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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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정성화 기자]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위한 초기 연구를 순조롭게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CBDC 상용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가상화폐에 미칠 영향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우선 CBDC 발행은 기존 민간 가상화폐의 생존에 위협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존 가상화폐들의 본질이 탈중앙화인 만큼 CBDC와 기존 민간 가상화폐들이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바닥을 치면서 공포에 빠진 투자자들이 CBDC 발행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한은 “CBDC 모의실험 순조롭다…6월 중 완료” 

한은은 24일 ‘CBDC 주요 이슈별 글로벌 논의 동향’ 책자를 발간하고 오는 6월 22일 완료를 목표로 2단계 CBDC 모의실험 연구 용역사업을 수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2일 종료된 1단계 사업에서는 CBDC 모의실험 환경을 조성하고 CBDC 기본 업무에 필요한 IT시스템을 구현했다면 2단계 사업에서는 인터넷 통신망이 단절된 상태에서의 송금·대금결제, 디지털자산 거래, 국가간 송금 등 CBDC 추가 기능을 구현하고 개인정보보호 강화기술, 분산원장 처리성능 확장기술 등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한다.

한은은 2단계 사업 종료 후, 1단계 사업 결과를 포함해 CBDC 모의실험 연구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수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CBDC 관련 업계와 기술적 이슈를 공유하고 활용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보고서에서 한은은 발행여부와 발행시기는 아직 단언하기도 힘들고 추가 연구와 논의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 주요국들이 CBDC 도입 준비가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결과적으로 한은이 정책적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연초부터 이주열 한은 총재가 신년사를 통해 CBDC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최근 CBDC 연구에 속도가 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는 가상 환경에서 CBDC의 기술적 구현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며 “아직 CBDC 도입이 결정된 것은 아니며 실제 환경에서 잘 작동하는지에 대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CBDC 나오면 비트코인 사라질까

CBDC 발행 논의는 속도가 나고 있지만 발행에 따르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이날 보고서에는 CBDC가 은행 예금을 대체할 경우 은행의 자금중개기능 약화, 통화정책 파급경로의 유효성 저하, 금융기관·시스템의 건전성 저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장에서의 가장 큰 관심사는 CBDC 발행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기존 가상화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 주말 비트코인 가격은 3만4000달러대로 하락해 지난해 8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개당 약 6만9000달러에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두달만에 반토막이 났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당시 1조2000억달러에서 현재 6600억달러로 6000억달러 가까이 증발했다.

최근 가상화폐의 약세에는 예상보다 빨라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화 움직임이 주된 배경이지만 CBDC 도입 속도가 빨라지면 기존 가상화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CBDC나 비트코인 모두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하는 디지털 화폐인 점은 유사하지만 CBDC는 중앙은행이 이를 보증한다는 점에서 안정성이 높다.

지난해 7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하원 청문회에 참석해 “CBDC가 생기면 암호화폐는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한때 가상화폐 시장이 요동치기도 했다.

◇“대체보단 보완”…CBDC와 공존가능 주장도

반면 CBDC와 기존 가상화폐가 각자의 역할을 달리한 채 공존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 터키 중앙은행은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오히려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역주행 정책을 폈고 물가는 더욱 폭등하고 리라화 가치는 급락했다.

터키인들은 리라화 가치가 추락하자 가상화폐를 위험 헤지(회피) 수단으로 삼고 있다. 터키뿐만 아니라 자국 화폐의 가치 하락을 경험한 개발도상국 국민들도 가상화폐로 몰리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어 가상화폐가 인플레이션 도피처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처럼 비트코인 등 기존 민간 가상화폐들은 중앙은행과 정부의 관리 체제에서 벗어난 탈중앙화를 지향하면서 탄생했기 때문에 다시 중앙은행 통제 하에 놓이는 CBDC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가 CBDC와 기존 가상화폐의 공존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CBDC와 기존 가상화폐는 상호보완 구조라고 생각한다”며 “원화라는 법정화폐가 있지만 버스토큰, 지역화폐, 백화점상품권, 커피상품권 등 이미 제한된 생태계에서 화폐 역할을 대신하는 토큰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것 처럼 결국 잘 설계하고 신뢰성 있게만 운영된다면 CBDC와 안정적으로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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