000여개가 있고, 업계 종사자만도 5만 여명에 이른다. 소상공인은 법률에 따라 정책자금을 지원받아 사업하고 있지만, 중고차매매업은 정책자금 융자 제외 업종으로 분류돼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다. 운영자금이 필요하면 고금리 캐피털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고차매매업처럼 소규모 업체가 도산하게 되면 결국 대기업이 독과점한다. 그렇게 되면 시장 자율경쟁보다는 담합 등으로 이들 대기업은 폭리를 취하고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영세한 중고차매매업계의 경영난을 해소하는 동시에 건전한 상거래질서 확립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선 대기업 진출을 유예하거나,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시점이다.

아울러 오토론에 대한 금리 인상을 자제하는 신호를 보내거나 대출을 지원해 매물 확보와 구매가 용이하게 해주는 등 중고차 매매업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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