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열의 정치블랙홀] ‘도어스테핑 홍역’ 尹대통령, 격의없는 소통 진심일까

안중열 정치사회부장

지난 5일 대통령실 용산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기자회견)에서 “(인사실패 논란과 관련해) 그럼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는 윤석열 대통령 반문이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사이에서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박순애 신임 사회부총리,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선과정에서 부실인사, 인사참사’ 지적에 불쾌감을 표출한 뒤, ‘사전 검증이 가능하지 않았냐’는 질문엔 “다른 정권과 비교해보면 사람의 자질들이…”라며 불쾌감과 함께 자리를 뜨면서 대통령 스스로 약속한 소통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수사의뢰로 검찰 수사대상이 된 김승희 장관 후보자는 이틀 전 자진사퇴하면서 새 정부 들어 세 번째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습니다. 헌정 사상 최초로 같은 부처 장관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이기도 합니다.

대통령의 서툰 발언과 대응을 두고 초대 내각 출범과정이고 새 정부 초기 발생한 ‘인사참사’ 의혹과 리더십 부재,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 부실 비판이 섣부르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다만 언론과 국민과 격의 없는 대화와 날선 질책에 대한 겸허한 수용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출근길 도어스테핑 취지가 껄끄러운 질문과 대통령의 거친 언사로 무색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정제하지 않고 쏟아내면서 스스로 부담이 될 어록을 쌓아가고 있다는 얘기는 덤입니다.

같은 날 국회 소통관에서 만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출근길에서 기자들의 불편한 질문에 ‘버럭’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도 정부여당이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게 맞는가’란 질문에 “소통을 하려고 하는 대통령의 진심을 예단하고 폄훼하는 모습에 대한 아쉬움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감정조절이 되지 않는 대통령의 스탠스를 목도한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에겐 그 대답은 속 시원지도 궁금증도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얼굴을 맞댄 불통 이미지만 굳혔지요.

일각에선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정치입문 과정을 스스로 부정하면서 ‘자충수’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발탁된 검찰총장 출신이자, 그 과정을 통해 대권까지 틀어쥐고 정권교체를 한 상황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폄훼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핵심관계자 역시 대통령 발언에 “용산에 가시면 대통령께서 지난 정권에서 발탁돼 검찰총장까지 해놓고 이제 와서 지난 정부의 인사과정을 부정하는지 다시 한 번 반문해 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지요.

이번 정부는 출범 초기 대통령의 약식기자회견 형식의 도어스테핑을 하면서 언론이나 국민과의 소통 강화 취지에 박수를 받았습니다. 과거 춘추관에 상주하던 기자들에겐 춘추관 시절과 달리 매일 아침 만나는 대통령의 얼굴을 보고 그의 입으로 전해 듣는 국정 스토리가 신선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적인 질문이나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사안까지 대통령이 직접 답변하면서 실언(?)이 나오면서 두 달이 되기 전에 초기의 호평은 독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홍보수석을 비롯해 대변인과 부대변인 등 대통령실 마이크 채널을 적극 활용하지 않는지 의문도 제기됩니다.

국민은 대통령의 사적인 철학이나 가치, 방향엔 관심이 없습니다. 국정 전반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즉 공적인 영역이 궁금하지요. 대통령 개인의 발언만큼이나 소통채널을 거친 신중하고 정제된 팩트도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