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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두고 벌이는 ‘망 전쟁’에 불이 붙으면서, ‘제2의 넷플릭스’를 노리는 국내 콘텐츠업계(CP)가 향후 사업 악영향을 우려해 인터넷제공업계(ISP)와 대립 각을 세우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두고 벌이는 ‘망 전쟁’에 불이 붙으면서, ‘제2의 넷플릭스’를 노리는 국내 콘텐츠업계(CP)가 인터넷제공업계(ISP)와 대립 각을 세우고 있다.

초대형 글로벌 콘텐츠제작사에 한정된 논쟁이 향후 중소 제작사로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면서, 걸림돌로 작용하는 ‘망 중립’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재까진 글로벌 추세와 관련 선례를 등에 업은 인터넷제공자측 목소리에 무게가 더해지면서 ‘넷플릭스 무임승차방지법’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히 늘어난 OTT 데이터량에 전세계 통신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늘어나는 트래픽에도 OTT업계가 ‘망 이용대가’를 거부하면서 통신사가 ‘망 증설비용’을 고스란히 떠맡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해관계 갈등은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간 ‘망 전쟁’으로 확대됐다.

망 전쟁은 지난 2019년 인터넷제공자인 SK브로드밴드가 글로벌 콘텐츠사업자인 넷플릭스에 제안한 ‘망 이용대가’를 넷플릭스가 거부하면서 본격화됐다.

넷플릭스는 동등한 조건에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원칙인 ‘망 중립성’을 근거로 제시했다. 급증한 트래픽 양과 비례한 비용을 낼 수 없다는 의미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매년 700억원대까지 치솟은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네이버·카카오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는 자체 ‘캐시서버(이용자와 가까운 곳에 데이터를 임시저장해 인터넷 속도를 높이는 프록시 서버)’인 OCA(Open Connect Appliances, OCA)를 SK브로드밴드 망내에 분산해 설치하면 트래픽을 대폭 줄일 수 있어 망 이용대가를 상쇄할 수 있음에도, SK브로드밴드측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 측에 따르면 OCA를 SK브로드밴드 망내 적용시 트래픽을 최대 95%까지 줄일 수 있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는 OCA 설치에 큰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OCA로 인해 트래픽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해도, OCA 설치 및 사용을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비용에 대해 지불 의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 움직임에 열세 몰린 넷플릭스

현재 넷플릭스는 전반적인 열세에 몰려있다. 세계적으로 빅테크 기업을 향한 ‘망 이용대가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서다.

올초 △도이치텔레콤(독일) △텔레포니카(스페인) △오렌지(프랑스) △보다폰(영국) 등 유럽 4대 통신사는 동영상 스트리밍·소셜미디어 빅테크 기업 등에 통신망 개발비를 부담하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더불어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019년 페이스북으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아내면서 이미 선례를 구축해놓은 상황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내기로 하면서 그동안 해외기업이 국내 통신망을 무료로 끌어간 관행을 바꿀만한 선례가 구축됐다”면서 “넷플릭스에만 예외를 두는건 어불성설이다. 심지어 코로나19 이후 트래픽이 40배 가까이 늘어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악영향” vs “망 중립 재정립”

하지만 ‘제2의 넷플릭스’를 노리는 콘텐츠업계가 국회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넷플릭스 무임승차방지법’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다시 정체 국면을 맞았다. 해당 법안은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사업자들에게 망 이용대가 지불을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다.

망 이용 책임에 대한 논쟁이 콘텐츠사업자와 인터넷제공사업자간 이권다툼으로 번진 셈이다.

2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입법에 속도를 내기 위해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고 인터넷제공자와 콘텐츠사업자 측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인터넷제공자 측은 최근 급증한 OTT 트래픽으로 인해 망 이용료 지불이 합당한 처사라는 의견을 냈다.

반면 CP 측은 우리나라가 망 이용간 통행료를 매기기 시작하면 ‘상부상조’하는 인터넷 생태계를 깨트려 글로벌 시장과 원치않는 대립각을 세우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측에서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간 악영향이 있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면서 콘텐츠사업자 의견에 힘을 실었다.

콘텐츠업계는 현재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한정된 ‘망 사용료’ 논의가 향후 규모가 작고 협상력이 부족한 국내 기업으로 불똥이 튀진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다.

관건은 ‘망 중립’ 논의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기존 망 중립 원칙을 한번 무너트리면 같은 논쟁이 일고 있는 해외 ISP 업계에도 큰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제 막 성장가도를 달리는 국내 CP가 글로벌 시장에서 입게될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인터넷제공자 측 반대 입장은 단호하다.

이번 기회에 오래된 ‘망 중립’ 관련 개념이 재정립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오래된 ‘망 중립’ 개념이 현 시장에 맞지 않아 폐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목소리에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우세를 잡은 모양새다.

ISP업계 관계자는 “망 중립 개념이 정립된 지 20여년이 지났다. 일부 초대형 기업이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현재 시장에 적용되기 힘들다“면서 “국내 외로 화두가 되는 이 시점이 개념을 재정립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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