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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AI반도체가 성능검증에 애를 먹으면서 수요확산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시장전략 재편과 인수합병 전략이 타개 방안으로 제시됐다. [사진=픽사베이]

[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이 출시한 ‘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뛰어난 기술성장을 보였음에도 성능검증에 애를 먹으면서 수요확산에 제동이 걸렸다. 시장전략 재편과 더불어 대기업과 인수합병(M&A) 전략까지 고려해볼만 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I반도체는 AI서비스 구현에 특화한 반도체다. 

AI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전력·초고속으로 학습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을 돕는다. 기존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담당했던 AI 중추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AI반도체를 향한 업계 기대감은 계속 고조되고 있다. 국내 업계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시스템반도체에서 크게 주목받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특히 AI기술이 산업 전체로 확장하면서 그 활용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여러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AI반도체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3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높은 장래성에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이 AI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해 SK텔레콤·KT 등 이동통신사들이 연구개발에 힘을 쏟는 가운데, 특히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제작에 치중한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AI반도체는 개발·설계 부문이 핵심역량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에 잔뼈가 굵은 대기업 인력 이동도 이어지면서 팹리스 업계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표적으로 △퓨리오사AI △리벨리온 △사피온 △딥엑스 등이 AI반도체를 출시하고 유의미한 성과를 여럿 도출했다.

퓨리오사AI는 지난해 글로벌 AI반도체 경연대회에서 미국의 엔비디아를 제쳐 주목을 끌었다. 첫 시제품인 ‘워보이’가 ‘MLPerf(엠엘퍼프)’ 추론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T4’를 뛰어넘은 성능 지표를 인정받으면서다.

리벨리온도 지난해 파이낸스용 AI 반도체 ‘아이온’을 선보이면서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존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해온 인텔의 ‘고야’보다 처리 속도가 30% 빠르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러한 우수성과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가 생산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부족한 검증사례가 수요확산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AI반도체 성능 검증과 디바이스·서비스 실증을 위해선 초기 수요가 필수다.

국산 AI반도체가 수년간 다양한 환경에서 끊임없는 검증을 이어온 외산을 대체하기엔 아직 무리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부 성능과 전력 효율성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해도, 성능·안전성은 물론 시스템 호환성에 대한 검증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외산을 대체하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능 부분도 마찬가지다. 일정 지표에서 글로벌 기업을 넘어섰다 해도 종합적으론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면서 “인텔과 엔비디아를 뛰어넘는 기술적 특장점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미한 성능 검증사례로 수요전망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정부 차원의 수요창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일 제4회 중앙·지방정책협의회에서 여러 지자체가 추진하는 지능형 폐쇄회로(CCTV)·스마트시티 등 사업에 국산 AI반도체를 활용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학계는 이번 정부 행보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다.

공공분야에 한정돼 시장수요 확산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 학계 중론이다. 실질적인 수요확산을 위해선 외부 지원보단 기업 내부전략이 고도화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정부 차원의 수요촉진 움직임은 공공분야에 한정되는 구조로 전반적인 산업 수요 촉진까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인 수요확산을 위해선 시장에 AI반도체용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고, 실제 활용사례를 점차적으로 늘려 활용성과 신뢰성을 순차적으로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스타트업의 연이은 기술적 성과도 수요확산을 촉진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란 의견이다. 

김 교수는 “초기수요 확산을 위해선 기술적 성능이 빼어나야 하나, 아직 엔비디아·인텔보다 특출난 면이 없다”면서 “전반적으로 수요가 높은 데이터센터 및 서버 등에 바로 적용되기엔 버거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율주행자동차 등과 관련한 엣지컴퓨팅 분야부터 시작해 점차적으로 시장을 넓혀가는 방안을 활용해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과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력과 시장 영향력을 결합하는 방안까지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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