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유도리’. 통상적으로 융통성, 이해심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일본어 뜻으로는 ‘여유(餘裕)’를 의미한다.

흔히들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가볍게 여겨 넘어가 주길 바랄 때 ‘유도리 있게 처리해달라’라는 말을 할 때가 많다.

“프로젝트 중 한 가지 분야를 우수사례로 평가한 것일 뿐인데, 이번만 ‘유도리’ 있게 봐주세요.”

중소기업을 상대로 불공정 행위를 벌인 대기업이 상생협력의 우수사례로 선정된 데 대한 기자의 질문에 돌아온 정부 관계자의 답변이다.

물론 여기서 융통성이든, ‘유도리’든 그 담당자가 어떤 단어를 선택해 사용했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 여부를 놓고 공(功)과 과(過)를 분리해 판단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에 있다.

‘상생협력(相生協力)’. 즉, 서로 공존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서로 힘을 합하고 돕는 일을 말한다. 누가 누굴 속이고, 위협하고, 압박하는 불공평한 관계를 뜻하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상생협력 우수사례로 선정된 기업들은 최근 하청업체 직원 불법파견 건으로 대법원으로부터 직고용을 하라는 판결과 하도급 업체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 억원대에 달하는 과징금 처분을 받은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에 위배되는 행위를 벌인 곳들이다.

해당 건 모두 대한민국이 법과 제도로 정의한 ‘상생협력’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중기부는 불공정 행위로 법적 제재를 받은 해당 대기업들의 과제 성과를 상생협력 우수사례로 선정해 언론에 대문짝하게 실어 홍보했다.

앞선 논란을 알지 못하는 독자들과 국민들이 봤을 때는 해당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위하고 그들과의 상생협력에 노력하는 모법적인 기업으로 비춰졌을 게 당연하다.

이에 실제 피해 노동자들과 하청기업들의 반응은 어떠한지 그들의 의견을 듣고자 전화를 걸었다.

상황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수화기 너머로 깊은 한숨이 들려왔다. 더러는 실소를 내뱉었다.

“‘중기부’가 아니라 ‘대(大)기부’ 아닙니까?….” 한 중소기업 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가시가 한껏 돋힌 토로였다.

얼마나 참담한 심정이었으면 이렇게까지 말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대변해야 할 중기부가 정작 최근에 벌어진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고, 알고 난 이후에도 그들의 편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았자니 당사자들의 입장에선 실소가 나올만한 상황이다.

반면 대기업의 자그마한 성과에 대해서는 그들이 말하는 ‘유도리’가 흘러넘친다. ‘잘못은 잘못이고, 잘한 건 잘한 거’란다.

해당 담당자의 말마따나 중기부의 처사가 규칙과 법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아쉬움과 씁쓸함이 어디서 기인했는 지를 외면해선 안 된다.

중기부란 이름과 기관의 설립 목적, 배경, 그 가치에 대해 중기부의 구성원 모두가 다시금 되돌아봐야 한다. 정부의 본분에서도 ‘유도리’를 찾을 순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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