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익
現, 푸드테크 기업 '식신' 주식회사 대표이사
現, 한국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
前, 한국푸드테크협회 회장
연세대학교 대학원 컴퓨터과학 박사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SEIT 수료
前, 포인트아이 대표이사
前, 한국위치기반서비스협회 이사
前, 한국공간정보시스템학회 상임이사
前, KT 연구개발본부

오래전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겪은 즐거운 추억이 있다. 늘어선 중국집 중 끌리는 한곳을 들어갔는데 만두와 오향장육, 해파리냉채 등의 요리는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짜장면을 안 파는 곳’이었던 것. 중국집이라면 응당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은 말하지 않아도 기본 세트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인지상정이었던 손님들에게, 이 중국집은 그야말로 센세이션한 식당으로 뇌리에 남게 된다. 여러 손님들의 항의에도 ‘짜장면 없습니다’를 종이에 써 붙였던 그 우직함과 고집은 지금까지도 이 식당을 남아있게 한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나라의 가장 기본 식재료인 김치만 해도 지역마다 맛이 다르듯, 중국이나 태국, 멕시코 등의 요리 또한 지역색에 따라 천지차이가 난다. 외국의 식문화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그간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서 획일화되어왔다면, 요즘은 좀 더 셰프의 개성을 드러내는 고집 있는 집들이 출현하고 있다.

‘해산물은 산뜻하게’를 깨고 버터리한 소스와 다양한 식재료의 조합을 만든다거나, 자리를 이동하면서 코스 요리를 즐기는 다이닝, 몽둥이로 오이를 두드려 양념에 버무려내는 실제 중국 가정에서나 볼 수 있었던 요리들로 코스를 구성한다거나 하는 등이다.

전통의 식문화를 기반으로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는 컨템포러리 퀴진 레스토랑이 파인다이닝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비스트로나 캐주얼 다이닝 씬에서도 식문화나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셰프의 철학과 개성, 고집을 온전히 드러내는 시대. 미식가의 젓가락질은 오늘도 바빠진다.

◇씨푸드와 와인이 함께하는 캐주얼 다이닝 바, 청담 ‘필레터’

청담에 위치한 신상 캐주얼 다이닝 바. 해산물을 새롭고 영리하게 요리하는 곳으로 이미 입소문이 났다. 해산물을 베이스로 한 스타터와 메인, 사이드, 디저트 메뉴와 와인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갑오징어’는 팬프라이한 갑오징어와 백목이버섯에 가츠오 버터 소스를 얹어 녹진한 식감과 맛이 일품이다. 갈치로 만든 피쉬 앤 칩스도 시그니처 중 하나다. 대부분의 요리가 버터리하고 소스의 활용이 많은 편으로 해산물 특유의 비린 맛이 느껴지지 않아 초보자의 접근도 좋은 편이다.

▲위치: 서울 강남구 선릉로148길 40-4

▲영업시간: 화~목 18:00 - 24:00, 금~토 17:30 - 24:00, 일 ·월요일 휴무

▲가격: 갑오징어 2만4000원, 갈치 3만2000원, 은대구 3만2000원, 우니 4만2000원

▲후기(식신 새벽달): 해산물 비려서 잘 못 먹는 분이 있다면 여긴 대추천 할만합니다. 따로 숙성을 하는 듯한데 해산물 자체의 풍미도 비린맛이 없게끔 손질을 잘 하시고 소스와의 조합이 완벽합니다. 이제 곧 웨이팅이 미어질 일만 남았네요. 별로 안 유명할 때 빨리가세요.

◇친환경 퓨처 다이닝, 용산 ‘레벨제로'

친환경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는 꽤 이색적인 퓨처 파인 다이닝. 세 곳의 장소를 옮기면서 미식을 즐기는 독특한 방식이다. 첫 번째 공간은 녹음이 우거진 작은 실내 정원으로 스타터와 그릴링 메뉴가 제공된다. 두 번째 공간인 원테이블에 앉아 세 가지 메뉴를 맛보고 나면 세 번째 라이브 키친 바로 이동하게 된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셰프들의 요리를 눈앞에서 감상하며 메인 요리와 디저트를 즐기고 나면 입장했던 곳과는 다른 출구로 이어진다. 공간뿐만 아니라 식재료와 요리 방식에도 친환경과 제로웨이스트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이 흥미로운 곳. 특별한 다이닝 경험을 원하는 미식가라면 놓치지 말아야 한다.

▲위치: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15길 31-20

▲영업시간: 수~토 18:00 - 22:00, 일 ·월 ·화 ·공휴일 휴무

▲가격: 디너 20만원, 페어링 12만~15만원

▲후기(식신 얼리어덕후): 기념일에 방문하면 좋은 곳. 첨에 스탠딩으로 먹는 코스가 있어서 우물쭈물하게 되지만 자리를 계속 이동하면서 먹으니 뭔가 새롭고 재미있었다. 그동안 레스토랑 많이 다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중식의 신세계! 프라이빗 중국 가정식, 서초 '상하이최선생'

중국 가정식 요리와 반찬 테이크아웃과 프라이빗 원테이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공간. 좋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최소한의 양념을 가미하여 담백하고 건강한 중식을 만든다. 미식가들을 통해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고 있는 곳. 원테이블에서 즐기는 식사는 기존 방문 고객의 추천이 있어야 이용이 가능하고, 중국 가정식 반찬은 짜장소스, 물만두, 보양탕 등의 온고잉 메뉴 이외에 그때그때 다른 요리들을 방문 구매할 수 있다.

▲위치: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22길 108

▲영업시간: 테이크아웃파트 10:00 - 18:00 (사전 전화 문의 필수)

▲가격: 메뉴 별 변동

◇컨템포러리 멕시칸 레스토랑, 성수 '엘몰리노'

멕시코 현지 파인다이닝 셰프가 연 컨템포러리 멕시칸 레스토랑. 멕시코의 정통 레시피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서 근사한 다이닝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해산물과 육류로 구분된 각각의 메뉴로 구성되어 있으며 와인 없이 데킬라와 칵테일을 준비한 것도 멕시코 레스토랑답다. 매일 옥수수를 갈아 반죽한 토르티야로 만드는 타코는 꼭 맛봐야 할 시그니처 메뉴. 이베리코 목살을 두툼하게 올리고 할라피뇨, 피클과 깻잎, 고수로 향을 낸 ‘이베리코 까니타스 타코’를 추천한다.

▲위치: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19-18

▲영업시간: 수~일 17:00 - 22:00, 월 ·화 휴무

▲가격: 이베리코 까니타스 타코 8000원, 문어&스캘롭 아구아칠레 1만5000원, 수제 츄러스 8000원

▲후기(식신 헤이즐넛라떼): 향신료가 쎄긴한데 멕시코 현지 느낌이 물씬 느껴집니다. 옥수수로 갈아만든 타코가 진짜 옥수수 향이 강해서 고소하고 신선했어요.

◇타이 가스트로 펍에서 맛보는 와인 다이닝, 압구정 '탈'

태국 북동부인 이산지역 스타일의 요리를 선보이는 타이 가스트로펍. 누디한 톤의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실내에서 태국 요리들과 와인을 곁들여 즐길 수 있다. 홍합, 새우, 소시지, 튀긴 삼겹살, 다진 고기 등의 고명이 푸짐하게 올라간 똠얌꿍 라면은 시원하면서 매콤한 맛이 중독적이다. ‘할머니 볶음 국수’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붙은 팟타이도 추천할 만하다. 날이 좋을 때는 테라스 석에 앉아 운치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위치: 서울 강남구 선릉로155길 27

▲영업시간: 일~목 11:30 - 24:00, 금~토 11:30 - 02:00, B ·T 15:00 - 17:00

▲가격: 탈탈 과일 쏨땀 1만6000원, 탈탈 똠얌꿍 라면 1만5000원, 할머니 볶음 국수 1만4000원

▲후기(식신 사교의여왕): 테라스가 너무 예뻐요. 와인도 친절하게 추천 잘해주시는데 테라스에서 쏨땀이랑 라이스랑 삼겹살 튀김 시켜서 와인과 곁들이니 정말 좋았습니다. 가격도 압구정에서는 아주 합리적인 편이라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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