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찬주 기자] “정치는 혼자 할 수 없습니다. 할 말은 하는 강단으로 대통령과 당이 국민 눈높이에서 벗어나지 않겠습니다.”(4월 8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당선 소감)

“청년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국민 우려가 없도록 초심으로 경청하겠습니다.”(7월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강릉시 지인의 아들 우모씨가 대통령실 9급에 채용된 논란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권 원내대표의 사과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당찬 각오는 당선 3개월이 채 안 된 시점에서 대국민 사과로 바뀌었다.

윤 대통령의 40년 지인이자 강릉시 선거관리위원이기도 한 통신설비업체 대표 아들 우모씨가 대통령실 사회수석실에서 9급 행정요원으로 근무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사적채용 논란이 불거지자 우씨를 추천한 인물이 자신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15일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이더라” “최저임금보다 한 10만원 더 받는데 내가 미안하더라”는 해명을 내놨다.

그러자 2030 청년들이 들끓었다.

권 윈내대표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겪었던 이른바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를 경험했던 청년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노량진에서 경찰공무원만 3년째 준비하고 있는 한 청년은 기자에게 “2년 전 인국공 사태를 보면서 허탈함과 분노를 동시에 느꼈는데 또 이런 소식을 들으니 기가찬다”면서 “더 가슴 아픈 사실은 부모님께서 ‘우리가 빽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교수는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인국공 사태에서도 청년들이 좌절했는데 새 정부와 여당도 똑같은 행동을 하는 건 청년들을 두 번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청년에게 내밀었던 공정은 ‘불공정’이 됐고, 상식이란 단어는 ‘식상’해졌다”고 평가했다.

“공무원 시험합격은 권성동! 대통령실 합격, 우리 모두 다 함께 권성동!”

유명 공무원 학원 광고 이미지에 권 원내대표의 사진이 합성된 패러디물에 적힌 문구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고 있다.

공무원시험준비생과 취업준비생들이 권 원내대표의 상식에 어긋난 해명을 조롱하면서 패러디의 진수를 보이고 있다.

일파만파 확산되는 비난 여론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그는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최근 대통령실 채용과 관련한 저의 발언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특히 청년 여러분께 상처를 주었다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주었다면”이라는 ‘가정’이 사과의 진심을 흐리고 있다.

가정의 사전적 정의가 ‘사실인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은 것을 임시로 인정’하는 것인 만큼, 그의 말은 ‘청년이 상처를 받은 게 사실인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지만 일단 사과한다’는 의미로 전달될 소지가 다분해서다.

지난 정권과 이번 정권은 선수만 바꿔 ‘원투 펀치’를 날리듯 청년을 연달아 가격했다.

앞으로 이들은 정치권에서 상식을 외치면 “식상하다”면서 귀를 닫을지도 모르겠다.

정부와 여야 모두 상식을 말하면서 청년들의 현실을 놓고는 사리 분별조차 못하는 모순을 일으키지 않길 바란다.

지금 정부와 국민의힘은 정권교체의 주역인 20대 남성뿐만 아니라 배신당한 2030세대의 원성이 들리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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