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시중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한 고객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시중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한 고객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정성화 기자] 정부가 서민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한해 집값의 80%까지 금융기관에서 빌릴 수 있도록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완화했지만 소득에 따른 대출 규제와 이미 크게 오른 집값으로 규제 완화 혜택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정책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앞서 정부는 이달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게 지역과 주택 가격별로 60~70%를 적용했던 LTV를 80%까지 확대했다.

LTV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인정되는 자산 가치 비율을 말한다. 예컨대 LTV가 40% 적용 시 시세가 10억원인 집을 구매하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대출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는 40%인 4억이 된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는 지역과 주택 가격에 상관없이 LTV를 80%를 적용해 자칫 서울의 10억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할 때 8억까지 대출이 가능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단 대출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된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지난달 10일부터 20일까지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중위가격이 10억9291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미 서울 아파트 절반 이상이 10억이 넘긴 상황에서 6억원을 대출받아 서울 내 아파트를 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출한도는 6억원이지만 고소득자가 아니면 한도를 꽉꽉 채워 6억원의 대출 받는 차주도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득으로 대출한도를 정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적용 규제가 우선 적용되기 때문이다.

DSR은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원금+이자)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가 결정된다. DSR 40%를 적용하면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한다.

DSR 규제는 최근 강화되는 추세다. DSR 규제는 지난 7월부터 적용 대상이 종전 총 대출액 2억원 초과 차주에서 1억원 초과 차주로 확대됐다.

정부 입장에서는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주목되면서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리는 사회 분위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한 시중은행이 29세 청년을 연봉 수준별로 나눠 서울 내 투기지구 9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대출(연 4.30%)받는 경우를 시뮬레이션 한 결과를 살펴보면 LTV 80%를 적용하더라도 DSR 규제에 따라 연봉 수준별 대출가능금액은 △연봉 3000만원인 차주는 2억200만원 △연봉 5000만원인 차주는 3억3600만원 △연봉 7000만원인 차주는 4억7100만원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가계부채 관리도 중요하지만 당초 서민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에 도움을 주겠다는 원래 정책 취지가 훼손됐다는 점이다.

실제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 LTV 80% 적용된 첫 날인 지난 1일 은행 영업점에서 다수의 대출 수요자들이 대출을 받지 못하고 발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청년층에게 장래예상소득을 반영해주기로 했지만, 대출한도는 크게 늘지 않았다.

장래예상소득을 적용할 때 대출가능금액은 △연봉 3000만원 차주는 2억6500만원 △연봉 4000만원 차주는 4억4200만원 △연봉 7000만원 차주는 6억원으로 조사됐다. 대출한도가 소폭 늘긴 했지만 고소득자 중심으로 증가폭이 컸고 저소득자는 적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보다 유연한 DSR 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한해 LTV 규제를 완화 한 것처럼 DSR도 적용대상을 세분화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TV가 완화됐지만 DSR 규제에 막혀 실제 혜택을 보는 무주택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DSR 규제는 소득에 의해 대출한도가 정해지기 때문에 자칫 기존의 정책 목표와 달리 고소득층에게만 규제 완화 효과가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한해 DSR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해 LTV 완화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