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부두 전경.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부두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박현 기자] 고려대 출신 해운물류업계 동문 친목모임인 ‘호양회(虎洋會)’는 국내 해운·해양 분야의 ‘큰손’으로 불린다. 오랜 기간 불황에 빠져 있던 해운산업을 재건하는 데 기여했다는 관점과 특정 대학 중심으로 ‘이너 서클’을 이루고 있다는 시각 등 평가가 엇갈린다.

◇해수부 장·차관 출신 인사만 10여명

호양회 인맥은 해운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와 산하기관, 해운업계에 걸쳐 폭넓게 형성돼 있다. 조승환 장관을 비롯해 최낙정·김영춘 전 징관, 홍승용·최장현·박준영·엄기두 전 차관,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유창근 전 현대상선(현 HMM) 대표, 배재훈 전 HMM 대표, 전기정 위동항문 사장, 이종순 위동항문 특별고문, 배창섭 전 범아해운 대표 등이다.

이와 함께 김징완 전 삼성중공업 부회장,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대표, 이종철 전 STX조선해양 총괄부회장, 고병우 전 한진해운 이사, 박남춘 전 인천시장, 강정극 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 박형주 유니코로지스틱스 대표, 서영택 동서해운 대표 등도 손꼽힌다.

이밖에도 해수부 실·국장과 산하·연구기관 임원진, 해양진흥공사·HMM 경영진 등 곳곳에 호양회 소속 인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해수부 장·차관 출신 인사들은 10여명에 달할 정도다.

이러한 호양회는 지난 1970년대 결성돼 50년 가까이 모임을 이어 왔으며, 가입 대상을 정부 중앙 부처, 산하기관 사무관급과 업계 부장급 이상 인사로 제한하고 있다. 전체 규모는 200~300명에 달하며, 지금도 정기적으로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

더욱이 고려대 동문 특유의 끈끈한 결속력과 응집력, 자부심을 바탕으로 기관장에서부터 임원, 중간 간부급으로 구성된 모임의 특성상 무게감 자체가 여타 친목단체와는 쉽사리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해수부-해양진흥공사-HMM 연결고리에 존재감

호양회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 중 하나였던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입안·실행 과정에서 여러모로 영향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호양회가 국내 해운 부문 재건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해당 계획은 지난 2016년 현대상선 법정관리, 2017년 한진해운 파산 등 업계 위기가 심화되자 정부가 해운산업 회생을 위해 2018년 4월 발표한 대책을 핵심으로 한다.

당시 △안정적 화물 확보 △경쟁력 있는 선박 확충 △선사의 경영 안정 등 3가지 목표를 설정했으며, 이를 통해 2022년 3월까지 해운산업 매출 51조원을 달성한다는 마스터 플랜을 제시했다. 이어 정부는 같은해 7월 해양진흥공사를 신설하고, 해운기업의 안정적인 선박 확보와 경영 지원을 전담하도록 했다.

이후 2020년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으로 업황에 재차 위기 신호가 오자 정부는 8월, 오는 2025년까지 해당 계획을 연장했다.

이를 기반으로 같은해 4분기부터 해상운임이 상승하고, 국내 해운사들의 실적도 증가세를 나타내며 반등의 계기가 마련됐다. 아울러 위축됐던 물동량도 대폭 확대되는 가운데 해운산업은 호황기를 맞았으며, HMM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법정관리 졸업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주도한 인사로는 바로 호양회 회원인 김영춘 당시 해수부 장관과 유창근 전 현대상선 대표, 배재훈 전 HMM 대표 등이 꼽힌다. 김양수·박준영·엄기두 당시 차관 역시 호양회 멤버다.

아울러 해당 계획에 따른 해양진흥공사 설립, HMM 지원과 관련해서도 호양회 회원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해수부-해양진흥공사-HMM으로 연결되는 라인 중심에는 바로 호양회가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특정 대학 출신으로 구성된 사적 모임이 국가 해운산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서로 같은 대학 선후배나 동기 간으로 구성돼 ‘형님-아우 문화’로 익숙해진 모임이 공적 영역으로까지 보폭을 확장할 때, 그 부작용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다양성과 개방성이 강조되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폐쇄성과 배타성이 짙은 조직의 구성원들이 굵직한 인맥으로 부상하는 현상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자칫 종래 모피아에 버금가는 ‘해피아(해수부+마피아)’의 진원지가 될 수도 있다는 염려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한 해운업체 관계자는 “구체적인 부조리나 비리, 사익 추구 등이 드러나지 않는 데도 단지 같은 대학 출신자들이 모인 모임이라는 이유만으로 화살을 돌리는 것은 지나친 반응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공식적인 친목단체가 정부의 주요 해운정책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려는 움직임이 결코 미래지향적인 모습은 아니라는 데 힘이 실린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특정 학교나 조직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모습은 해당 분야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에 한계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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