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시중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한 고객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시중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한 고객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정성화 기자] 지난해 연말부터 대출에 인색하던 은행들이 돌연 태도를 바꿔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규제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였고 자산가격 상승세도 주춤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의 열풍이 급격히 시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수요가 줄면서 오히려 은행들은 이자수익 감소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되자 경쟁적으로 금리와 한도를 복원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오르는 금리상승기가 계속되고 있어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대출 고객 외면하던 은행들, 대출문 열고 다시 손짓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지난 5일부터 신용대출, 신용대출플러스, 마이너스통장 등 대출 상품 3종의 금리를 신용등급에 따라 최대 연 0.3%p를 인하했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의 신규 신용대출 금리는 연 3.27∼10.32%에서 연 3.09∼10.32%로, 신규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연 3.77∼10.46%에서 연 3.59∼10.46%로, 신용대출플러스 금리는 연 4.08∼11.41%에서 연 3.88∼11.40%로 각각 낮아졌다.

대형 시중은행도 금리인하에 적극적이다.

KB국민은행은 다음달 6일까지 한시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20%p 내리고, 마이너스통장 한도는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늘렸다.

KB국민은행의 신규 코픽스(COFIX) 주담대 금리는 기존 3.67~5.17%에서 3.47~4.97%로, 신잔액 코픽스 주담대도 3.77~5.27%에서 3.57~5.07%로, 혼합형 주담대는 3.85~5.35%에서 3.75~5.25%로 낮아졌다.

신한은행은 이달부터 자금 조달 기간에 따라 개인, 개인사업자, 법인 등 전 고객군을 대상으로 대출금리를 0.05~0.12%p 인하했다. 

이에 따라 전월 말 대비 1년 만기 3개월물은 0.08%p, 1년 만기 6개월물은 0.12%p, 1년물은 0.1%p, 5년물은 0.05%p 내렸다.

마이너스통장 한도도 늘었다.

KB국민은행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군 대상 마이너스통장 상품들의 최대 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일반 직장인 대상 상품의 한도도 1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8월부터 1인당 5000만원으로 제한 운영했던 마이너스통장  대출한도를 올해 1월 말부터 최대 1억5000만원으로 변경했다.

NH농협은행은 1월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2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렸고 지난달에는 2억5000만원으로 추가 상향을 단행했다. 

◇언제까지 열려 있을지는 미지수…금리 상승 가능성 커

은행들의 잇따른 가계대출 금리 인하와 한도 복원은 올해 초부터 이어진 가계대출 감소세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5조9373억원으로 전월말대비 0.25%(1조7522억원) 감소했다.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고 지난 1월 가계대출 감소액(1조3634억)보다 감소폭이 4000억원 확대됐다.

다만 이같은 흐름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세계적인 물가 쇼크가 지속되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한은은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아직 완화적이라는 입장도 명확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개월째 3%대에서 내려올 기미가 보지이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어 곧 4%를 넘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장에서 기대하는 연내 기준금리 연 1.75∼2.00%는 합리적인 수준”이라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르면 4~5월 중 한은이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있다.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다시 상승세에 접어든 것도 대출금리 인상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커지면서 잠시 주춤했던 채권금리는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이달 초 1.929%에서 전날 기준 1.947%로,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같은기간 2.656%에서 2.765%로 각각 올랐다.

대선도 변수다. 주요 후보들이 너나할 것 없이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목소리를 내고 있어 다시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수요가 줄면서 금리와 한도가 일시적으로 정상화된 측면이 있다”며 “다만 명백한 금리상승기에 접어들었고 가계대출도 아직 완전히 안정화됐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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