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 [사진=연합뉴스]
국회 본회의장.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정성화 기자]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취약차주 보호를 위한 법안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다만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일시적 땜빵용 포퓰리즘 입법이 오히려 취약차주를 돕기는 커녕 오히려 불법 사금융으로 몰아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서민 차주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는 이자제한법 개정안이 여야를 막론하고 발의돼 계류 중이다.

개정안들은 이자제한법상 현행 법정 최고금리(20%)를 최소 10%까지 낮추는 내용들로 10여개 넘게 발의돼 있다.

지난 8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법정 최고금리를 12%로 낮추는 내용의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보다 앞서 지난 7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하는 경우 이자계약 전부를 무효화하고 이자율이 2배를 초과하게 되면 금전대차 계약 전부를 무효로 하는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국정감사가 끝나고 정기국회에서 법안 심사가 본격화되면 최고금리 인하 논의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제도는 금융기관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 대출시장에서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법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 이자율을 정하고 이 이상의 계약을 원천무효로 하면 서민들의 이자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논의가 있을 때마다 반대 논리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착한 정책의 역설’이다.

문재인 정부는 취약 계층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기존 27.9%였던 법정 최고금리를 2018년(3.9%p↓)과 2021년(4%p↓) 두 차례에 걸쳐 20%까지 낮췄다.

그 결과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진 뒤에도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던 차주들은 금리 인하 혜택을 본 반면, 그렇지 못한 차주들은 아예 제도권 금융사에서 돈을 빌릴 수 없었다.

금융당국은 2018년 최고금리 인하 당시 대출금리 24%가 넘었던 차주 139만9000명 중 113만9000명(81.4%)은 이자경감 혜택을 봤지만, 26만1000명(18.7%)은 금융이용이 축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중 5만명은 불법사금융으로 유입됐다.

아울러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지난 7월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법정 최고금리 20%를 18%로 2%p 내리면 카드·캐피털·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대출을 거부해 이들로부터 신용대출을 받고 있는 차주 중 지난해 말 기준 약 65만9000명이 더는 대출을 받지 못하고 대부업 등으로 밀려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KDI는 해당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시장금리가 오르면 법정 최고금리가 따라오르는 시장연동형 최고금리제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 시장금리 상승으로 저축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법정 최고금리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저축은행이 취급한 가계 신용대출 중 고금리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과 청주저축은행 경우 모든 대출이 16%를 넘은 고금리 대출이었고 삼호저축은행(99.33%), 진주저축은행(97.62%), 스타저축은행(87.99%) OK저축은행(71.18%), DB저축은행(63.59%), 웰컴저축은행(50.17%) 등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 절반은 대출금리가 16%가 넘었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금융사들의 조달비용이 커졌지만 법정 최고금리가 20%에 머물다 보니 부실 리스크를 우려해 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내어주기 힘든 상황”이라며 “기업 입장에서 역마진을 보면서까지 대출을 내어줄 순 없고 만약 법정 최고금리가 더 낮아진다면 신용평가를 더 보수적으로 해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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