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시장에 불어닥친 ‘역대급 한파’로 위기를 맞닥뜨린 국내 반도체 업계가 ‘정공법’을 택한 가운데, 1년여간 정체현상 이후 다시 슈퍼사이클을 맞이할 것이란 긍정론이 제기됐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반도체 시장에 불어닥친 ‘역대급 한파’로 위기를 맞닥뜨린 국내 반도체 업계가 ‘정공법’을 택하면서 정면돌파에 나섰다. 

학계에서는 당분간 불안정한 국제정세에 따른 정체현상을 전망하면서도 적극적인 기술·사업투자에 힘입어 내년 하반기엔 ‘슈퍼사이클(장기적 호황)’이 돌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플레이션·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글로벌 시장·공급망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대미문의 ‘반도체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국내 주력상품인 ‘메모리 반도체’ 수출 호황세가 꺾이며 가격이 급락했다. 미국발 반도체지수 하락 여파로 국내 반도체주 전망에도 먹구름이 낀 상태다.

더욱이 미국이 주도하는 ‘반(反)중국 프로젝트’ 일환인 ‘칩4 동맹’에서 한 축을 맡게 될 공산이 커지면서 최대 고객인 중국시장에 대한 불확실성마저 높아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는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도 위기론에 휩싸였다.

삼성전자는 현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대만기업 TSMC와 ‘고객 모시기’ 경쟁에서 다소 밀리는 모습이다.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는 이달 양산을 시작하는 최첨단 ‘3나노 칩’ 공급처로 ‘최대 고객’인 애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지난 6월 ‘3나노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이다.

TSMC는 최대 경쟁사로 떠오른 삼성전자를 향한 견제를 지속 강화하고 있다.

다수 외신에 따르면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기술포럼 연설에서 “TSMC는 상품을 설계하는 능력이 있지만 절대 내 제품을 만들진 않는다”면서 “고객사들은 TSMC에 설계를 빼앗길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를 설계하면서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삼성을 저격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전방위적인 위기 상황에 ‘글로벌 반도체 1위’ 자리를 유지 중인 삼성이 TSMC에 선두 자리를 뺏길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TSMC가 올 3분기 매출 202억달러를 기록하면서 반도체 부문 글로벌 1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전분기보다 19% 하락한 183억달러를 기록하면서 2위로 밀려날 것으로 전망했다.

오랜 메모리 호황에 힘입어 1위를 수성해온 삼성전자가 메모리 불황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사진=SK하이닉스]
사진은 SK하이닉스 M15(청주)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최대 위기에 업계가 택한 방안은 ‘정공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다시 돌아올 ‘반도체 호황’에 사활을 걸고 사업·기술 부문에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일 충북 청주에 신규 반도체 생산공장 ‘M15X’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총 15조원을 투입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오는 2025년 초 완공이 목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생산공장 증축에 대해 “오는 2025년 반도체 반등 전망에 맞춰 메모리 공급을 늘리는 사전준비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인 평택캠퍼스 3라인 가동을 본격화했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 7월부터 평택 3라인에 낸드플래시 양산시설을 구축하고 웨이퍼 투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불황에 빠진 메모리 부문을 전폭 지원해 1위 자리를 수성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업계 부동의 1위인 TSMC보다 먼저 3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초격차 전략’에 불을 댕겼다.

다만 정공법이 제 효과를 내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3나노는 수율 확보가 핵심인데 TSMC가 양산은 늦었어도 수율 측면에선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메모리 부문도 가전제품 같은 수요가 급락하면서 업황에 먹구름이 짙게 낀 상태다. 당분간 목표 하향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학계에선 업계의 정공법에 큰 기대를 걸었다. 국제정세로 인해 일시적인 정체현상이 있을지언정 메모리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이란 의견이다. 

김정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오랜 시간 학계에 몸 담아오면서 ‘메모리는 영원하다’는 모토를 지켜왔다. 지난 30년간 여러 위기 속에서도 빗나간 적은 없다”면서 “삼성과 하이닉스 정공법은 분명 통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급변하는 국제정세로 잠시 정체현상이 나타날 순 있지만 급속도로 진행되는 디지털 전환에 힘입어 전반적인 수요에 치명타를 가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모바일 부문 메모리 사업에 일부 타격이 가해질 순 있겠지만 늘어나는 데이터센터 같은 수요가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메타버스·자율주행차량 등 4차산업이 대두하면서 고성능 메모리를 지속 요구하는 상황”이라면서 “내년 하반기 쯤에 정상궤도를 찾고 다시 호황을 맞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파운드리 부문과 관련해선 “당분간은 고객확보 경쟁에서 삼성이 TSMC에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인력과 투자비부터 3배가량 격차를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최대 고객 중 하나인 애플을 내준 이상 ‘초격차 기술’ 확보에 지속 투자해 구글과 엔비디아는 물론, 자율주행 선도기업인 테슬라까지 미래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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