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준 변호사.
오승준 변호사.

최근 안과 개원가에 아주 많은 논란이 있었다. 법에 보관 의무가 없는 세극등현미경 영상과 외부의료자문을 이유로 백내장 수술에 관한 실손의료보험금이 대거 지급 거절돼 많은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6월에는 백내장 수술 시 입원 필요성에 대해 모호한 판단을 한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되면서 입원치료비 지급이 거절되는가 하면, 유명 안과 압수·수색, 세무조사, 그리고 최근에는 보건복지부 기획 현지조사까지 진행되며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보건복지부는 백내장을 진단하며 세극등현미경 검사를 한 뒤 이 사진이나 영상을 보관할 의무가 없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지금까지 수년 동안 세극등현미경 영상 없이도 주치의 진단을 신뢰하고 보험금을 지급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보험사들이 갑자기 담합이라도 한 듯 세극등현미경 영상을 필수 자료라고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진이나 영상을 보유한 환자들에게도 곧바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자신들이 지정한 자문의에게 의료자문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화제의 대법원 판결은 특수사례로 봐야

그런데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도 누구는 보험금을 지급받고, 누구는 거절됐다. 보험사에 따라 심사 담당자에 따라 기준이 다 달라서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이에 청와대 국민신문고를 비롯해 금융감독원, 소비자 보호원 등에 민원이 빗발쳤고 전국에 수천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이 고통을 호소했다.

이를 보다 못한 병원들이 자발적으로 세극등현미경 영상을 찍어서 환자들에게 제공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보험금을 다시 지급하기 시작하는 듯했다. 

이러던 2022년 6월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돼 최종 확정됐다(2021나2013354(본소) 채무부존재확인, 2021나2013361(반소) 보험금 사건).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피고가 받은 이 사건 수술이 일반적으로 6시간 이상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찰·관리가 필요하거나 입원이 필요한 수술에 해당한다고는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을 판결 이유에 담고 있다. 그런데 이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에 아주 반하는 내용이어서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보험사 측에서는 위 대법원 심리불속행기각 판결, 이 과정에서 확보한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의 진료기록감정 회신 결과 등을 바탕으로 백내장 수술은 수술 시간 15분 내지 60분, 단순 경과 관찰 2~3시간 소요되는 수술이므로 앞으로 통원치료비 정도만 지급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확하지 않은 주장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대법원이 본안심리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법원 판례라고 보기 어렵고, 하급심 판례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즉 백내장 수술에 입원이 필요한지 여부에 관한 명백한 대법원 판례가 나온 것이 아니다.

백내장 수술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 2016. 3. 29. 2016-3호 결정 이래로 항상 입원치료로 인정받으며 보험금을 지급해왔고, 법정 다툼에서도 항상 환자와 병원 측이 승소를 하고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나3617사건 외 다수). 이런 분위기는 위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 이후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판결이 아주 예외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라는 얘기다.

앞으로 소송에서도 별다른 이변 없이 대부분 판결에서 환자들에 대한 입원 필요성이 인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보험사들이 대법원 심리불속행기각 판결의 의미를 침소봉대하는데 너무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며 분위기 반전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 현지조사 시작과 전망

유명 안과에 대한 서울시경찰청의 강제수사, 세무조사 등 흉흉한 이야기가 나도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기획 현지조사라는 공지를 띄우며 또 다시 개원가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보건복지부는 “수술 건수가 많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요양급여 부당청구와 환자 유인·알선 등 의료법 위반사항을 확인하겠다”는 취지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실제로 그 다음 날부터 논현동 소재 안과부터 시작해 지역별로 1~2개씩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사 과정에서 최근 6개월치 정도의 각종 검사 기록 등 차트, 렌즈 구매 대장, 직원 명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1차적으로는 요양급여 허위·부당청구가 없는지를 확인하는 듯하고, 의심이 되는 의료기관에 한해 2차적으로 환자 유인·알선행위 등 의료법 위반행위를 조사하고 있다. 분위기는 우려했던 것과 달리 그다지 엄격하지는 않다고 한다. 하지만 아마도 검사 기록을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허위·부당 청구를 해왔음이 밝혀지는 병원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처분이 이뤄질 것이다. 대표적으로 요양급여 환수조치, 영업정지 처분 등이 예상된다.

아직까지 현지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안과 의료기관들은 크게 동요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수술 건수가 많은 곳들은 이런 자료들(차트 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만약 조사가 나오면 자료 제출에 협조하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2016년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이 개정됐을 때, 그 이후 검사비 변경 여부를 두고 보험사와 크고 작은 분쟁이 벌어졌을 때, 우려했던 검사비 급여화가 현실이 됐을 때, 그리고 보험사들이 세극등현미경 사진을 요구하기 시작했을 때 이런 변곡점이 있을 때마다 안과 전문의들은 “이 시장은 이제 끝인가요?”라는 질문을 해왔다. 이럴 때마다 필자는 “정상화되는 과정에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조언했다.

이제 안과 개원가에서는 자발적으로 세극등현미경 영상을 찍어서 제공하고 있고, 환자들에게 입원 필요성을 설명한 뒤 6시간 이상 입원을 시키고 있으며, 영업 인력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보험사기 모범규준 발표 이후로는 수술비를 다시 소폭 내리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이런 자정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다시 시스템이 정착돼 결국엔 다시 안정된 진료 환경이 구축되리라 전망한다.

<오승준 변호사 약력>
법무법인 BHSN
이화여자대학교 로스쿨 외래교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의료,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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