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재용 삼정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삼성전자, 현대차그룹, 대한상의]

[이뉴스투데이 박현 기자] 주요 기업 총수들이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가운데서도 연이어 미국을 방문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는 미-중 갈등 양상이 심화되는 국제 여건 아래 글로벌 경영 차원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기 위해 펼치는 광폭 행보로 풀이된다.

◇현지 투자 위한 광폭 행보

9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정전자 부회장은 각각 10월과 11월 방미 활동을 전개했다.

최 회장은 지난 5일 최종현학술원 주최 포럼인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다.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과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 등이 참석한 이번 TPD에서 최 회장은 6일 환영사를 통해 SK그룹이 향후 4년간 미국에 400억달러를 투자해 현지 탄소 저감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민간과 공공 부문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이나 환경 등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10월 말 방미활동 중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 52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은 오는 10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탄소중립 선도기업 초청 전략보고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르면 9일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방미 활동을 펼친 정 회장은 미국 자동차 시장과 현지 법인 현황, 내년도 판매 전략을 집중 점검했다. 정 회장의 미국 출장은 올들어 4번째로, 미래 모빌리티 등 신사업 방향을 구상하기 위해 다시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 회장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속에 현지 자동차 시장이 침체를 맞은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은 현지 법인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또한 업계 안팎으로 내년 자동차 수요 회복이 예측되는 가운데 현지 시장 점유율 확대 등을 위한 신차 출시 계획도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지난 5월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현지 생산과 생산설비 확충을 비롯해 수소,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5년간 총 74억달러(약 8조70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정 회장이 최근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계획도 구상 중이라고 밝힌 만큼 구체적인 생산 시기를 검토했을 가능성도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지 시장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 차원에서 정 회장의 미국 방문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도 지난 11월 방미에 나서 미국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위탁생산라인 입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

해당 생산라인은 내년 완공되는 국내 평택 3라인과 함께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생산·연구개발(R&D) 분야에 17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최종 입지 선정에 앞서 워싱턴D.C에서 미국 내 주요 인사들을 만나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해당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며, 이 부회장은 이들 인사에게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미국 행정부와 입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주 자동차 배터리 공장. [사진=삼정전자, SK이노베이션]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주 자동차 배터리 공장. [사진=삼성전자, SK이노베이션]

◇미-중 갈등 구조 속 미국 현지 사업 확대

주요 기업 총수들이 미국을 방문해 현지 투자를 늘리고 사업을 펼치려는 데는 최근 미-중 갈등이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자국 중심 공급망 재구축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해당 공급망에는 배터리, 반도체, 의약품, 주요 광물 소재 등 4대 품목이 핵심이다.

결국 관세 장벽을 높여 시장 진입을 아예 차단하거나 반대로 폭넓은 인센티브 혜택을 제공하며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는 움직임이다.

앞으로 국내 완성차업체와 부품 등 연관업체들이 미국에서 사업을 펼칠 경우 투자 역시 필수 요소가 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오는 2025년 USMCA(신북미자유협정) 발효 시 자동차 산업 분야는 현지 생산 비중이 75% 이상 돼야 무관세 혜택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 부지로 확정된 텍사스주 테일러시는 앞으로 20년간 10억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지방정부에서 광범위한 혜택을 통해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요 기업마다 미국 투자를 확대해 현지 시장 공략이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미-중 갈등 구조가 오히려 미국 진출에 플러스 효과로 작용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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